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지 못한 철도물류’를 ‘건강한 철도물류’로 전환 시작해야

권용장 철도기술연구원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
권용장 철도기술연구원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

오늘날 철도물류를 보는 두 시각이 있다. 첫째는 철도물류 운영자를 비효율, 예산낭비, 무능, 태만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보는 사람은 자신이 펼쳐놓은 파편적 자기함정에 쏙 빠져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에 철도물류운영자는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국가산업의 동력과 디딤돌 역할을 충분히 잘하고 있는 시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시각의 사람은 자신이 편향적 경험함정에 빠져있을 확률이 높다. 보는 시각에 따라 파편적 자기함정에 빠진 사람의 ‘올바름’과 편향적 경험함정에 빠진 이의 ‘올바름’의 간극은 가까울수도, 멀수도 있다.

양비론을 주장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렇다고 양시론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도 역시 아니다. 시각의 영원한 흐름은 없다는 것을 말하고자 한다. 지금의 철도물류는 시간과 환경의 변화라는 함수관계에서 횡단적 방향의 상실을 경험하고 있다. 강물이 해안 쪽에서는 천천히 흐르지만 중상류에서는 빨리 흐르듯이 속도와 위치가 달라질 뿐 이것은 여전히 그냥 물의 흐름일 뿐이다. 물류의 흐름은 언제나 양쪽 영역을 통해 그 안에서 모두를 통합하면서 모든 시대를 이끌고 간다 할 수 있다. 철도 물류도 마찬가지로 곁가지에서 답을 찾기보다 줄기를 보고, 나무를 보고, 더 나아가 숲과 산을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 철도물류의 핵심 키워드는 분명하다. ‘탄소배출량이 도로 보다 낮다’, ‘도로운송 대비 사회적 비용이 낮다’, ‘자동차 대비 뛰어난 에너지 효율을 갖는다’, ‘단거리 대비 장거리 효율성이 높다’라는 표현과 ‘철도화물의 모달시프트효과(1톤의 화물을 1km 운송시 배출되는 CO2양)는 공로대비 1/11(g-CO2/ton-kilometer)이다’, ‘에너지 소비량은 (kWh/ton-kilo)1/5이며, 사회적 비용은($/1,000ton-kilo) 1/6이다’ 라는 표현은 전·후자 모두 단순한 표현의 차이일 뿐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 곁가지에 흔들리지 말라는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내용이다. 그런데 중요한 단초들이 하나마나한 소리로 들린다고 한다. 지난 수년간 아무리 외쳐도 그렇게 들린다고 한다. 아직 뜨거운 맛을 보지 못해서임이 틀림없다. 과거에는 철도물류의 공공성이 중요한 덕목이었다. 그러다가 철도산업의 재편으로 말미암아 공공성과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야하는 시대가 되었다.

생산자잉여가 존재해야 소비자잉여도 존재할 수 있다는 수익기반 공공성 논리를 아무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철도물류의 흐름은 작은 하천의 강물들이 소리 내어 졸졸 흐르는 것과 같지만 종국적으로 중하류를 지나 바다로 흘러들어가게 된다. 느리지만 큰 흐름의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시간과 환경의 함수관계 때문이다.

철도물류 관련 해외 자료, 논문, 매거진을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뛰는 공통된 키워드가 있다. 시간과 환경의 함수관계 결과치인 듯하다. 1) Boosting Competition, 2) Digital Freight Train Innovation Push-Last Chance for Rail Freight, 3) European Green Deal, 4) Logistics on Demand 등이 그것이다.

핵심은 다음과 같다. 오픈 억세스를 통해 자유로운 시장진입의 기회를 주면 화물운송물동량이 증가한다는 사실(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 유럽 대부분의 나라)과 디지털 화물열차 개발을 위한 EU의 모달시프트 전략, 유럽의 경우 현재 18%의 점유율을 2030년까지 30%로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 등이며, 수요기반물류를 통해 고객의 요구에 맞는 철도화물운송시스템을 도입하려는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Shift2Rail을 통해 수요기반물류(Logistics on Demand)로 재편성하고 철도기반 다중운송시스템 물류체인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함수식의 Input이라면 기술기반의 혁신과 오픈이 그 결과 값이다. 그런데 해외의 사례를 아무리 살펴봐도 우리나라 전문가들이 논하는 내용과 별반 차이가 없다. 철도역의 디지털화는 우리도 오래전부터 얘기했다. 자만일지 몰라도 우리나라가 오히려 더 빨리 치고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는 가득하다. 피기백, 장대열차, 디지털 자동커플링 및 입환, 철도복합화물터미널, 리니어모터운송시스템, 항만 연계시스템 개발, 전기 공압식 제동시스템, 콜드체인을 위한 화차전기, 고속철도형 화물열차, 지하철을 이용한 물류시스템, 화물기관차(수소, 가스, 하이브리드), 유효장확장, 화물선로배분기술, 기존선 고속대차 개발, 스마트 화물운영시스템, 자율주행화물열차, 철도물류 디지털트윈기술 등 정말 많은 것들이 있다. 투입 값이 같다면 결국 이를 계산할 슈퍼컴퓨터 급의 연산자가 없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행히도, 최근 국토교통부에서 철도물류 4.0등 다양한 철도화물에 대한 발전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기획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에 나왔거나 새롭게 부각되는 상당한 아이디어들이 논의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 우선순위 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계속 고민하고 논의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다만 지난 20년의 ‘건강하지 못한 철도물류’가 바다로 흘러가기 전에 기술개발과 혁신으로 기술적 융합을 이루어야 할 때이다. 해외 선진국들도 고민이 많은 건 마찬가지다. 철도물류를 살리는 것이 지구를 살리는 길일수도 있다. 모든 국가에서 탄소중립을 기치로 힘차게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그림이 필요할 때이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건강하지 못한 철도물류’를 ‘건강한 철도물류’로 바꾸는 것이다. 건강해야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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