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말 맞을까? 가격 인상분 배분 ‘불공정’논란 확인해 보니...

2022년 1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앞 파업 전경.
2022년 1월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앞 파업 전경.

 

최대 택배성수기인 구정 연휴를 끝내자마자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 이하 택배노조)가 쟁의권 있는 조합원 1600여명과 함께 26일(목)부터 부분 파업을 선언, 생활물류시장 파행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택배이용이 많은 온라인 유통기업 및 일반 고객들의 불편도 불가피해 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부분 파업 예고의 경우 최근 CJ대한통운을 필두로 택배기업들의 가격인상 분이 배송기사 몫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명분 때문. 따라서 인상된 택배가격에 대한 공정 배분 진위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약 택배노조의 주장대로 불공정 분배일 경우 부분 파업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반면 인상분에 무리한 잣대로 불공정 분배를 들어 파업에 나설 경우 화물연대 그 이상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문제는 택배가격이 택배상품의 무게와 크기 별로, 또는 택배기업 별로도 천차만별이어서 정확한 원가 계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다 최근 잇달아 인상되고 있는 택배가격이 택배기업과 배송근로자, 그리고 허브 터미널과 서브 터미널 간선 운송회사 모두에게 공정 배분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도 쉽지 않은 난제다. 따라서 택배노조 입장에서 제단 한 수익률 불공정 표명은 자칫 파업동력을 떨어지게 하는 요인일 수 있다. 

생활물류산업 대표 격인 택배서비스의 부분 파업이 실행 될 경우 설 명절 후 택배후방 유통물류시장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확한 팩트를 체크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택배노조와 기업들 중 누구의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지 점검은 가능하다. 택배노조의 향후 부분 파업 당위성에 희비도 전망해 봤다.

택배노조, 3차례 가격 인상에도 배송기사 수입 안 늘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이 21년 4월, 22년 1월에 이어 올해 1월1일부터 택배가격을 매년 인상하면서 배송기사들의 처우개선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사실 택배서비스가 선보인지 올해로 30년을 맞지만 사업초기 몇 년을 제외하면 택배요금은 치열한 시장 경쟁 덕분에 매년 하락세를 보여 왔다. 지난 22년간 단 한 차례도 인상하지 못하고 하락만 한 셈이다. 따라서 택배노조의 파업카드는 매번 택배 가격인상에 따른 가격 정상화를 찾아가는 길목에서 불가피한 과정으로 보인다.  

한편 택배노조는 지난 20여 년 동안 누적된 택배현장의 피로감으로 일선 배송기사들의 과로사 추정의 사망사고가 이어졌고, 노사정의 사회적 합의를 이루면서 본격적인 가격인상에 나섰음에 대한 보상 요구다. 노조 덕분에 가격인상에 나섰음에도 배송기사들에 대한 배려 부족을 개선해 달라는 과정에서 파업외엔 다른 카드가 없는 셈이다. 특히 택배가격 정상화의 물고는 택배터미널 분류비용을 별개 비용으로 하면서 부터다. 따라서 택배가격 인상은 단순 가격인상이 아닌 정상화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택배회사도 그 동안의 피로감을 인상된 택배가격으로 보완하고, 택배현장의 노동 강도도 완화되고 있는 과정이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그 동안 배송근로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1년 반 동안 3번이나 가격 인상에 나섰고, 금액만 1개 당 400원에 육박한다”며 “CJ대한통운 연간 물량이 18억 박스 가량임을 감안하면 연간 7,200억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지적한다. 이 같은 노조 주장에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의 최저임금 인상, 간선차량 비용 상승, 수천 억원의 투자비용 등을 요금인상의 명분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위한 인상분” 이라고 반박한다.

반면 택배노조는 “증권사들의 분석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만 연간 6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반해 정작 택배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삭감을 보전할 방안은 전무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이번 택배요금 인상에 따른 배송기사의 수수료 인상은 고작 박스 당 4~5원, 월 2~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택배업계는 이 같은 주장에 여전히 논리와 명확한 데이터 부족을 꼬집는다.

한편 석유공사에 따르면, 22년 1월 리터 당 1,454원이던 경유 가격은 22년 6월 2,089원까지 치솟은 뒤 22년 12월 1,783원 수준에서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이로 인해 택배기사들은 1년 간 매월 2~30만원의 경유가 추가부담과 식대 등 전 방위 물가상승에 따른 추가부담 등으로 실질임금 하락을 감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택배노조의 이번 부분 파업의 명분은 ‘사회적 합의를 이용해 높아진 수익을 택배회사만 누리고,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 외면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정상화하고, 실질임금 삭감 보전과 20년 간 그대로인 급지수수료 인상해 달라’는 요구다. 

택배가격 분배율 이미 확정, 일률적 불 공정 배분 단정 못해

택배노조는 지난 17일 ‘최근 3년간 택배기업들의 가격 인상에도 불구, 공정 배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업을 예고했다. 반면 택배회사들은 ‘추가되는 택배 분류비용을 비롯해 지속적인 자동화 시설투자비와 각종 시스템 비용 등 서비스 전반에 소요되는 운영비 상승에 따른 불가피한 가격 인상이며,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은 이미 마련되어 있는 택배본사와 간선운송사, 대리점, 배송기사 간 분배비율 대로 공정히 나누고 있다’는 주장이어서 양측의 주장도 엇갈린다.

누구 주장이 맞는 걸까?
 
