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물류·공급망 구축 중요해져

국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최초로 보고된 지 천일이 지난 가운데 전 세계는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팬데믹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속속 복귀하고 있다. 그동안 물류는 사람간 대면 활동이 제한된 상황 속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며 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주목받았다. 국제물류는 공급망 붕괴로 인해 원자재, 생산 설비, 완제품 등의 이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 강력한 물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코로나 바이러스를 관리한 국가와 산업은 '도약'이라는 열매를 수확했다. 이제는 단순히 각종 산업의 보조 역할을 넘어 경쟁력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국민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물류의 핵심가치 중 향후 주목되는 가치는 무엇인지 살펴봤다.

‘안정적’ 물류, 핵심가치로 떠올라
미국 항만적체 현상이 최절정이던 지난해 12월, LA 롱비치항에 제때 입항하는 선박은 10척 중 1척에 불과할 정도로 정시성에 있어 심각한 상황이었다. 이에 일부 컨테이너는 늦은 도착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도 전 항만에서 폐기되기도 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고객이 신차를 주문할 경우 출고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소요돼 일부 옵션을 제외하고 차량을 출고한 뒤 추후에 장착하는 서비스가 등장했으며 당장 이용할 수 있는 중고차에 수요가 몰려 중고차 가격이 상승으로 이어졌다.

앞선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이 소비자가 원하는 매력적인 제품을 제작·판매 이후 소비자에게 제때 전달되지 못하면 제품의 가치는 떨어지고 구매욕이 사라진다. 이 때문에 물류 역할의 중요성이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또한 물류대란으로 높아진 물류비는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타사와의 경쟁에도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에 많은 산업과 기업이 접근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벗어나 안정적인 물류,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한 계속되는 미·중 무역 갈등과 장기화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이 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경제·경영 컨설팅 업체 가트너는 미래 글로벌 공급사슬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디지털 인프라 투자 확대 ▲인재 양성, 팀워크·협업 강화 ▲강력한 비전 설정 및 실현 ▲친환경 정책 도입 ▲민첩하고 탄력적인 조직 구축을 제시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문제 발생 시 임시 태스크포스를 통해 물류, 공급망 관리를 사후 대응해왔지만 인력, 정보, 시간 등의 자원 낭비된 측면이 있다며 물류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정확성과 민첩성을 높여 사전에 위험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낭비적 요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동화, 스마트 전환에만 힘쓸 것이 아니라 여전히 물류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물류인력을 지키고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것도 물류의 핵심가치를 지키는데 매우 중요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노동’의 의미가 변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더 많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기존 인력들 또한 파업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며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작업환경을 비롯한 처우개선이 함께 진행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시대, ‘재고관리’ 중요성 다시 주목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심리가 폭발하면 상품 판매가 활발히 이뤄졌다. 하지만 물가상승 때문에 현재 미국을 중심으로 유동성을 걷어드리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이로 인해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재고가 크게 쌓이고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고시한 2022년 반기보고서에 따른 올해 6월 말 기준 재고자산 총액은 사상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했다. 반도체 호황을 누리던 SK하이닉스 역시 올해 상반기 재고자산이 전년 대비 33.2% 증가했으며 LG디스플레이도 전년 대비 41.0% 증가한 4조 7,225억원의 재고를 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과 현재의 불안한 상황을 거치며 물류와 공급망 관리의 핵심인 ‘재고관리’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팬데믹 이전에는 많은 기업이 재고관리를 ‘적시공급(just-in-time, JIT)’ 전략에 맞춰 완충 재고를 지속적으로 줄여왔다. 이 전략은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다. 

그렇다면 이와 반대로 재고를 무작정 늘리는 것이 옳은 것일까. “재고는 다른 형태로 앉아있는 돈입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재고를 무작정 늘리면 기업들의 유동성이 재고에 묶여 원활한 신규 투자가 진행될 수 없다. 또한 보관, 포장 등에 비용의 증가할 뿐만 아니라 회전율 저하로 인한 불량품 발생 등 다양한 변수에도 취약하다. 이 같은 상황에 현재 재고관리는 어떤 품목을 단순히 얼마나 보유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을 넘어 어떤 재고가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 살펴보고 제조공장, B2B·B2C 판매 등에 있어 최적의 운송수단은 무엇이며 얼마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예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교한 수요 솔루션과 복잡해지는 공급망 속 불가피한 혼란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망 관리 계획을 세우는 산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계획, 제조, 주문 관리 등 전체 가시성을 갖춰 최적의 재고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이러한 공급망 체계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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