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와 다른 일본 ‘고객제일주의’ 개념 들여다보기

일본 방문 첫인상 ‘일본트럭은 왜 이렇게 깨끗해요?’
필자는 일본현지에서 연구와 교육 사업을 축으로 한일 양국의 다양한 산업현장에서 한국방문단을 접할 기회가 많은 편이다. 방문단들의 관심사와 질문들은 연령과 성별, 직업에 따라 각양각색인지라 필자도 미처 간과하는 부분도 있어 늘 흥미로우며 신선하다. 그중에서 물류에 관련된 대표적 질문을 소개하면 ‘일본 트럭은 왜 이렇게 깨끗해요?’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수많은 트럭들을 유심히 봤지만 지저분한 트럭은 한대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가 사는 아이치현 나고야시 주변은 Toyota 본사 공장을 비롯한 그룹사 협력업체들의 본거지이자 일본 최대 물류거점이기에 수많은 부품운송 트럭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산업현장이다. 단지 산업용 트럭뿐이겠는가? 일반 자가용도, 공사장 덤프트럭과 버스까지도 마찬가지라는 인상이다. 게다가 인상과 느낌에만 그치지 않고 운송업체에서 기사들에게 어떤 교육을 시키는지 국가가 법으로 규제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들도 더해진다.

고객은 왕(王) vs 고객은 신(神)
기업에 있어 ‘고객제일주의’ 정신은 기업을 먹여 살리는 존재가 ‘고객’이라는 관점에서 한국과 일본은 같은 맥락에 서있다. 우리는 ‘손님(고객)은 왕’이라고 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는 사람이다. 왕도 사람이다. 그러니 나도 왕도 같은 사람이다. 즉 동격이다’라는 삼단논법이 성립된다. 가령 어느 식당에서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인이 손님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내쫓는 상황이 있다고 하자. 상기 삼단논법에서는 손님이 아무리 왕이라 해도 주인도 같은 인간으로서 손님을 내쫓을 수 있다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반면, 일본에서는 ‘고객은 신’이라는 사상이 깊이 뿌리내려져 있다. 고객은 우리와 같은 인간과 결코 동격일 수 없다는 개념이다. 인간이기에 속마음이야 어떻든 인간이 감히 신에게 대항할 수 없으며 무조건 일방적으로 받들고 모셔야한다는 겉(타테마에)과 논리의 현실장벽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손님이 신이라 하니 뭐든 막 해도 되겠네라는 단순한 발상과 행동이 때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상황도 목격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객’에 대한 가치관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 대일본 비즈니스 측면에서 ‘지피(知彼)’이며 유효하다는 점이다. 즉, 기업의 이익에 관한 논리에 있어 ‘이익을 위한 고객(이익 최우선) vs 고객을 통한 이익(고객만족 최우선)’이냐는 목적과 수단의 상반된 개념이 기업문화와 마케팅, 전략의 차이를 내기 때문이다. 실제 대일 비즈니스 현장에서 이 상반된 개념으로 인해 거래가 결렬되는 아쉬운 상황들이 종종 발생하지만 일본의 ‘고객과 이익’개념에 이해가 없을 경우 왜 거래가 성립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 실제 일본은 살아있는 신(천황)이 존재한다는 신념하에 성립된 국가이며 현재진행형인만큼 적어도 대일 비즈니스에서 일본의 ‘고객가치’ 관점이 고려된 미팅이라면 시간을 걸려도 장기적으로 거래에 유리할 확률은 높아질 것이다.

