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야후·아스쿨, ‘늦은 배송’ 통해 택배현장 노동 부하 분산 시켜

택배 및 물류현장에서 겪는 ‘화요병’을 해결할 대안으로 찾은 ‘늦은 배송일’ 지정이 시장에 주목을 받고 있다.

통상 물류현장에선 일반 직장인들이 겪는 월요병 대신 화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이에 대해 일본의 야후와 아스쿨은 통상의 익일 택배 혹은 이틀 배송보다 ‘늦은 배송일’을 지정하면 우리 돈으로 약 300원의 페이페이(PayPay) 포인트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일본 야후 쇼핑 홈페이지 전경.
일본 야후 쇼핑 홈페이지 전경.

국내 시장에선 아직 선보이지 못한 방안으로, 도입되면 갈수록 오르는 택배요금을 낮추고 화요일에 집중되는 택배 분류 및 배송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배현장에 숨통을 터 줄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택배산업 선발 국가인 일본 택배시장에서의 늦은 배송일 지정 배경과 효과, 그리고 국내 택배 물류시장에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빠른 배송 = 비용 상승’ 공식 보완, 늦은 배송 적절히 배합
일본 택배 현장에서 ‘늦은 배송일’ 지정에 따른 포인트 지급 방안을 선보인 배경에는 택배 현장의 부하를 분산시켜 서비스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일본도 택배시장에 주문이 몰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인 주말을 대상으로 실시해 고객이 늦은 배송날짜를 지정하면 최대 30엔(우리 돈 약 300원)의 포인트를 제공하는 전략이다. 이렇게 급증하는 주말 주문 물동량을 분산하는 방식은 택배시설의 접근성을 외곽으로 돌려 임차 비용을 낮추고, 인력을 적절히 배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서비스 역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한편 늦은 배송일 지정으로 택배 이용 고객의 51%는 늦은 배송일로 지정했다. 특히 30~60대 여성들이 대거 이 서비스를 선택했다. 이 서비스를 도입한 주인공은 일본의 야후와 아스쿨이 공동 운영 중인 인터넷 쇼핑몰 로하코(LOHACO). 익일 배송인 일상화된 서비스 보다 늦은 배송일을 지정하면 페이페이 포인트를 부여하는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한 것이다.

이 같은 전략은 특정한 날 주문량 급증에 따른 택배 과부하를 분산시킴으로써 서비스 효율을 높임과 동시에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다. 국내의 경우 주말 내 주문한 물량이 월요일에 집중돼 전국 택배 허브터미널에 모이고, 화요일 배송물량이 급증해 ‘화요병’을 겪게 하는 물류현장 과부하를 효과적으로 분산할 수 있는 대안인 셈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올리브영은 당일배송 혹은 빠른 배송을 표방, 고객몰이에 나서는 것과 정반대 전략인 셈이다. 반면 유아·아동용품, 일용품 등 당장 필요한 것은 빠른 도착일 지정 수요가 많아 상품에 따라 배송 지정일이 나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빠른 배송 수요는 쿠팡이 최초로 선보인 로켓배송을 떠올리게 한다. 

택배물량 과부하 해소, ‘늦은 배송일’ 원한 영업점 과반 넘어
늦은 배송이 새롭게 주목받는 배경은 다름 아닌 물류 효율화 때문이다. 물류서비스 측면에서 배송일을 분산시킴으로써 일선 영업소가 희망하는 출하 평준화를 가능케 할뿐 아니라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일선 택배 영업점 이 모 대표는 “늦은 배송일이 지정되면 택배기업 본사도 월요일에 집중되는 물량을 분산해 ‘화요병’에서 탈피할 수 있으며, 일선 택배 대리점 역시 화요일에 집중되는 배송물량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다”며 “고객들 역시 일정 포인트를 얻을 수 있어 모두에게 ‘윈-윈’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택배대리점 설문조사(777개 점포, 2022.09.14.~22)에 따르면 택배상품 출하 압박을 느껴 ‘늦은 배송일’ 지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다고 응답한 곳이 과반인 55%에 달했다. 또 고객 설문조사(1,116명, 2022.9.26~28)에서도 늦은 배송일 지정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한 비율이 91%로 나와 압도적 우세를 나타냈다. 따라서 늦은 배송일 지정은 일선 택배대리점과 소비자 모두에게 호평을 받는 서비스로 보인다.

이 같은 결과로 일본 야후와 아스쿨은 향후 ‘늦은 배송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야후와 아스쿨은 일반 상품과 식품 이외 가전과 패션 등 취급하는 모든 점포에 대한 늦은 배송일 지정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향후 관련 서비스에 넣을 제품군들도 적극 물색에 나설 방침이다. 

빠른배송 수익 갉아 먹는 요인, 차별화된 배송 전략 고민해야
일본의 늦은 배송일 지정일 도입에서 우리 유통 물류업계가 벤치마킹해 볼 항목 있다. 바로 유통상품 별 물류전략을 지금처럼 천편일률적으로 ‘빠른 배송’에서 탈피하는 일이다.

빠른 배송은 물류비용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물류서비스의 탄력적인 사고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굳이 빨리 배송하지 않아도 될 상품은 외곽 물류거점으로 빼 적정한 재고관리를 통해 천천히 통합해 배송하고, 당일 배송제품과 고객들의 요구에 따라 빨리 배송해야 할 상품은 도심 내 혹은 인근에 탄력적인 배송거점을 통해 물류비용을 최적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편의점 택배의 급성장도 국내 택배기업들이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도어 투 도어’의 전통적 택배서비스 경쟁에서 벗어나 편의점들을 거점으로 하는 배송 시스템을 고려하고, 익일 배송 탈피하는 서비스도 벤치마킹 할 여지가 있다. 특히 기존 편의점 상품 배송차량의 빈 공간을 늦은 택배배송상품을 적재해 혼용 운송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운송비용을 낮추고, 택배가격도 저렴하게 해 고객 호응을 이끌어 낸 점도 지금의 레드오션 택배 배송산업을 차별화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한국물류시스템연구원 조윤성 대표는 “똑같은 배송시스템으로는 서비스 차별화도, 수익 개선도 어려운 시대를 맞고 있다”며 “고객이 모두 빠른배송을 선호하는 것은 아닌 만큼 속도전의 유혹에서 벗어나 유통 상품 별로 배송전략을 새롭게 짜야 비용을 최적화하고 고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물류서비스 시장에 늦은 배송은 저렴한 도심 외각에 물류거점을 둬도 무방하다. 하지만 당일배송과 6시간 혹은 익일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수도권 인근이나 도심 내 높은 임대료를 지불해야 하는 물류거점이 필요하다. 즉 물류비용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빠른 배송속도가 오히려 유통 물류기업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칼날로 작용할 수 있다. 일본의 사례처럼 국내 유통 물류업계도 탄력적인 물류배송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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