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영속하려면 편중된 이익, 관계자 모두 만족시킬 방안 찾아야

시행 1년을 맞은 안전운임제의 경우 애초 의도한바 대로 지난 60여년의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에 새 전환점을 만들고 있는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반면 운임 상승으로 산업계의 시름은 깊어만 지고 있다. 이에 따라 3년 한시로 시행된 제도를 영속하기 위해선 관계자 모두의 자신들만 위하는 이익을 떠나 상호간 통 큰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지적의 배경은 시행 1년이 지난 현재, 가장 큰 혜택을 본 화물 차주를 포함해 제도 내 모든 관계자들의 만족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기 때문. 일선 차주들의 운임은 인상됐지만, 물량 감소에 따른 수익은 제자리로 기대엔 못 미쳤다.

또한 화주들 역시 기존 운임보다 두 자리 수 만큼이나 인상된 운임 덕에 물류비 부담이 커져 불만이다. 여기다 화주와 화물차주간 중간 조종자 역할의 운수회사들은 각종 수수료 등이 하락, 정작 손에 쥘 수익이 없다는 평가다.

이렇게 누구도 만족 못하는 제도를 지속할 수는 없다. 따라서 연관된 관계자 모두의 기대치를 낮추고 더 낳은 제도를 위해 상호 간 이해 폭을 넓히는 노력이 우선되지 않으면 제도의 지속은 불가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제도 내 관계자들을 지금과 같은 ‘갑을 병’의 상하구조에서 수평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는 공감대 조성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모두 ‘손해’인 제도로 인식, 지속가능 제도 보단 이익만

2020년 1월1일 전격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지난해 12월 마지막 공표를 앞두고 결국 제도시행 중간 조정자 역할을 맡았던 운송사 대표들이 빠져 절름발이 출범을 맞는다.

당시 안전운임위원회 참석했던 한 운수회사 대표는 “논의되는 제도방안들이 일선 운수사업체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다”며 “각자의 입장만을 관철하려는 일방적이고, 형식적인 논의는 무의미해 회의 참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결국 시행에 앞둔 관계자들이 모두 수용하는 최종 결과를 도출하려던 안전운임위원회는 중간 조정자들을 빼고 당장 제도 시행을 목전에 둔 정부 관계자들과 일선 화물 차주들을 대변하는 화물연대 대표들의 결론만으로 시행한 셈이다. 이렇게 반쪽짜리 안전운임제는 최대 전년 대비 평균 41% 운임이 인상, 일선 화물 차주들의 완승으로 연착륙했다. 그럼 시행 1년 지난 현재 안전운임위원회는 어떻게 2021년 적용될 안전운임을 어떻게 논의하고 있을까?

취재 결과 현재 논의되고 있는 2021년 안전운임제 조정 과정은 지난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불완전하게 시행된 제도에서 누구도 반박의 논리를 내놓지 못한 체 1년을 보내고, 또다시 시행 2년째를 맞는다는 점이다.

한편 제도 시행 1년을 점검하기 위해 제도 내 관계자들 모두를 접촉했으나, 막바지 2020년 안전운임위원회 관계자는 단 한명도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제도의 이슈 내용을 전혀 언급조차 해주지 않았다. 수많은 산업이 연관되어 있는 제도의 논의 항목이 아무도 모르는 체 안전운임위원 13명들만 공유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가 얼마나 폐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장 중소 수출기업 담당자 김우환(가명)씨는 “대기업들의 경우 인상된 운임에 대해 일정부분 감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지만, 중소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물량 감소와 해운 및 항공운송 운임의 급격한 인상과 더불어 안전운임제에 따른 내륙운송 물류비 덕분에 적자폭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며 “올해 운임이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에서 결정되거나 인상될 경우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이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럼 첫해 시행된 안전운임 인상폭은 어느 정도였을까? 지난 4월 한국교통연구원이 조사한 ‘2020년 1분기 물류 브리프’에 따르면 2019년 부산에서 수도권 방향으로 향하는 20ft 컨테이너 평균 운임은 평균 약 44.5% 상승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평균 운임과 비교해도 제도 시행에 따른 운임 인상 폭은 각각 27.9%, 25.6%가 높아졌다. 특히 안전운임제가 적용되지 않은 품목과 비교해보면 해당 운송운임의 인상 폭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문제는 이렇게 육상운송 물류비가 큰 폭으로 인상됐음에도 관계자 모두 새 제도 시행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형 제조사 담당자는 “정부가 주도한 새 제도에 맞춰 어쩔 수 없이 인상된 운임을 지불해 불만이지만, 한편으론 운송운임에 따른 논란은 없어 속은 편하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 물류담당자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큰 폭의 운임인상으로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이다. 그럼 운수회사들은 어떨까? 1군 대형 운수회사들의 경우 각종 터미널 사용료 등 기타 수수료를 통해 일정부분 수익을 챙기고 있어 그나마 조그만 시름을 던 상황이다.

