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은 / 더퀘스트

얼마 전에 모 공공기관에서 기관의 전략 수립을 위한 SWOT분석 워크숍을 주관한 일이 있었다. 이를 위해 기관의 가장 큰 강점은 ‘우리 기관에는 근무 경력이 오래된 분들이 많음으로 그 분들의 축적된 경험과 노하우가 가장 강력한 강점이다’로 제시했다. 그런데 이런 강점은 공공기관의 SWOT 분석을 보면 대다수 제시되고 있긴 하다. 그래서 필자가 워크숍에 참여하고 있는 인원들에게 질문을 한 가지 던졌다. “그것이 정말 강점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사안에 대해 늘 당연히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기관의 직원들은 거침없이 ‘그렇다’라고 대답을 했다. 그래서 필자는 이어서 질문을 했다. ‘만약 그 경력과 노하우를 가진 직원이 급한 일로 기업에 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그 직원이 담당하던 업무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심지어 그 직원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남아있는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수해 주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퇴사를 한다면? 그 때도 여러분들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노하우와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굉장한 강점이자 경쟁력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인해 기업의 업무가 그들에게 의존하는 형태가 돼버린다면 이는 강점이 아니라 그 기업의 가장 큰 약점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의 경험과 노하우는 기업의 소중한 자산이며, 이 자산은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기업의 소유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노하우와 경험은 프로세스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세스는 기업의 가장 가치 있는 무형 자산이다. 강한 기업은 강력한 프로세스로 운영되고 있으며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프로세스에 의해 운영된다. 금번 소개하는 ’실리콘밸리 프로세스의 힘‘이란 책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조직의 실행력을 빠르게 운영하는 기반인 ’프로세스‘에 대해 기술한 책으로 ’프로세스의 힘‘과 ’프로세스 경쟁력‘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시해 주고 있다.
비전과 실행을 잇는 ‘프로세스’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단순한 혁신적 아이디어나 천재성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다. 실리콘밸리 선도 기업들의 성공비결은 첫째. 혁신적인 제품 출시, 둘째. 강력한 실행력, 셋째. 진취적인 조직 문화 구축이라는 세 가지 축이며,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이 바로 ‘프로세스’이다. 화려한 비저너리(Visionary)인 스티브잡스와 완벽한 오퍼레이터(Operator)인 팀쿡의 시너지가 애플의 성공을 이끌었듯이 위대한 기업은 비전과 실행력이 균형을 이룰 때 탄생하게 된다. 특히 급변하는 대내외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은 ‘속도’를 확보해야 한다. 여기서 ‘속도’란 직원들이 빠르게 일을 수행할 수 있는 것과 동시에 정확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기업의 역량을 의미하며 이는 기업의 운영 메커니즘, 즉 프로세스에 의해 형성된다. 강력한 기업 운영 프로세스는 대체 불가능한 기업의 역량을 만든다.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는 “기업 운영은 ‘좋은 의도’만이 아닌 목표한 바를 달성하도록 설계된 ‘운영 프로세스’ 속에서만 가능하다”라고 주장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성공을 이끄는 핵심 전략은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분된다. 하나는 ‘혁신적인 제품 출시’이며 또 다른 하나는 ‘조직력의 강화’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SOP(Standard Operating Process)는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SOP’,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 SOP’, ‘진취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SOP’ 이상 세 가지의 SOP로 제시되며 각각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SOP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우연히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인 프로세스 안에서 기획하고 출시한다. 구체적인 프레임워크는 다음과 같다.
● 고객 문제 정의 프레임워크 : 제품 기획의 첫 단계는 고객이 겪고 있는 ‘진짜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다.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깊이 파고들어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완벽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매우 중요한 프로세스로 설계한다.
● 퓨처 백 기획(Future Back Planning) : 미래의 이상적인 고객 경험을 먼저 상상한 뒤, 현재 시점에서 그 미래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추적하는 기획 방법론으로 이는 단기적인 목표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실현하는데 기여하는 프로세스이다.
