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 위협받는 물류 기업 전문성 키워야…

최근 몇 년간 유통기업들이 다단계식 유통방식을 벗어나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 물류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며 일부 유통기업이 물류 기업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물류 기업의 경쟁사는 물류 기업만이 아닌 시대가 열리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최근 몇 년간 DBA(Delivery By Amazon, 아마존 직접 배송 서비스)를 내세우며 물류 파트너인 페덱스(FedEx), UPS 등 물류 기업과의 협업을 줄여나가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 미국 물류 기업 중 하나인 페덱스와 결별을 선언했다. 아마존의 온라인 배송 50%이상 처리하던 페덱스의 아마존 물량 점유율은 아마존의 자체 인프라 성장세가 상승함에 따라 함께 하락하고 있었다. 아마존은 이미 2014년부터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고 3PL 업체와 협업을 통해 물류 서비스에 대한 경험을 쌓아왔다. 인프라를 구축하고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지금, 아마존은 3PL 업체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져 자체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현재 약 233개의 풀필먼트 센터, 83개의 선별센터, 약 400개의 배달 스테이션을 운영하며 트럭, 항공기, 화물선 등 운송업까지 진출해 물류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도 아마존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쿠팡’이다. 쿠팡은 오랜 물류 파트너인 한진 등 여러 3PL 업체와 ‘로켓배송’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지난 5월, 한진이 처리하던 월 약 720만 건의 로켓배송 물량 중 300만 건 이상이 이탈했다. 한진의 전체 물량 가운데 약 7~8%가량이 빠지는 셈이다.

쿠팡은 물류기업과 협업이 아닌 자체 물류망 구축을 기반으로 ‘자가 물류’ 강화에 나서고 있다. 사실 쿠팡 역시 오래전부터 ‘자가 물류’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었다. 지난 2015년, 4만 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해 1조 5,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며 ‘자체 물류망’으로 24시간 이내 자체 직원이 직접 배송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선포했다. 물류 인프라 투자의 진심인 쿠팡은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며 인프라 구축에 아낌없이 투자했다. 최근 인프라 확장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이는 투자를 줄인다기보다는 그동안 마련한 물류 인프라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물류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2022년 기준 쿠팡은 전국 30개 지역에 100여 개 물류센터를 보유하며 물류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의 행보에 이들이 향후 물류 기업의 ‘경쟁사’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며 기업들의 경쟁 전선은 더 이상 제조, 유통, 마케팅 등이 아닌 고객과 맞닿은 ‘라스트마일 물류’, 즉 ‘배송’ 영역까지 확장됐고 자체 대규모 물동량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물류망에 타 기업의 물동량을 함께 배송하는데도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자체 풀필먼트 서비스인 FBA(Fulfillment By Amazon)를 통해 대규모 물류망을 확보하고 미국 우편국의 택배를 처리하는 등 대규모 물류망을 통해 기존 아마존의 주문뿐만 아니라 외부 업체의 물류도 처리하고 있다. 쿠팡도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를 통해 지난해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화물차 운송사업자 자격을 재취득했다. 즉, 3PL을 위한 사업 구색을 갖추게 된 셈이다. 기존에는 모회사인 쿠팡의 로켓배송 물량만 배송했다면 운송사업자 자격 취득 후 다른 업체 물품도 유상 운송이 가능해 물류 기업들의 긴장을 유발시키고 있다.

아마존과 쿠팡은 더 이상 유통회사가 아닌 물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에 따르면 아마존은 2021년 85억 개의 택배 물량 중 약 57%(48억 개)를 자사 물류 인프라인 ‘아마존 로지스틱스’를 통해 배송했다. 쿠팡 역시 하루 수백 만 개가 넘은 물량을 처리하며 국내 택배 산업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의 뒤를 맹추격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점은 아마존과 쿠팡뿐만 아니라 ‘자가 물류’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물류전문 기업들의 대응도 다각도로 나타나고 있다. 물류 기업의 경쟁자가 늘어나는 만큼 물류 기업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 협업을 강화하고 온도에 민감한 의약 배송 전문 분야 등 더욱 전문성이 필요한 물류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는 것. 미국의 대표 물류업체 중 한 곳인 UPS가 중소기업에 특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통해 UPS 코리아는 국내 중소기업에 해외 특송 운임을 공시가 대비 최대 66%까지 할인해 주는 등 우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중소기업 대상 물류 지원 시스템 개발 및 운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또한 UPS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UPS 프리미어’를 통해 수억 회분 투약분의 백신을 전 세계에 거의 완벽하게 정시 배송하며 의약 배송을 통한 운송 서비스 전문화에 앞장섰다. ‘UPS 프리미어’는 시간과 온도에 민감한 헬스케어 제품 배송에 특화된 전문 운송 서비스다.

국내 물류업체인 CJ대한통운도 중소셀러를 공략하며 네트워크 확장에 나섰다. CJ대한통운은 지난 5월,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업무협약을 맺으며 수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특송 서비스 비용을 기본 15%에서 최대 30%까지 할인하고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지난 10월, 중소 판매자용 ‘이커머스 간편 견적시스템’을 오픈하며 중소상공인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CJ대한통운은 ‘간편 견적 시스템’을 통해 이러한 진입장벽을 없애고 많은 소상공인에게 기회와 편의를 제공할 방침이다.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물류 기업의 영역에 다양한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다. 유통기업이 창고 관리부터 풀필먼트 서비스, 라스트마일 서비스까지 무서운 속도로 네트워크 확장에 나서며 단순히 제품만을 판매하는 유통기업이 아닌 종합 유통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물류 영역까지 서비스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물류 기업의 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지금, 물류 기업은 전문성을 더 강화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로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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