대형 물류운수회사들에게 운송을 재 위탁받는 2군 이하 중소 운수회사들은 물량을 의뢰하는 제조사 화주기업과 1군 운수 물류회사들의 눈치만 봐야 하는 구조에서 남은 수익을 더 쪼개야 해, 갈수록 운신의 폭이 줄어들고 있다.

A 운수회사 배차 담당자는 “최초 화주에게 받은 운임 가운데 1군 운수회사에서 각종 수수료를 떼이고, 최종 운송을 담당하는 화물 차주들에겐 명시된 운임을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만큼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 안전운임위원회에 유독 2군 운수회사들의 의견 참여는 지난해와 비교해 꽤나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 최종 화물운송에 나서고 있는 화물 차주들의 만족도는 제도 시행 후 만족하고 있을까?

화물차주 임 모씨는 “장거리 운송운임은 상당부분 만족스럽다”면서도 “일감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하락했고, 유류비도 낮아져 이에 따른 운임하락을 제하고 나면 손에 쥐는 수입은 크게 낳아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차주 김화식(가명)씨 역시 “항만 내 환적화물 운송의 경우 일부지역은 구간별 운임으로 정해져 예년과 비교해 오히려 운임 하락된 곳도 있다”며 “일감 잡기도 더 어려워져 제도 시행에 따른 혜택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전운임제 시행 1년의 평가는 물류현장 내 사업자 모두 제도 시행 전과 비교해 큰 개선점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주, "심정적 안심 커져 ‘빨리 빨리’ 운행도 줄어" VS 화주, "비용부담 너무 커"

매년 고속도로 사망사고의 51%는 화물자동차 사고다. 특히 이들의 사고는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도로의 위협자로 통한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송 운임이 1만원 증가할 때마다 사고 횟수는 3.19%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이광훈·김태승, 2017)처럼 시행 1년을 맞는 안전운임제는 물류현장 차주들 안전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이익과 맞닿아 있는 만큼 중요한 제도다.

한편 제도 시행에 따른 가장 큰 혜택을 가져온 화물 차주들의 지난 1년에 평가는 호불호가 갈린다. 화물차주 임 모씨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엔 맘이 항상 조급해 안전 운전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제도 시행 후엔 일정부분 인상된 운임덕분에 직 간접적으로 심정적인 안심이 된다”면서 “동료 운전자들도 무리한 운행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으며, 노동환경 자체가 예전처럼 ‘빨리 빨리’식 운전은 감소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선 차주들의 경우 제도의 이름처럼 안전운전에 밑바탕은 조성된 것처럼 보인다. 반면 손에 쥔 수익은 운임 인상 폭 만큼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물동량 쏠림이 심화됐고, 그나마 물량 감소도 뚜렷해, 운임 인상폭을 유가 인하분이 상쇄했기 때문이다.

그럼 운송을 의뢰하는 대형 화주들의 경우는 어떨까? H 화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제도 시행에 따른 서비스품질이 좋아진 것은 뚜렷이 없다”면서도 “운송운임과 관련해 사전에 구간별 명시된 운임을 만들어 이에 대한 소소한 논쟁은 없어 담당자 입장에선 좋아졌지만,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 재경본부에선 예년과 비교해 크게 인상된 비용 지출로 이런 저런 대안 논의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견 화주기업들과 2군 운수회사들이다. 일부 중견 화주기업들의 경우 자사 전담 화물 차주들과 개별적으로 논의해 안전운임과 별개의 운임을 지불하면서, 여타 운전자들을 배제하기도 하고, 또 다른 화주들의 경우 2군 운수회사들에게 수수료 인하를 종용하는 등 들어나지 않는 편법도 성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증가하고 있는 신선식품에 대한 운송시장에서도 화주들 물류서비스 만족감은 떨어진다. 업종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냉장 냉동화물의 경우 운임이 40% 가까이 인상된 구간도 있고 평균 운임이 상승해 중소기업들의 경우 코로나19와 맞물려 물류비 상승에 몸살을 앓기도 한다.

어렵게 시행된 제도가 고작 3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편중된 이익 덕에 또 다른 관계자들의 불만이 커 종료되게 되면 우리 육상 물류시장은 기존의 고착된 병폐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당장 누리는 꿀맛 같은 운임인상 폭이 산업계의 시름을 깊게 하고, 이에 따른 제도 종료 요구가 빗발칠 경우 현재의 수익증가는 추후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승자 저주’의 시나리오를 맞게 될 수도 있다”며 “3년 한시적으로 시행된 제도가 추후 지속적으로 영속되려면 상대를 짓밟고 서는 협상 전략보단 상호 보완적으로 한발 물러선 조금 모자란 수준의 운임 협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제도와 직간접으로 연관된 관계자들 모두가 만족하지는 못하지만, 누가 봐도 합리적이란 평가가 나올 수 있도록 마지막 합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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