일본형 ‘고객제일주의’의 진화
‘고객은 신’이라는 고작 이 하나의 개념 차이가 일본을 무척 일본스럽게 진화시키는 측면을 갖는다. 첫째가, ‘친절문화’의 뿌리 부분이다. 일본인들의 ‘친절함’은 이미 오래전부터 회자되는 대표적 인상이다. 누구든 내일의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외국인과 더불어 한국 관광객이 일본을 방문한다. 최근에는 오사카 엑스포로 관서지역이 손님맞이로 뜨겁고 분주하다. 여전히 친절은 유지되고 있는 편이지만 때때로 어느 일본인들도 경험하지 못한 소수 외국손님의 황당한 민폐 행위에는 ‘친절’도 한계에 달한다. 그래도 가게 주인은 끝내 손님을 직접 내쫓지 않는다. 그때는 경찰을 등장시켜 해결하게 된다. 둘째, ‘품질지상주의’의 근본 부분이다. ‘내가 만들고 제공하는 상대는 무려 ‘신’격 존재이다, 어떻게 가짜나 불량품을 바치겠는가?’라는 사상적 측면이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양품을, 필요로 할 때, 필요한 만큼만, 신선한 상태로 저렴하고 신속하게!’라는 일본형 고객제일주의 사상은 Toyota의 재고 없는 JIT 물류 사상의 근원이자 고객만족을 통한 이익 극대화의 정교한 방정식이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셋째, ‘분석 장치의 고도화’의 진화이다. 일본 쿄토(京都)는 Nidec, 호리바제작소, 시마즈 등 세계굴지의 정밀분석 계측기 메이커들의 본거지라 관광명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기업 군단들의 장비 지원 없이 쿄토대학 11명의 노벨상 수상은 실현될 수 없었다. 천황을 모시고 천년수도를 거친 쿄토에서 천황과 황족, 쇼군들의 존재는 전국의 모든 제조업과 상인에게는 그야말로 ‘신’격 존재이다. 그 ‘신’들에게 제공하는 의식주와 별사탕 같은 간식과 모든 도구는 목숨이 달린 사안이기에 불량은 없는지, 독은 없는지, 가짜는 없는지에 대한 의심 해소를 위해 필연적으로 분석과 계측기술이 발달하는 역설적 논리의 일설이 설득력을 갖는다. 넷째, ‘시간’에 대한 관념의 근원이다. 일본인들의 시간엄수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본 사회에서 감히 ‘고객’의 귀한 시간을 기다리게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가치관이 뚜렷하다. ‘차가 밀려서 죄송합니다’라는 변명은 대표적인 신뢰를 추락시키는 행동이다. 이러한 일본 고유의 역사가 맥맥히 형성시켜온 ‘고객제일주의’ 사상과 그 속은 파고들면 들수록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라는 우리의 관용 문화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무조건적 고객 논리는 ‘종교’ 세계에서나 통용되지만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보여주는 과학과 비과학이 혼합된 현실과 초현실을 오가는 정신세계가 일본의 오묘함의 본질로 이해될 수 있다.

깨끗한 트럭과 ‘고객제일주의’의 관계
이야기는 다시 트럭으로 돌아온다. ‘일본의 트럭, 버스, 자가용들은 왜 깨끗한가?’의 논리는 다음과 같다. 필자를 포함한 대부분의 서민에게 일생에서 가장 값비싼 쇼핑은 ‘집’을 사는 것이며. 그리고 두 번째 비싼 쇼핑이 ‘차량’일 것이다. 이 서열 1, 2위의 최고급 쇼핑물은 귀중한 재산이니 소중히 관리하는 게 당연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물며 업무용 트럭의 경우는 재산 가치를 넘어 가족을 먹여살려주는 생업도구이다. 그런데 본인의 재산이자 생업 도구조차도 소중히 관리하지 못하는 사람이 과연 회사 재산인 자재들과 비품, 제품들을 소중히 다룰 수 있겠는가라는 논리이다. 가장 핵심은 그런 사람이 과연 기업 존속과 직결된 ‘고객’의 제품을 소중히 운송해 준다는 보장이 있겠는가?라는 심플하고 명료한 로직이 일본 산업문화 속에 깊이 녹아있다. 운송회사와 버스회사, 택시회사는 당연히 기본적 안전수칙, 차량관리수칙에 관한 교육을 시키지만 ‘고객제일’교육은 별도로 시행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식이다. 당연히 법적 규제는 없다. 일본의 기업문화에서는 수유자의 자가용 관리태도가 조직의 리더로서의 관리 능력을 엿볼 수 있는 주요 관리 도구라고 이해해도 좋을 것이다.

