공급망 교란 해결 위해 스마트기술 활용해야

이언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 본부장
이언경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물류·해사산업연구 본부장

2019년 말 발생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지난 3년간 세계 경제는 생산과 물류 중단으로 휘청거렸다. 하지만 팬데믹에 적응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이 서서히 정상화되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하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식량, 에너지자원의 의도적인 봉쇄조치 등이 글로벌 공급망 재건과 세계 경제 회복의 최대 악재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과 러-우크라 전쟁 등이 공급망의 문제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에 갖고 있던 약점을 노출 시킨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기간 동안 다양한 종류의 개별 집·배송을 원하는 온라인 주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이로 인해 국내 물류현장에서 한 번에 처리 가능한 주문량을 초과했고 물류센터 내 확진자 발생, 배송트럭 수배 실패 등으로 배송 지연이 일어나 소비자 불만이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수출입 무역에도 나타났다.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존 물류 인프라의 유연성 부족으로 제때 물류 공급이 확충되지 않아 물류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러-우크라 전쟁은 미중간 경제블록화를 강화시켜 우방국과의 프렌드 쇼어링(friend-shoring) 경향을 심화시켰다. 미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 제조기업의 리쇼어링을 추진하고 중국을 제외한 우방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 지원으로 미국 및 유럽 서방국과 의 협력이 약해지고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도시봉쇄는 세계 공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게 했다.

공급망 위기 대응 실패와 한계 드러낸 공급망 관리 전략
제조기업들은 팬데믹에 따른 수요가 급감하자 근시안적으로 생산을 중단하고 주문을 취소하는 등 핵심 부품에 대한 재고를 최소화시켰다. 하지만 팬데믹에 의한 글로벌 온라인 수요 증가 등에 의한 선복량 부족과 해상운임 상승을 회피하기 위해 2021년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량이 급증했는데 러-우크라 전쟁으로 시작된 세계 경기침체 장기화로 해상물동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높아져 유휴선 증가와 해상운임 하락에 대한 우려도 발생하고 있다.

과거 대기업 중심으로 축적된 히스토리 데이터를 기초로 한 확률 예측 모형은 규모의 경제 확보 차원의 소수 우수한 협력업체와의 긴밀한 협력전략, 최소 재고를 기반으로 하는 적시(JIT, Just In Time) 재고 및 배송 전략, 자산기반의 물류네트워크 설계 등이 성공적인 공급망 전략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팬데믹, 러-우크라 전쟁 상황에서 비정상적인 공급망 단절은 기존 예측 전략에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특정 부품이 협력관계에 있는 특정 협력업체에서 생산되는 형태는 공급망 단절로 해당 해외 공장의 수급이 멈추는 경우 전체 제품 생산이 중단되어 손실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최소 재고를 기반으로 하는 JIT 재고량은 물류망 단절에 의한 배송 지연 기간 동안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고객 불만뿐만 아니라 매출 손실로 이어지는 현상을 발생시킨다. 허브앤 스포크 전략의 물류허브센터는 온라인 전용 플랫폼 기업에 비해 전국 단위의 주문 고객에 빠른 대응이 되지 않아 수요 감소 시점에 물류센터 공실이 증가해 수익에 비해 운영비용이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됐다.

물류인프라 유연성 확보,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대응 필요
① 디지털 공유 물류 플랫폼 활용 : 4년간의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고객들은 신속하고 편리한 온라인 배송 서비스에 익숙해졌기 때문에 전염병이 사라지더라도 과거 현장 구매 수요로의 회귀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자산형 물류인프라 서비스는 높은 투자비가 들어갈 뿐만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수요와 변동성에 취약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불안정한 공급망 상황에서는 디지털 물류플랫폼을 활용한 트럭, 창고, 인재 등의 물류자산을 공유하는 비자산형 물류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② 디지털 트렌스포메이션 기술을 활용한 JIT 재고전략 : 코로나와 러-우크라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취약성이 드러난 상황에서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변화 패턴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디지털트렌스포메이션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공급망 붕괴 시나리오를 설정해야 한다. 또 디지털트윈과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을 통해 하나의 공급망 노드 단절 시 다른 기업에서 핵심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다수의 기업에 적정 JIT 재고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범용부품은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해외지역에 아웃소싱하고 핵심부품은 국내에 리쇼어링 하도록 공급망을 재편하고, 빅데이터·AI기반 배송경로 최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③ 자동화 및 자율화 ; 공급망의 인력부족 문제는 공장, 항만, 물류센터의 자동화와 자율운항선박 및 자율주행트럭 등의 도입으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팬데믹 등으로 눈이 높아진 고객의 배송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는 병목 없이 신속·원활한 도시물류 흐름을 구현해야 하므로 교통정보 연계를 통한 병목 없는 자율주행트럭의 운송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자동화가 가능하고 위험한 작업공간은 물류로봇을 투입시키고 자동화가 어려운 곳은 협동로봇을 투입하여 작업자의 업무를 지원하도록 해 제한된 공간 내에서 다양한 고객의 주문을 처리하도록 자동화기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④ 사이버보안을 고려한 스마트기술 투자 : 러-우크라 전쟁 전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핵심 부처와 시설에 사이버공격을 실시했을 뿐만 아니라 침공 직전에는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는 미국 통신서비스를 공격하는 등 최근 전쟁양상이 군인 공격과 사이버공격의 합동작전으로 바뀌었다. 그러므로 자동화, 디지털화, 스마트화 된 물류 공간은 사이버공격에 의한 전력공급 차단, 컴퓨터 바이러스 공격 등으로 전체 물류시스템과 장비가 셧다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개발, 운영단계에서부터 철저한 대비를 해야 한다.

물류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Goal: right time, right cost, right quality and quantity without error, supply cahin visibility)

궁극적으로 물류의 기본조건인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최적 품질의 제품을 적정 가격으로 병목없이 배송하며 전구간 물류 흐름의 가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고 공급망 교란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사이버공격에 안전한 스마트기술을 적용하고 디지털트윈·메타버스 기반 시나리오 분석·예측을 통해 공급망 단절 시 회피하는 방안을 상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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