통상 택배가격 산정은 각각의 택배회사별로 각기 다른 구조를 갖고 있어 천편일률적인 방식으로 재단하긴 쉽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택배노조 주장대로 획일적인 계산방식으로 인상된 가격에 대해 1개당 배분율이 불공정하다고 단정지울 수 없다는 게 택배업계 전반의 해석이다. 특히 대다수 택배 노조원들이 소속되어 있는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여타 택배회사들의 경우도 기업 별로 수수료율이 다르고, 중량물 택배 및 이형화물을 취급하는 경동, 대신택배등의 정기화물 택배기업들과 서류 및 기업 간 택배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등이 각각의 화물특성에 맞게 수수료율을 정할뿐 아니라 지역별로도 천차만별의 수익 분배율을 가지고 있다.

여기다 전국 지역별로도 다르고, 서울지역에서도 단독주택이 많은 서비스 난제지역 대리점과 배송기사 몫 수수료 역시 각각의 상품 특성에 맞는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택배노조가 주장하는 택배가격 인상분에 대한 분배율 획일적 계산법은 이런 점을 간과해 일률적으로 재단해 파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 택배노조가 빠트리고 계산에 넣지 않은 항목이 있다. 대다수 택배회사들이 채택하고 있는 ‘최저 배송수수료’가 바로 그것. 택배 1개를 배송했을 때 배송기사 몫으로 확정해 지급하는 기본 수수료 수익이다. 통상 CJ대한통운은 최초 택배가격에 상관없이 700원 가량이며, 한진과 롯데택배의 경우 약 800원 가량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1개당 택배가격이 1600원이라고 가정하고, 배송 수수료율을 40%로 정했다면 배송수수료는 640원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택배회사들은 최저수수료 보다 적게는 60원, 많게는 160원을 더 지급하고 있다.

통상 작고 가벼운 상품에 대해 낮은 수수료에 따른 배송근로자 몫이 낮아 대부분의 택배회사들은 낮은 수수료를 일률적으로 높여 최소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작고 가벼운 상품에 대한 반강제 수수료 인상으로 보전해 주는 셈이다. 또 가격이 인상되면 이에 따른 수수료 배분의 경우 통상적으로 규정된 배분비율 구조로 나누게 된다.

그럼 부분파업을 예고한 CJ대한통운의 가격 인상분이 과연 공정하게 배분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 현재 택배서비스를 의뢰하는 화주가 지불하는 금액을 100을 기준 해 개괄적인 분배율을 보면 택배회사 20%와 간선 운송운임(11%) 몫은 약 31%, 대리점의 수익과 일선 배송기사 수수료는 집하수수료 15%, 배송수수료가 40%정도로 나눠진다. 나머지 14%는 택배터미널 상하차 분류비용으로 소요된다. 상품별로, 지역별로 분배되는 비율이 다르지만 한진택배와 롯데택배등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또 하나의 변수 정부, 노사 갈등을 소비자 피해로? 

이번 택배 부분파업 예고 변수로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은 정부의 노동시장 강경 대응 트렌드다. 화물연대 파업이후 정부는 민주노총 압수 수색과 공정위 고발 및 노동조합의 대북세력과의 협력 등 전 방위 노동시장 압박 기조를 높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택배노조의 부분 파업에 명확한 명분이 부족할 경우 향후 택배노조의 입지를 더욱 좁혀질 수 있다. 일부에선 노사 간 갈등에서 최종 피해자를 소비자들과 유통산업계의 몫으로 남긴 점은 택배노조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화물연대에 들이댄 논리를 택배노조에게도 적용할 경우 향후 노조 운영 동력은 크게 퇴보할 수 있다. 여기다 택배산업을 둘러싼 여러 관계자들의 계산법도 복잡해 질 전망이다.

택배기업들 역시 각종 비용 상승과 지속적인 서비스 업그레이드 투자비용을 점진적인 가격 인상으로 보완하는 과정에서 택배노조의 부분 파업카드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또 택배회사와 택배 노조사이에 자리한 일선 영업소들의 입장도 이번 부분 파업을 앞두고 복잡한 계산에 들어갔다. 

당장 일선 택배 영업소들은 가격 정상화에 따른 고객 이탈로 집하물량 감소를 우려하고 있으며,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에 대해 걱정이다. 일선 영업소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기악화로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 파업에 이어 또다시 반복되는 파업은 택배산업 모두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리점연합은 “지난해 3월 노조가 공동합의문을 작성하며 파업을 끝내기로 약속한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똑같은 패턴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며 “당시 불법점거와 폭력사태, 장기간 파업을 이끈 ‘강성 지도부’가 또다시 조합원들을 부추겨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밝혔다. 

이처럼 택배노조의 부분 파업예고는 택배산업 관계자들 간 복잡한 속내를 밝히면서 어디로 튈지 모를 럭비공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택배노조의 주장대로 고작 박스 당 4~5원, 월간 2~3만원 정도 만을 배분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계산법 부재 다. 택배노조의 분배율 계산 방식은 택배회사들의 최저수수료로 지급한 비용은 빼고, 지금까지의 천문학적 투자비와 향후 투자비에 대한 비용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만큼 단순 계산방식의 불공정 분배율만으로 파업에 나설 경우 여론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택배업계 한 원로는 “지금은 파업에 나설 때가 아니라 지속적인 택배가격 정상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문제는 정부가 노사 간 분쟁의 원활한 중재자 역할을 맡아줘야 하는데,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악화 상황에서 택배 노조뿐 아니라 택배회사, 고객 모두에게 부담과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하다. 더 큰 문제는 해법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각각의 주체별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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