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되는 시장에 재 논란 불 지펴, 대법원 결정까진 소모적 논쟁 계속 돼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 간 단체교섭과 관련, CJ대한통운(원고)이 제기한 행정소송이 원고 패소됨에 따라 향후 택배업계와 산업계 모두 폭풍 전야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소송 결과는 단순히 택배업계의 단체교섭권 확보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최종 대법원 결정에 국내 산업시장 관계자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당장 소송 결과를 바라보는 택배산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말그대로 동상이몽이다. 각각의 주체별로 이번 결과에 따른 입장을 정리하고, 향후 산업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 봤다.

 

택배 노사 안정화되는 현장에 이번 판결, 새 갈등요소 될 것

1월 12일 행정법원은 CJ대한통운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노동행위구제 재심 판정에 대한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CJ대한통운 측 패소를 판결했다. 소송 결과에 대해 CJ대한통운은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1심 판결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우며, 판결문이 송부되는 대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항소할 계획”이라고만 짧은 입장을 밝혔다.

반면 택배노조는 “상식에 근거해 내려진 법원의 판결을 환영 한다”며 “택배노조는 이미 2017년 노조 필증을 받고도 6년 동안 택배서비스 주체인 CJ대한통운 원청과 제대로 된 교섭을 못한 만큼 이번 판결로 진짜 교섭의 주체인 대표가 책임 있게 나와 자신들의 사업의 손발을 담당하는 배송기사들의 대표인 노조와의 대화와 교섭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양측의 입장이 180도 다른 방향으로 갈린 셈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시각도 각각의 입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 택배사업자 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판결은 명시적·묵시적 근로계약 관계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단체교섭 당사자를 판단해온 기존 대법원의 판례와 상반 된다”며 “택배·물류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택배기업들의 대표 겪인 택배사업자위원회는 이번 판결이 일반 산업 현장과는 전혀 다른 택배산업의 구조와 특성을 충분히 감안되지 않은 점에 대해 아쉬움을 밝혔다. 

택배위원회 배명순 실장은 “택배업 계약구조는 택배회사가 일선 대리점과 권역에 대한 택배 집하, 배송업무를 위한 위수탁 계약을 맺고, 대리점 대표가 택배 배송기사와 담당구역에 대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이뤄져 있다”며 “이 같은 계약관계로 실 서비스 주체는 대리점 사장이며, 원청으로 지목받는 택배회사가 택배기사와 계약기간, 배송구역 등 계약조건과 관련된 협의를 진행할 경우 일선 택배대리점의 고유 권리인 경영권을 무력화시킬 우려가 있으며, 현행법상 하도급법, 파견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현행 노동조합법에서도 원청과 하청노조 간의 교섭절차 진행은 불가능하다.

한편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은 “원 하청 단체교섭은 대리점 경영권 침해하는 행위”라며, 법원의 판결에 유감을 밝혔다. CJ대한통운 대리점 연합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일선 택배대리점 경영권과 대리점들의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판결”이라며 “택배현장의 현실과 생태계 전혀 반영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과의 교섭을 원할 경우 요구하는 내용은 대리점과의 표준계약서를 통해 규정한 계약기간, 배송구역, 수수료율 등이 된다”며 “이런 내용을 원청과 교섭을 통해 변경하면, 대리점 고유의 경영권을 침해받게 되며 대리점과 택배기사 간 체결한 표준계약은 무력화될 수밖에 없다”고 이번 판결에 안타까움을 밝혔다.

실제 지난해 8월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택배기사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노총 택배산업본부와 표준단체협약(사진)을 체결한 바 있다. 특히 지난해 3월에는 택배노조와 공동합의문을 작성, 2개월 넘게 이어온 명분 없는 택배노조의 파업을 마무리하는 등 현장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다. 대리점연합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연착륙하고 있는 택배현장의 갈등을 다시 촉발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다”며 “지난해 장기 파업과 같은 일이 또다시 반복돼 국민 불편을 초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 판결 전까지 양측 갈등 불가피, 전체 산업계도 우려 커

산업계 전반에선 이번 행정소송 판결이 원청 기업의 사용자성을 무리하게 확대 해석해 판결 당사자인 택배산업계 전체 뿐 아니라 국내 전 산업시장에 커다란 혼란을 불러올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장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는 생활물류산업으로 자리한 택배뿐만 아니라 산업의 동맥인 물류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 향후 후 폭풍도 걱정거리다. 특히 지난해 택배노조는 원청인 CJ대한통운과의 교섭을 요구했다 이뤄지지 못하자 전국적인 총파업과 더불어 급기야 폭력 행위까지 벌여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결국 택배노조는 4차례에 걸친 총파업 동안 소비자를 볼모로 삼아 불편과 소비자 피해를 양산했으며, 소상공인들의 상품판매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등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끼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빌미로 하청노조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에 다시 힘이 실릴 경우 택배업 뿐 아니라 물류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법정공방, 파업 등으로 수많은 물류현장에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일부에선 이번 판결로 또 다시 막무가내 식 일방적 교섭 요구에 나설 경우 지난해 2월 때처럼 아무런 소득없이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시영 아주대 물류대학원 겸임 교수는 “이번 판결은 겉으로 보면 택배노조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향후 택배산업뿐 아니라 전체 산업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결이어서 노조의 겸손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 교수는 “CJ대한통운 역시 이번 판결을 단순히 법적으로만 해결하려 자세를 버리고, 노조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상생할 수 있는 전향적 노력이 필요할 것”라고 말했다. 

한편 택배현장에선 이번 판결로 한동안 논란을 계속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의 당사자인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전체 택배산업계가 이번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를 어떻게 취할지도 관심거리다.

한가지 분명한 건 시장의 안정화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CJ대한통운 뿐 아니라 전체 택배사업자들의 경우 택배노조 덕분에 과도한 노동현황을 소비자들에게 알렸고, 20여년 동안 가격 경쟁으로 피폐해진 택배가격 인상도 명분을 찾았던 만큼 소모적인 법정싸움에만 골몰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택배 원청과 대리점, 그리고 택배근로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열린 마음으로 찾아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재 택배시장 전반에선 글로벌 경기 불안정과 금리인상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녹녹치않은 경영환경 하에 노사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분투하고 있는 만큼 노사정 모두의 상생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극한 대립은 매번 악수를 두게 되고, 그 결과는 모두가 손해를 입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한다. 따라서 무엇이 최선인지는 모두가 알고 있는 만큼 대화의 상대를 배려하는 진심이야 말로 시장의 난제를 푸는 최선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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