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실행 가능한 합의안 절실, 공정한 논의기구 먼저 만들어야

 

택배시장에서 해결해야 할 각종 현안은 그 동안 노사정이 함께 자리해 충분한 논의를 거친 만큼 대부분 외부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이미 논의된 각종 노동현안을 어떻게 공정하고 공평하게 풀어내느냐 다. 

지난해 사회적 합의 주요 내용은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투입하지 않는다’, ‘만약 분류작업에 투입하는 경우 택배수수료와 별도로 분류수수료를 지급 한다’, ‘택배기사의 주간 작업시간은 60시간 이내로 한다’, ‘2022년 1월부터 적용 한다’ 등이다.

하지만 여전히 이 같은 합의 내용은 현장 곳곳에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택배파업 원인 역시 여기에 기인한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해법은 ‘사회적 합의안’ 도출이 아니라 이를 택배현장에서 실행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법과 제도로 명문화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택배사업 원 사용자 논란, 이번 기회에 명확히 해야 향후 논란 없어

이와 함께 법과 제도로 명문화해 할 것이 또 있다. 매번 택배노조와 택배기업들 사이에서 논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가장 큰 숙제는 택배사업의 원래 사용자가 택배회사인지 아니면 일선 대리점(영업소)인지에 대한 논란이다. 따라서 향후 택배기업과 택배근로자들 사이에서 ‘원 사용자’에 대한 규정 역시 정치권에서 먼저 명확히 구분지어, 추후 논란의 싹을 자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특히 택배서비스 제도와 법을 다루는 국회와 정부가 더 이상 노사 간의 눈치 보기를 하지 말고, 법이나 행정명령 등으로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노사정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지금의 파업을 부른 불명확한 ‘사회적 합의’로는 언제든 파업 재발을 할 수 있는 만큼 법으로 강제할 제도화와 법적 명문화가 절실하다. 

이와 함께 택배시장의 노사간 근본적인 시각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도 뒤 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 택배산업의 현장을 먼저 면밀히 점검하는 중립적 기구 구성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여기다 이번 파업의 경우 택배노조가 제기한 현장의 인력지원과 사회적 합의의 시행과정에 대한 불신 역시 큰 만큼 기존 1개당 170원의 가격인상이 아니라 근본적인 택배요금 현실화 방안 마련도 절실하다.

한국물류시스템연구원 조윤성 대표는 “택배현장 문제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안을 마련한 것이 문제”라며 “택배서비스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기업들이 겪는 애로점을 먼저 면밀히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근로환경 개선 방안을 마련한 뒤 사회적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중립적 택배합의 기구 구성이 절실하다. 

한편 택배가격에 대한 정확한 원가구조도 중립적 기구 안에서 논의해야 한다. 택배사업자로 1개당 택배가격 원가구조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의 가격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범용한 조사와 논의도 뒤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고작 2~3km를 배송하는 음식 배달비도 최소 3천원에서 많게는 1만원에 이르는데, 전국으로 배송되는 택배화물 운임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여전히 2천원 이하 가격도 많다”며 “근로시간을 줄이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택배요금 현실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차 합의문에서 택배화물에 대한 분류인력 투입과 택배근로자들의 노동시간 감축 원칙에 합의안에 대한 논의도 원점에서 재 논의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합의문에 노사 간 ‘노력 한다’고만 명시되어 있는 문구의 경우 아무런 강제성 없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모호한 문구가 향후 노사 간 이견으로 확대되고, 파업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당시 논의해 합의된 사회적합의 사항은 ‘구체적인 실행 안’과 ‘이를 어겼을 때 벌칙’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의안 도출에 급급하지 말고, 공정하고 합리적 논의기구 만들어야

결국 노사간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합의안 발표에만 급급한 자세에서 탈피해야 한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 교수는 “택배산업에서도 육상운송시장에서처럼 12명 정도의 노사정 합의기구 구성을 통해  안전운임처럼 합리적 택배가격을 찾고, 근로시간 조정과 노동환경 개선 방안을 치열하게 논의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서 도출된 결과물을 통해 원활한 배송인력 구인과 분류작업에 필요한 인력 수급이 가능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배파업이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노사간 앙금과 파행의 불씨는 살아있어 파업은 언제든 재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파업은 마무리 됐지만, 향후 노사간 부속합의서를 논의, 오는 6월30일까지 협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협상 기간까지, 언제 어떻게 양측의 대립이 재현될 수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이 노사 모두 실익은 없이 고객들의 불편만 가중한 소모적 행위였다”며 “노사 모두에게 가장 아픈 상처만 남는 파업으로 기록된 만큼 이번 계기를 통해 보다 법적인 제도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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