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현장에서 본 안전운임제 시행 1년은…

왜곡된 육상운송 운임 정상화, 안전한 노동환경에 첫발 띄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산업시장의 동맥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온 육상운송 물류현장에서 돌아 본 안전운임제 1년의 가장 큰 변화는 그 동안 턱없이 낮았던 운송운임의 인상이다. 덕분에 차주들의 주머니 사정은 어느 정도 나아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도의 연착륙은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지난 2003년 화물연대의 첫 파업이후 육상운송 현장에서 무려 20여 년 가까이 시행을 요구했던 안전운임제에 대한 평가는 그 동안 비합리적이면서 왜곡된 운송현장 운임과 더불어 노동환경의 정상화 시시비비를 일정부문 해결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장에서 안전운임제 논의에 참여하고, 이를 관철시키려는 안전운임위원회 화물차주 대표들 덕분이다. 화물연대 박귀란 전략조직부장(사진)을 통해 시행 1년을 넘긴 안전운임제에 대한 생각과 평가를 들어봤다.   

화물 차주에게 전가됐던 운송책임, 화주·운송사업자 나눠 져

Q: 안전운임제 시행 1년이 지났다. 제도 시행 후 지난 1년간 화물운송시장 현장에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운송서비스에 들어가는 원가와 화물 차주들의 노동시간을 기반 한 적정운임을 책정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그동안의 화물운송 운임은 어떤 기준이나 근거 없이 화주와 운수사업자 마음대로 책정돼 왔다. 또 시장의 ‘갑을’관계 하에서 화주들은 물류비 절감을 위해 운송물류 현장에 모든 책임과 비용을 차주들에게 전가해 왔다.

이에 따라 각종 원가비용의 인상에도 화물운송운임은 20년 째 한 푼도 인상되지 못하고 동결 혹은 인하되어왔다. 하지만 제도 시행으로 화주와 운송사가 주도해 결정한 운임이 아니라 일선 물류현장에서 일하는 화물노동자들의 의견을 기반 해 합리적 기준으로 적정한 운임을 산정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가장 큰 성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운송운임의 정상화로 노동시간 감소, 운행 시 위험 감소 등의 변화다. 이밖에 육상운송 비용을 화주에게 지불하게 해 화주가 화물운송의 책임을 화물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게 된 점도 큰 변화다.

Q: 안전운임제 시행에 따라 화물 차주들이 받은 가장 큰 혜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첫 번째는 운임결정 과정에 화물노동자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는 점이다. 화물운송시장 구조에서 소위 ‘주면 주는 대로 받고, 가라면 가라는 대로 갔던’ 화물노동자들의 운임의 경우 제도적 논의로 합리적 운임 산출이 가능해졌고, 여기서 화물노동자의 대표가 교섭에 참여할 수 있게 된 점은 괄목할 만한 변화다.

두 번째는 특수고용 노동자라는 신분 상 개인이 부담했던 노동과정에서의 책임과 비용을 화주와 운수사업자가 부담하게 된 점이다. 물류 현장으로부터의 운임결정 구조를 가지고 있는 제도 특성 상 화물노동자들의 노동과정에서 소요되는 원가비용 등이 최종적으로 운임을 지불하는 화주에게 제도적으로 청구될 수 된 점은 큰 성과다.
 
급격한 운송운임 인상 시장혼란 우려 커, 제도 정착에 주력

Q: 그럼 화물연대가 기대한 만큼의 운송운임은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인상됐다고 생각하나?

A: 제도 시행 첫 해는 운임인상보다 제도 안착과 운임의 평준화에 초점을 맞췄다. 2019년 안전운임위원회에서는 지난 20년간 운송운임이 물가인상 대비 오히려 하락해 왔고, 연 3천 시간에 이르는 긴 노동시간을 고려할 때 큰 폭의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합의를 도출했으나, 급격한 운임인상이 시장에 줄 혼란을 고려해 제도 안정성을 위해 점진적인 운임 인상을 해 나가기로 한 바 있다. 때문에 피부에 확 와 닿을 만큼 인상하지는 못했다.

구체적으로 첫해인 2020년 안전운임은 컨테이너 품목의 경우 평균 8% 인상됐으나 노동시간 대비 임금수준은 여전히 임금노동자 평균 시간 당 임금에 비해 75% 수준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시멘트 품목은 인상률이 0~3%밖에 되지 않으며, 지역이나 거리에 따라 기존 운임보다 오히려 인하 된 경우도 있다.

