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증가 둔화 예상 속 강력한 경쟁자 쿠팡, 불안한 노조 관계 등이 ‘변수’

새해들어 차례로 택배 가격을 인상한 택배업계가 예상보다 큰 물량 이탈과 변화에 당황해 하고 있다. 이는 소형택배뿐만 아니라 비정형 화물 및 중량물 산업택배시장도 가격 인상, 경제 침체 등으로 인해 물량이 큰 폭으로 하락해 택배산업 전반에 암운이 감돌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 가격 인상 후 예상과 다른 환경이 펼쳐서 모두가 당황하고 있다"며 "현재 시장점유율의 변화가 있지만 각 사의 적극적인 영업에 기존 시장점유율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번 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번 일로 인해 택배업계는 가격 인상을 두고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여전히 택배 가격 인상 요인이 많지만 물량 하락 우려에 가격 인상을 주저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업계는 이번 물량 변화에 주목해야하며 면밀히 분석하고 연구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택배 업계 선두인 CJ대한통운은 택배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및 안정, 다양한 서비스를 더한 차세대 시스템을 오는 6월 최종 오픈하고 주도권 잡기에 나선다.

코앞까지 온 쿠팡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 확대…‘기존과 다른 경쟁될 것’
택배업계가 가격 인상에 따른 물량 변화에 촉각을 세우는 이유 중 하나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쿠팡의 존재감 때문이다. 

쿠팡은 최근 자체 배송인력인 ‘쿠팡친구’의 소속을 배송 전문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로 이동시키는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쿠팡친구의 소속이 물류자회사 이전으로 완료되면 더딘 속도로 진행됐던 쿠팡의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은 현재 직매입한 제품에 로켓배송 서비스를 중심으로 일부 오픈 판매자를 대상으로 풀필먼트 서비스인 ‘제트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 확대에 나설 경우 판매자들을 두고 택배사와 쿠팡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이는 쿠팡의 롤모델인 아마존이 이미 걸어온 길이다. 아마존은 FBA (Fulfillment-By-Amazon)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페덱스와 UPS 등에 위탁했던 물량을 직접 배송하고 있다. 또한 현재 MCF(Amazon Multi-Channel Fulfillment)를 통해 판매자의 자사몰 등 아마존 이외의 다른 채널 주문도 처리하고 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한진택배에 위탁했던 월 360만개 가량의 택배물량을 자체 배송으로 전환했다. 한진은 물량이탈에 공영홈쇼핑 등 화주를 유치해 일부 물량을 보완하는 등 적극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택배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매년 오르는 택배비에 부담을 느낀 판매자들이 쿠팡으로 이탈할 것이다. 중소 이커머스 사업자들이 이탈할 경우 기존 택배 기업 물량 감소 및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물류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풀필먼트 서비스 사업 진출이 본격화하면 판매자 입장에서는 선택지가 하나 늘어나는 것이다. 안정적이고 다양한 배송서비스, 다수의 충성고객이 확보된 쿠팡의 선호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택배업계는 지금보다 쿠팡과 더욱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쿠팡의 높은 풀필먼트 서비스 수수료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공격적인 마케팅과 매출 증대 효과 등의 홍보를 통해 택배업계에 위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쿠팡은 지난해 로켓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2,99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했다. 가격 인상에 따른 기존 가입자 대규모 이탈 등의 우려와 달리 오히려 8년 만에 오랜 적자에 늪에 빠져나와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쿠팡 회원은 로켓와우에 가입할 경우 무료배송, 30일 무료 반품은 물론 로켓프레시(새벽배송), 당일도착/익일새벽 도착 등의 서비스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물류 인프라 투자 및 노조와 관계 더욱 중요해져
택배업계는 쿠팡의 빨라지는 풀필먼트 서비스 시장 진출 외에도 분류자동화 등 물류 인프라 추가 투자, 노조와의 관계 등도 향후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익일배송) 시작 이후 전국을 ‘쿠세권(쿠팡+역세권)’을 만들기 위해 물류자동화, AI 로봇 등 물류 인프라 및 기술 혁신에 투자에만 약 6조2,000억 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 인구의 약 70%가 쿠팡의 물류센터 배송 가능 반경 10분 거리에 거주하고 있다. 

택배 빅3 기업들도 로켓배송은 물론 익일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 등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물류 투자를 확대해 왔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쿠팡만큼은 아니지만 택배사들도 최선을 다해 물류 관련 투자를 계속해서 늘려왔다. 하지만 각 사마다 투자 방향, 규모 등이 달라 쿠팡보다 효율이나 속도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향후 고정비 하락을 위해서 물류 자동화 등에 추가 투자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택배 서비스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조와의 관계 역시 중요한 변수다. 지난해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역대 최장기간인 65일간의 택배 파업을 진행됐다. 이로 인해 CJ대한통운 물량의 상당수가 이탈했다. 

택배노조는 올해 초에도 CJ대한통운이 택배요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외면하고 있다며 1,600명의 CJ대한통운 택배기사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다른 기업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난해 쿠팡 물량이 빠진 한진택배도 택배기사들의 수입 감소를 이유로 파업을 예고했다. 한진택배 대리점협의회와 노조는 파업 직전 지원 대책 등을 포함한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면서 파업은 철회됐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한진의 쿠팡 물량이탈에서 볼 수 있듯이 쿠팡이라는 존재는 택배 기업뿐만 아니라 택배 대리점, 배송기사들 모두에게 위협적인 존재”라며 “택배사, 대리점, 택배기사가 지금의 반목관계를 청산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앞으로는 강대강 대치로 인한 서비스 차질이 생기면 많은 판매자들이 이탈할 것이며 이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틀에서 벗어난 서비스 개선 방안과 상생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경제 침체로 소비가 크게 감소하고 있어 지난 몇 년간의 급격한 택배물량 상승은 막을 내릴 전망되는 만큼 소비자들의 높은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을 갖춰야할 것이 요구된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똑같이 비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쿠팡과 택배사들은 모두 멤버십, 택배 가격을 인상했다. 쿠팡은 다양한 서비스 확대로 충성고객을 만들고 흑자전환에 성공했다”며 기존 택배사들도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서비스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존 택배 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C2C’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반값택배’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이 같은 서비스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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