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방식 전격 전환, 물류정보 IT화로 끊김 없는 배송 방식 도입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일본이 타 업종과 비교해 턱 없이 낮은 화물차 운전자들의 급여와 긴 노동시간으로 구인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유사한 상황을 맞고 있는 대한민국도 일본 물류시장의 해법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당장 일본처럼 트럭 운전자 구인난과 고령화에 직면해 있진 않지만, 조만간 더 혹독한 상황을 맞을 수 있는 만큼 현 일본 육상운송시장의 해법 찾기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육상운송 물류시장이 혹독하게 겪고 있는 육상화물운송 물류현장의 노동환경과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해법을 살펴보고,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국내 화물운송시장의 대안도 찾아봤다.

일본 신주구 도심배송을 위해 주차된 화물차량 전경.
일본 신주구 도심배송을 위해 주차된 화물차량 전경.

 

극심한 인력난ㆍ고령화로 몸살, 낮은 임금 노동환경 악화가 원인

일본의 육상화물 운송물류시장에서 극심한 인력난과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다는 소식이 전해진지는 벌써 오래다. 이미 지난 2017년 일본 택배기사들의 경우 장시간 노동과 잔업수당 미지급등으로 어려워진 시장의 혹독한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일본은 최근 택배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여기다 육상운송 화물차 운전자들 역시 타 산업군 근로자들과 비교해 열악한 업무환경으로 논란이다. 우리로 치면 고용노동부와 같은 일본의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대형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노동시간은 2580시간에 달한다. 이는 일본의 전체 산업 군 노동시간 평균보다 2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반면 연 소득은 고작 457만 엔(한화 4400만원)에 그쳐 평균 임금수준에 10%나 낮다. 따라서 물류인력 부족은 긴 노동시간과 낮은 임금 등 열악한 환경과 고령화에 따른 구인난 여파에 따른 것이다.  조만간 맞을 우리 미래상인 셈이다.

한편 이렇게 열악한 노동환경과 시장 악재와 반대로 일본의 이커머스 시장은 말 그대로 활황세다. 이에 따라 온라인 주문이 급증, 소액 소량 배송물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일본 물류시장 특성이 화물차량의 적재량의 경우 소량 배송물량 증가에 따라 적재효율은 낮고, 이에 따른 물류 효율은 떨어진다는 점이다. 여기다 택배 소비자들이 집에 없을 경우 무료로 2회 이상의 재 배달해야 하는 상황도 빈번해 물류기업 입장에선 추가 물류비용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택배배송 화물 중 15% 정도가 재 배달되는 상품으로 택배업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화물차 운전자들의 노동시간 역시 전 산업 평균 인 300 시간을 상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화물차량 운전자 부족은 현실화되고 있으며,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2019년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 법안’에 시간외 근로 상한선을 설정, 위반 사업자를 처벌하기로 했으나, 관련 업계의 반발로 운송물류업종을 비롯해 건설업, 의료업의 경우 2024년 3월까지 유예한 상황이다. 반대로 국내 산업시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기업 우선주의 표방에 따라 주 69시간 근로가 가능해진 상황이다. 

일본 사가와 택배 배송기사 전경.
일본 사가와 택배 배송기사 전경.

 

화주업계, 물류환경 악화 상황 인식 못해, 악화된 물류시장 방치

문제는 일본 화주업계 역시 이 같은 물류환경 악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본 경제산업성·국토교통성·농림수산성이 지난해 9월 공동 발표한 ‘물류 환경 변화와 대처 상황’에 따르면, 업계 전체의 50% 정도가 현재 겪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다가올 2024년 문제로 ‘인력 부족’(30.7%), ‘대응 비용 증가’(36.9%) 등 각각의 응답이 30%를 넘었고 이들 어려움에 대한 영향은 피부에 와 닿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NTT 데이터 그룹 산하 쿠니에사의 2030년 화물차 운전자 부족 상황이 5.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최근 몇 년간 일본 고용시장이 유례없는 호황기를 맞으면서 근무환경이 나쁜 물류시장을 떠나 더 낳은 여건의 직종으로 이동하고 있는 점이다. 이에 따라 남은 택배시사들의 평균 연령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일본 물류업계가 택배기사들의 급여를 인상하지 못하는 이유는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이하, 화운법)이 시행된 1990년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역시 화운법이 시행되면서 운송물류 시장 진입이 쉬워졌고, 결과적으로 1990년 약 4만개였던 운송업체 수만 2007년 6만3000개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시장 경쟁자가 늘어나자 운송 운임은 낮아졌고, 노동환경은 상품을 검품하고 대형 트럭 리프트로 창고로 운반하는 등 업무영역을 무리하게 넓혀 노동환경을 악화시켰다.

이 같은 상황은 2004년 화물연대 파업원인 때처럼 국내 육상화물 운송물류시장과 유사하다. 일본 육상운송시장이 악화됐지만, 야마토를 비롯한 대형 택배 3사의 최근 10년간 평균 배송료 추이는 지난 2014년과 2019년 소비세 인상분 5%를 제외하고 크게 오르지 않았다. 업계 1위 야마토가 큰 폭으로 배송료를 올린 2017년도 아마존 재팬과 같은 법인 고객에 대한 가격 인상하고 나서야 큰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플레이어 증가로 노동환경은 악화되고, 평균 노동인력은 급속도로 늙자, 극심한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물류업계가 새로운 돌파구 찾기에 몰두하고 있는 셈이다. 

