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해야 할 진짜 택배 ‘문제들’ 미룬 게, 1년 4차례 파업으로

 

2020년부터 논의되던 생활물류발전법(이하, 생물법)이 지난해 1월 우여곡절 속에 제정되면서 택배산업계의 노사정 사회적합의기구서 논의된 합의안 도출은 30여년을 맞는 택배시장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이 과정에서 택배업계 노사는 치열한 주도권싸움을 벌였고, 그 결과 대외적으로 택배노조의 완승이란 평가를 받았다. 택배노조가 얻은 가장 큰 결과물은 택배노동자들에게 가장 고된 택배화물의 분류작업을 기존 노동자의 몫에서 택배기업의 책임으로 전환한 점이다.

노조, '택배 분류작업' 노동자에서 기업 몫으로 전환되는 결과물 얻어

 그렇게 택배산업현장에서 분류작업의 책임소재가 노동자에서 택배회사 몫으로 바뀌면서 택배노조는 일순간 전체 택배산업 배송근로자들에게 노동운동의 결과물을 내놓게 됐고, 노조의 필요성도 명분을 찾았다.

외견상으로 30년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가장 큰 짐을 해결한 덕분이다. 이렇게 택배노조의 노동운동엔 힘이 실리고, 노사간 주도권 싸움에서 승기를 잡은 노조는 최근 몇 년간 분류작업을 비롯해 과도한 노동으로 인한 배송기사들의 사망사고로 얻은 여론의 힘이 가장 컸다. 
 
문제는 택배노조가 분류작업을 택배회사의 몫으로 돌리고 난 뒤 이를 정확하고, 명확하게 매듭 짓지 않고, 그 뒤 정작 해결해야 할 또 다른 진짜 택배현장의 문제점까지 모호하게 마무리하면서 불씨를 남긴 점이다.

성과물에 도취해 정작 치열한 논의를 해야 할 논쟁 부분을 깔금하게  마무리하지 못했고, 실제 '사업주체에 대한 책임' 등 노사 간 진짜 갈등요인은 앙금처럼 수면 밑으로 가라앉혀 버린 것은 아쉬운 점이다.

결국 이 때문에 지난해 택배현장에선 무려 4차례의 크고 작은 파업 위협과 부분 파업이 끊이지 않았고, 끝내 지난해 연말 65일간의 지루한 파업으로 여론은 택배노조에게 등을 돌리게 되는 결과를 맞는다. 

그럼 지난해 구체적으로 어떤 계기로 4차례의 택배파업 혹은 파업 위협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택배화물에 분류작업 법률적 정리, 잠정적 결론만 내리는 불씨 남겨 

2021년 1월에 있었던 택배 1차 파업은 사회적 합의 논의 직후 최종 합의안 결렬로 인한 서비스 파행이다. 1차 합의안에서 택배분류작업이 택배기업 몫으로 합의했지만, 택배기업들은 “분류작업에 대해 ‘법률적으로 정리’하는 쪽으로 잠정 결론을 내렸을 뿐 합의한 사실이 없고, 따라서 합의내용을 파기했다는 노조 측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면서 노조는 파업에 나섰다.

이렇게 1차 파업 위협은 애초에 우려했던 택배기업들과 근로자들 간 첨예한 쟁점이던 분류작업에 대한 택배기업 책임을 다시 명시하는 댓가를 치룬 뒤 주간(6일) 최대 노동시간을 60시간으로 제한하는 등 택배기사 노동시간을 줄일 대책이 포함하면서 마무리됐다.

이어 2차 파업은 5월 대단지 아파트 택배차량 진입금지와 관련해 노조가 파업을 예고하면서 진행됐다. 결국 구체적인 파업일정은 내 놓지 않았고, 실제 파업에도 나서지 않았지만 여전히 대단지 택배차량 진입은 언제든 재발될 이슈로 자리하고 있다.

분류인력 공급 원활치 못해, 현실과 사회적 합의 내용 달라

3차 파업 위협은 1차 합의안 이행이 원활하지 못해서 다. 여기다 택배기사들의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는 노동환경에 따른 잇단 택배기사 사망사고도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택배노조는 또 다시 파업카드를 꺼내 들며 시장을 위협했다. 3차 파업 당시 택배노조는 분류작업에서 원활한 추가 인력을 투입을 요구한 반면 택배기업들은 하루아침에 인력투입을 원활히 할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해 달라고 해, 양측의 의견조율 실패가 또다시 파업카드를 꺼내든 원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65일 간 이어진 CJ대한통운 택배만을 대상으로 나선 파업은 택배가격 인상에 따른 초과 이윤을 CJ대한통운 홀로 독식한다는 이유를 들어 파업에 나섰다.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나머지 택배기업들은 30여 년 만에 택배가격 인상분을 고스란히 근로자들을 위해 지출하는데 반해 CJ대한통운만 일부 비용을 제외하고 전액을 회사의 수익으로 가져가고 있다”며 끝내 파업카드를 현실화 해 택배 최대 성수기 전 국민을 대상으로 불편을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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