따라서 만족할 만큼의 인상은 아니다. 결국 안전운임은 첫해 급격한 인상을 피한 만큼 향후 노동시간을 줄이고 과속 및 과적 강요를 근절하는 등 운송 물류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 지속적인 인상논의가 필요하다.
 
Q: 근로(운전 및 기타 화물운송현장에서의 상하차 작업 등 등) 환경은 얼마나 개선됐다고 평가하나? 가장 크게 개선된 항목은 무엇이며, 가장 미진한 항목을 설명해 달라.

A: 안전운임 고시 이후 운임이 다소 인상되면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안전도가 높아지는 등의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 제도를 통해 화물차주의 운임이 합리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되고 법적으로 고시되면서 화주와 운송사가 주도로 운임을 결정하거나 깍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물론 여전히 안전운임을 회피하거나 위반하는 화주/운수사업자의 시도는 여전하다. 이에 따라 운송현장에서 법적으로 고시된 운임을 지키기 위한 싸움 역시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가 점진적으로 안착된다면 운임을 둘러싼 분쟁이나 혼란은 감소하고, 안정적인 운임 결정 및 지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 제도는 운임뿐 아니라 근로자들의 노동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안전운임위원회는 2020년 고시에 야간/주말 할증을 포함, 상하차 대기료를 신설해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화물차주 들에게 전가해선 안 되는 업무(상하차 관련 업무, 등)를 명시, 노동 강도를 줄이기 위한 부대조항 신설은 개선된 점들이다. 문제는 해당 내용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서 효과는 아직까지 미흡하다는 점이다.

Q: 물류현장에서 제도 시행을 통해 안전도는 어느 정도 높아졌는지 궁금하다. 제도 시행 후에 안전과 관련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평가해 달라. 

A: 한국안전운임임연구단(백두주, 2020)의 안전운임 시행효과에 따르면 안전운임 시행 이후 해당 품목 화물노동자의 일평균 총 노동시간이 기존 13.45시간에서 12.72시간으로 감소했다. 또한 심야 운행시간 역시 기존 2.67시간에서 1.91시간으로 줄었다.

이와 함께 운행 중 피로도 역시 3.76에서 3.52로 떨어졌고, 졸음운전 경험의 경우도 71.8%에서 51.0%로 감소했다. 이처럼 제도 시행 이후 해당 품목에서 노동시간 및 심야운행시간이 감소하고 이에 따른 운행 중 피로도 및 졸음운전 경험 비율도 감소하는 등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운임 인상에 따른 노동시간 감소에도 불구, 여전히 평균 노동시간이 적정 노동시간(일 8시간) 및 평균 노동시간에 비해 여전히 길어, 도로안전 증가 효과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제도시행에 따라 의미 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꾸준한 운임인상을 통해 노동시간을 지속적으로 줄여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화물운송시장 전반에도 다단계(운송거래단계)가 감소하고 화물운송시장 투명성이 증가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제도를 통해 시장의 투명성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산업구조를 개혁해 나가기 위해선 제도의 연착륙시키고,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Q: 안전운임제가 시행됐지만, 여전히 일선 화물 차주들의 개선요구 항목들과는 온도차가 있다는 불만이다. 운송 물류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 달라.
 
A: 안전운임이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장의 가장 큰 문제다. 물류현장에서 차주들은 안전운임 위반에 대한 신고센터 권한을 강화하고 안전운임 위반을 제대로 처벌해달라고 요구한다. 또 갑을 관계에서 신원이 밝혀지는 경우 사실상 신고가 불가능한 화물노동자의 상황을 고려해, 신고 시 익명성을 보장하고, 제 3자 신고, 직권조사 등의 방안을 적극 도입해 달라는 의견이다.
 
Q: 일선 화물차 근로자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좀 더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 있나? 예를 들면 근로시간을 법으로 강제한다던지? 아니면 시간당 노동임금을 더 인상해야 한다 던지? 구체적인 개선항목을 다양하게 언급해 달라.

A: 화물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되어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며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법 2조 개정 등을 통해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 과정에서 노동시간 규제, 휴식시간 보장 등 노동조건 개선도 뒤따라야 한다. 화물 차주들은 현재 낮은 운임으로 인한 열악한 소득 수준을 메꾸기 위해 OECD 평균 노동시간의 2배에 달하는 초장시간 노동을 강요받고 있다. 다만 현 장시간 노동은 낮은 운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노동시간 규제 적용에 앞서 운임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이밖에도 운송사와 화물노동자 간 갑을관계를 만드는 지입제 폐지와 시장의 운임 인하 경쟁을 부추기는 다단계구조 등도 바꿔 나가야 한다.