일하는 방식 전환 · 물류정보 IT기술에 접목해, 업무 효율이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일본 육상운송 물류업계가 구인난과 고령화, 노동환경 악화 등을 개선하기 위해 선택한 해법은 현재 일하는 방식의 전환과 물류정보의 디지털화 다. 기존의 일하는 방식을 전향적으로 바꾸고, 바뀐 일 방식을 최적화하기 위해 물류관련 정보 전달루트를 IT 시스템으로 커버하는 방식이다. 

일본 물류업계는 화물차 운전 근로자들의 노동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화물 하역 대기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물류 EDI’를 도입했다. 일본의 “플래닛사는 운송화물의 사전 출하 정보를 통지(ASN)하는 기반의 ‘물류정보 디지털화’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각종 물류정보 입력을 전자화하는 기술적 도구도 제공할 계획이다.

과연 일본 운송물류시장은 어떤 변화를 맞을까? 결국 일본 물류시장 난제 해법으로 떠오르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다. 이는 상품과 서비스 및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해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활동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인력 부족과 화물차량의 적재 효율 저하, 재 배달 증가 등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전 일본트럭협회는 2018년 발표한 ‘트럭 운송업계 일하는 방식 개혁 실행 방안’에서 트럭 운송업계가 일하는 방식을 개혁해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려면 하역 대기시간 및 하역 시간 단축과 작업 효율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 하역 대기시간은 화주나 물류시설 사정에 따라 운전자가 대기하고 있는 시간을, 하역 시간은 화물트럭에 상품을 적재하거나 하차하는 시간으로 물류창고 혹은 야적장 등에서 입출고하는 시간을 말한다. 운전자 들의 구속시간(拘束時間)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 두 종류의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시간외 근로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화주들의 물류비용도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일본 육상운송 업계는 상품 수주에서부터 배송에 이르기까지 전표 전자화와 IT를 활용한 재고관리 고도화에 나서고 있으며, 향후 물류업자뿐 아니라 운송현장 전체를 연결하는 시스템 구축, 물류 EDI 활용 업무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야마도 택배 배송기사 전경
일본 야마도 택배 배송기사 전경

 

종이서류 없애는 시스템 도입, 설비 및 장비 공유화에도 적극 나서

일본 플래닛(PLANET)은 ‘물류 전자데이터교환(Electronic Data Interchange, EDI) 활용 업무 개선’을 제안 했다. 이는 기업 간 거래(B2B) 거래 수발주서, 청구서 등 의 리스트를 통신회선/인터넷을 통해 전자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이다. 또 플래닛은 EDI로 일용품 업계의 제조업체 및 도매업 간 상품 정보 데이터 교환이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지원해 온 기업이지만, 이를 응용해 트럭 운송 등 타 부문 사업자의 데이터 교환을 통해 물류 효율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물류업계 뿐 아니라 산업계 전체가 EDI 시스템 도입을 통해 일체화 되어야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플래닛은 사전출하통지(Advanced Shipping Notice, ASN) 기반한 ‘물류정보 디지털화’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각종 정보의 입력을 전자화하는 기술적 도구도 제공할 계획이다. ASN은 상품을 실제로 창고에서 출하한 시점에서부터 상품 관련 정보를 전송하는 시스템으로 관련 데이터를 제조업체와 도매업체 및 물류사업자가 공유, 발주에서부터 납품에 이르기까지 상품의 흐름이 가시화하고, 관리력을 향상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종이 문서를 폐기하고, 무 서류화(paperless)로 진행, 시간 단축은 물론 종이 전표출력 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도매업체들은 상품 납품 정보 대조 정밀도를 높이고, 내부 작업이 줄어 노동 생산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 육상운송업계는 기업이 개별 운영하던 창고와 설비를 타 기업과 개인 모두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 공유화하는 방안도 적극 모색하고 있다. 이 역시 이용자와 시설을 공유함으로써 인터넷과 같이 촘촘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다. 이에 따라 운송거리를 줄이고 설비 가동률을 높여 물류효율화를 이루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결국 일본 물류업계가 당면한 3중 파고를 넘는 해법은 IT시스템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이를 기반하는 물류정보를 공유하는 동시에 일하는 방식을 전환해 물류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의 물류기업들은 더 이상 현재의 낮은 운임과 근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어 경쟁력을 잃고 있는 반면 최적화된 물류서비스가 절실한 화주기업들은 선택할 물류기업들이 점점사라지면서 막다른 골목에 찾은 대안은 상생이다. 이미 적과의 동침과 물류시설 및 정보를 공유화하는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벤치마킹 할 때다. 물류기업에게 지불하는 운임을 낮추는 방식으로 해법을 찾을 게 아니라 이제 물류기업과 화주기업이 함께 경쟁력을 찾을 수 있는 상생 대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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