‘고객제일주의’의 논리는 일상생활도 바꾼다.
앞서 언급했듯 본인 재산도 깨끗하고 소중히 관리 못해 차체는 늘 흙탕물과 먼지로 쌓여있고 차내는 쓰레기들이 가득하며 차내 시계는 틀린 채로 방치하는 사람은 아무리 업무능력이 뛰어나도 경영자는 그를 결코 관리자로서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기업의 ‘능력보다 태도와 마인드, 인성중시’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물며, 거짓이나 변명은 더더욱 배제된다. 대부분의 일본 사회인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이 암묵지를 인지하기에 주말 또는 틈만나면 세차를 하며 이웃과 친절히 인사 나누는 모습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전세버스 기사들도 승객이 내리고 난 후 틈만나면 씻고, 차량점검에 몰두하는 장면도 본다. 대부분의 차량소유자가 이러하니 비가 와도 도로에 먼지가 덜해 차량이 덜 더렵혀지는 효과도 있다. ‘고객’사상이 있는 제조사에서는 사원들이 정성들여 ‘仕事(시고토)’하여 품질검사를 통과한 완제품을 관리 부재로 신뢰감이 없는 운송 트럭에 가능한 맡기지 않는다. 그 트럭기사가 아무리 운전 실력이 좋아 빠르고 저렴하더라도 말이다. 이렇듯 일본형 ‘고객제일주의’ 사상은 일상생활도 바꾼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고객의 선택 기회로부터 배제되기 때문이다.

일본 도로는 물류운송업체들의 광고판
다시 일본 도로로 돌아가 보자. 필자도 평소엔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목적지로 향해 달리지만 문득 마치 모든 도로가 트럭과 버스들의 광고대회장과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마치 자기를 봐달라는 듯 뽐내며 달리는 개성 있고 깔끔한 차량 외관과 거울처럼 반사되는 탱크로리, 감탄사를 자아내는 디자인들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그 차량 측면에 새겨져 있는 업체명을 보게 된다. 차량관리 자체가 업체 신뢰감으로 직결되는 달리는 무료 광고판인 셈이다. 한편, 일본에서 택시를 타보는 것은 일본의 ‘고객제일주의’를 체험할 수 색다른 경험일 것이다. 손님이 타고 내릴 때, 손님들은 택시 문에 손댈 필요가 없다. 운전석에서 작동시키는 자동개폐장치가 모든 차량에 장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택시 모델이 다양해졌지만 그전까지의 택시 모델 자체가 천황이 타는 모델을 기준으로 하였으며 실제 택시 제조라인도 천황모델 제조라인과 같다는 점에서도 단순한 개폐장치라는 아이디어가 아닌 ‘고객은 신’이라는 사상이 깔린 고객 모심의 문화이다. 조금 비싸더라도 승객은 충분히 대접받음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 또한, 제조현장에서의 마이머신과 도구에 대한 애착과 관리태도가 곧 ‘고객’과 기업 가치로 직결되는 이유이다. 그래서 일본은 지겹도록 3정5S를 강조한다. 제조현장만이 그렇겠는가? 레스토랑의 주방 오픈도 고객 신뢰 향상으로 직결되며 경영자와 관리자가 진정 기업의 최고 재산인 ‘인재’ 사원들에 대한 애착과 관리 태도만 보아도 그 기업의 ‘고객사상’은 드러난다. ‘고객제일주의’의 실천은 결코 쉽지 않음을 안다. 그래서 한일을 막론하고 고객만족에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만 살아남는다. ‘고객’은 ‘고객’으로서 대우받고 진심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만 선택하기 때문이다. 이제 어느 정도의 제품과 서비스의 기능과 품질, 가격은 기본조건에 불과하며 정성적 신뢰감이 경쟁요소라는 점에서는 마케팅과 전략의 진화를 고려해 볼 가치가 있어 보인다.

이번호에서는 차량관리로 보는 일본의 ‘고객관리주의’의 속을 들여다보았다. 그 속의 핵심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 프레임을 사용하였으나, 대일 비즈니스는 물론이며 돈을 들이지 않는 자사 및 개개인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유효한 힌트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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