● PR/FAQ(Press Release/Frequently Asked Questions) 템플릿 : 아마존에서 사용하는 제품 기획방식인 PR/FAQ는 제품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마치 언론에 발표할 보도자료(PR)와 고객의 예상 질문(FAQ)을 미리 작성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제품의 핵심가치와 고객에게 제공할 편익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개발팀과 이해관계자들의 합의를 이끌어낸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개발을 막고 논리적인 근거를 확보하며 모든 팀원이 동일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만드는 것으로 직원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차별화하는 프로세스이다.
민첩한 조직을 만드는SOP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행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성공은 불가능 하다. 실리콘밸리기업들은 조직의 속도와 실행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갖추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사항에 주력하고 있다.
● 애자일(Agile) 업무관리 : 전통적인 워터폴 모델과는 달리 애자일은 짧은 주기로 업무를 반복하며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시장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불확실성을 줄여 비즈니스의 성공 확률을 높인다.
●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 감이나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하여 최적의 결과를 도출한다. 특히 실패를 빠른 학습의 기회로 전환하고 객관적이고 효과성 중심의 지표를 바탕으로 성과를 평가하는 프로세스를 지향한다.
● 책임과 권한의 명확화 : ‘오너십(Ownership)’을 강조하며 단순히 할당된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 아닌, 업무의 ‘주인’을 만드는 것에 중요성을 강조한다. 각자가 자신의 업무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을 갖고 책임감을 발휘할 때 조직 전체의 실행력이 강화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진취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SOP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단순히 업무 방식뿐만 아니라 조직의 근본적인 문화를 형성하는데에도 프로세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성공 기반이 된다.
● 고객중심의 단일목적 : 모든 프로세스와 의사결정의 중심에는 ‘고객’이 있어야 한다. 아마존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것을 조직의 유일한 목적으로 한 ‘고객집착(Customer Obsession)’을 설정한 하고 있다. 이러한 목적의식은 자연스럽게 조직 구성원들을 한 방향으로 이끌고 시너지를 발휘한다.
● 리더십원칙(Leadership Principles) : 아마존, 구글 등 많은 기업들이 ‘리더십 원칙’을 통해 조직의 가치관과 행동기준을 명확히 한다. 이는 채용, 승진, 업무평가 등 모든 과정에 적용되어 조직문화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기반이 된다.
● 공정한 성과평가: 투명하고 공정한 성과평가 프로세스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와 성장을 촉진한다. 단순히 결과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했는지, 어떤 데이터를 활용하여 의사결정을 진행했는지 등 프로세스 준수여부를 평가지표에 포함하여 장기적으로 조직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주력한다.
프로세스의 효과는 ‘참여’
좋은 프로세스는 기업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 그러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프로세스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디테일하고 체계적으로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프로세스를 이끌어가는 환경과 여건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프로세스를 이끌어 간다는 것은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체계적인 프로세스의 도입과 그로 인한 효과는 결국은 리더의 결단에 의해 좌우된다. 리더도 프로세스에서 예외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 진정한 프로세스의 효과는 기업의 모든 직원의 예외 없는 참여 및 프로세스의 준수에서 비롯된다.
디지털 시대에서 프로세스는 더욱 중요하다. 그 이유는 프로세스를 통해 데이터가 생산되기 때문이다. 양질의 데이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최적화된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이렇게 생산된 데이터를 통해 프로세스는 개선되어 최적화된다. 그리고 이 프로세스는 더 나은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것이 데이터와 프로세스의 선순환 구조이다. 디지털 시대에 프로세스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이유이다.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기업의 노하우와 경험은 프로세스에 녹아져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프로세스는 기업의 자산으로 최상의 가치를 두어야 한다. 일반적인 프로세스는 모방이 가능하지만 경험과 노하우가 녹아져 있는 프로세스는 결코 누구도 모방할 수 없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