장시간 운행 근절이 제도 시행에 핵심, 생계유지 위한 적정 소득 보장해야

그러면 안전운임제는 진짜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안전을 개선한 제도일까? 박귀란 전략조직부장은 “화물차의 안전은 사고 시 대형사고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치사율이 높다는 점에서 도로 및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어 있다”며 “그러나 앞서 답한 대로 열악한 운임과 생활이 어려움을 유발하는 장시간 운행, 잦은 심야운전, 과적/과속의 강요 등으로 사고율이 높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고속도로 화물차 사고의 주요 원인은 졸음 41.9%, 주시 태만 33%가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 같은 결과는 화물노동자의 일평균 수면시간이 5.57시간으로 한국 성인 평균 수면시간 8.15시간에 비해 크게 낮은 결과와 직접 연관된다. 안전운임 연구단의 자료를 보면 졸음운전 경험자가 꼽은 가장 큰 원인은 장시간 운전노동, 불규칙한  운행, 잦은 심야운행 등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사고의 핵심 원인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화물노동자의 안전운행을 위해서는 장시간 운전을 근절하는 것이 핵심이란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적정 시간만 운행하더라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입이 가능한 운임을 적정 수준으로 책정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박 부장의 지적이다. 결국 안전운임은 화물운송의 원가와 적정 소득을 고려해 합리적 운임을 책정하는 제도인 만큼 이를 통해 관계자 모두가 조금씩의 양보와 배려를 통해 운임을 결정, 안전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부장은 “아직 제도가 미비하고 시행 역시 1년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여러 항목에서 위험한 운행을 근절하고 안전을 높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다양한 이점에도 불구하고, 안전운임제가 풀어야 할 개선점에 대해 박귀란 조직 부장은 “제도의 운송 물류현장 안착률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제도가 기존 시장 관행을 넘어서 새로운 질서로 자리 잡아야 제도 취지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

박 부장은 “현재 안전운임 현장안착률은 매우 미비한 수준”이라며 “실제 제도 시행 후에도 실 운임의 변화가 없는 경우가 40.5% (한국안전운임연구용역단)에 달하며, 각종 수수료 요구와 일방적 미지급 역시 21.7% (한국안전운임연구용역단)에 이른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1) 안전운임제가 시장의 다양한 운송형태와 현실을 반영하여 설계되어야 하며 2)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만큼의 적정 운임 인상과 3) 화주와 운송사들의 안전운임 무력화 및 미지급에 대한 제대로 된 처벌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 1년의 안전운임제에 적용된 구간 및 거리에 따른 운임을 좀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에 대해서는 “첫 시행 단계인 만큼 현장의 실태와 실제 운송형태에 맞는 운임을 세부적으로 조정해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안전운임 적용업종 겨우 5% 그쳐, 유사 노동시장에 모두 적용해야

마지막으로 시행 1년을 맞은 안전운임이 컨테이너운송 부문과 시멘트 부문에만 적용되고 있어 제도를 전체 화물 운송시장으로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물었다. 이에 대해 박 부장은 “제도 적용을 받는 화물차는 영업용 화물차 40여 만대 중 약 2만3000대로 전체 차량의 5% 수준”이라며 “따라서 제도 효과가 실제 도로 안전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적용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서 운송 품목이나 차종은 다르지만, 지금 적용받고 있는 부문과 유사한 노동조건에서 유사한 일을 수행하고 있는 만큼 제도를 쉽게 확대 적용해 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귀란 조직부장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일부에선 안전운임이 화물차주, 즉 화물연대의 입장만을 대면했다는 불만을 안다”면서 “이번 제도는 화물 노동자의 수익을 일정수준으로 높여  도로 안전을 보장하는 취지로 도입된 만큼 이해 관계자 간의 단순 임금 협상으로 보는 관점은 바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 운임 설계를 바탕으로 운임 인상을 통해 도로 안전과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와 연구가 함께 이루어지고, 각각의 이해관계자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라 화물운송운임의 정상화를 통해 대한민국 화물운송 물류시장의 물류비 투명성을 높이고, 선진화를 위해 보다 낳은 제도를 만들고 운영할지에 대한 ‘협력’ 관점의 접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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