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없는 속도 경쟁, 소모적 비용만 상승시켜

원숭이 똥구멍은 빨개, 빨가면 사과…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린 빠르면 좋고, 우월하며, 잘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회분위기 덕분에 반추의 노력 없이 앞만 바라보고 무한 속도 경쟁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와 같은 속도 경쟁은 창의력이 동반되어야 하는 미래 산업시장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렇게 산업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은 일상에서 뿐 아니라 사회 및 산업적으로 크고 작은 소모적 비용을 높이는 부작용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점진적인 속도 경쟁의 밸런스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의 실패 사례는 산업현장 곳곳에서 나타난다. 무엇을 위한 속도경쟁인지, 빠른 속도가 당장 우리 생활 주변에서, 또 거시적 산업시장 전반에서 어떤 유형으로 나타나고 있는지 알아봤다.

무의미한 속도경쟁, 보이지 않은 비용 소모돼

국내외 산업 물류시장에서의 대표적 속도 경쟁 실패 사례는 항공물류시장의 콩코드 항공기 출현이다. 대다수 대중 교통수단들이 속도 경쟁에 나서지만, 아직까지 유독 항공 물류시장에서는 속도 경쟁이 아닌 크기 경쟁이 대세를 이룬다.

물론 항공 운송업계도 지금 같은 크기 경쟁이 아닌 속도 경쟁에 나선 적이 있다. 소리보다 빠르다는 초음속의 속도로 하늘을 나는 항공기 콩코드가 바로 주인공. 이 항공기는 출현 당시 세계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로 주목 받았지만, 상업적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종국에 산업시장에서 사라졌다. 1976년 첫 상업비행을 시작한 콩코드는 결국 2003년 마지막 비행을 끝내고 항공운송시장에서 속도 경쟁을 포기한 셈이다. 초음속 항공기 콩코드가 산업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에 대표적 실패 사례로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투자비용 대비 낮은 효율이다.

콩코드는 일반 항공기였지만 전투기와 맞먹는 속도인 마하2로 비행, 당시 7시간이 소요되는 대서양 항로를 3시간 20분 만에 주파하는 속도 능력을 보였다. 하지만 초음속으로 비행하도록 설계돼 작은 크기로 탑승율은 떨어지고, 당시 높은 기름 값에 연료소모는 커 최악의 가성비를 보였다.

여기다 영국과 프랑스의 공동개발로 제트엔진 이후에 음속을 돌파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 인력과 노력, 자본이 투자됐다. 하지만 속도 경쟁을 위해 결국 수익성은 포기하는 결과를 낳으며, 속도 경쟁의 전형적인 폐해를 낳았다.

콩코드 출현 당시 항공 물류시장의 미래를 보여주는 비행기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항공시장에서의 속도경쟁은 소닉붐으로 인한 소음피해, 오일쇼크에 따른 높은 유류비, 수지타산을 맞추기 힘든 항공권 등으로 산업시장의 속도 경쟁 폐해를 그대로 보여준 대표 사례다.

속도 높이려면 숨은 비용 투자돼, 효용은 낮아

산업시장에서의 속도 경쟁은 과거에서 지금까지 이어지며 이에 따른 위험 헷지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속도 경쟁의 대표 실패 사례인 콩코드 항공기의 퇴출은 여타 산업에서 또 다른 형태로 출현한다.

당장 물류산업에서의 속도 경쟁은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시 인근 높은 가격의 배송센터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토지 비용이 투자되어 한다. 또 빠른 배송의 혜택을 받는 고객들도 고만 고만한 물류서비스 기업들을 빠르다고 선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위한 물류기업들의 막대한 투자는 결국 기업의 이윤을 갉아 먹고, 물류 현장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며, 이들의 사회적 불만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빠른 속도 경쟁은 안전 운행을 방해하며, 고속도로에서 끊임없는 대형 화물차 사고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화물연대 소속 대형 트레일러 운전자 김 모씨는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고객들의 요구 때문에 일상에서의 과속과 과적은 흔한 사례”라며 “대형사고 이후 보이지 않는 사회적 비용을 계산해 보면 속도의 밸런스에 따른 효용성이 훨씬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 비용만을 계산해도 사회적 손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게 크며, 그 뒤에 숨은 속도 경쟁의 손실은 다른 형태로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제조 산업에서의 패스트 패션업종도 속도 경쟁에 의해 보이지 않은 숨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 스파브랜드들은 빨라진 패션트렌드로 경쟁하면서 소비자들은 꼭 필요하지 않은 의류를 구입하게 하고, 이렇게 구입된 저가의 패스트패션 의류는 옷장만 차지하다 그대로 버려지는 소모적 사회비용으로 남게 된다.

소비자학과  박응천 교수는 “패스트패션의 속도 경쟁은 소비자들의 욕구를 소비로 이어지게 하고 결과적으로 쓸모없는 사회적 비용을 낳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스마트 폰들의 속도 경쟁 역시 결국 제조업에서 별반 차이가 없는 제품을 양산하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비용을 소모하는 식의 악순환을 가져오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유사한 제품의 경우 빠른 속도로 만들어 내지만, 창의성, 유연성이 필요한 신 개념 상품개발은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이제라도 최근까지 한국기업들이 보였던 속도경영의 유효성에 대한 반론을 통해 그 대안으로 창의성, 유연성 등을 찾아볼 시점이다. 대한민국 산업시장에서 속도 경쟁이 아닌 그 반대 개념의 창의력에 기반 한 혁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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