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정호 명주창고 대표

패션, 생활용품, 뷰티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펙스로지스틱스, CJ·한진·롯데 등 B2C 택배 전담 배송 및 집하 총판을 운영하고 있는 에스에이치로지스, 공항·항만 물류 조업과 공항 특송 화물 자가 장치장 운영을 운영하고 있는 텔오디스, 국제 항공·해운 수출입 포워딩 및 해외 11개 지사 운영하고 있는 반얀로지스틱스가 함께 탄생시킨 ‘명주창고’는 아암물류2단지 종합보세구역에 지난 6월 초 전자상거래 특화 물류센터를 착공하면서 본격적인 항해를 시작했다.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참여사들의 역량을 한곳에 모아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아펙스로지스틱스의 대표이자 명주창고의 대표를 맡고 있는 최정호 대표는 “명주창고는 참여기업이 가진 고유한 물류역량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유기적으로 연결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물류의 전과정에서 시너지를 창출해 고객에게 더 빠르고 정교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원대한 포부가 있지만 그에게 명주창고는 다른 의미에서 매우 중요하다. 명주창고라는 이름이 그에게는 아픔이자 직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상징적인 이름이기 때문이다. 참여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면서도 그는 회사명을 본인이 짓는다는 것을 참여 조건으로 내세웠을 정도이다. 하지만 착공까지 가는 과정에서 포기를 고민할 정도로 큰 어려움도 있었다. 인천 아암2단지에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회사명 ‘명주창고’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A. ‘명주창고’라는 이름은 단순한 회사이 아닌, 아펙스로지스틱스 창립 멤버인 고(故) 이명주님을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한 약속의 실현이다. 약 8년 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이명주 직원에 대한 동료들의 애틋한 마음이 바탕이 됐다. 이명주 직원이 없었다면 현재의 아펙스로지스틱스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사업 초기 어려운 시기를 함께 했었고 스스로 주말에도 일을 하면서 회사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한 직원이었다.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이명주 직원의 장례식장에서 ‘언젠가 창고를 짓게 되면 명주의 이름을 붙이자’고 동료들과 약속을 나눴고 참여사들의 동의를 얻어 명주창고라고 회사명을 정하게 됐다. 명주창고의 착공으로 동료들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고 이명주 직원의 이름을 기억 할 수 있게 되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명주창고는 4개사가 함께하고 있다. 어떤 관계인가?
A. 텔오디스, 에스에이치로지스, 그리고 아펙스로지스틱스는 수년간 각사의 부족한 기능을 상호 보완하며 협업해 온 파트너이다. 그동안 함께 복합적인 물류 서비스를 구축해왔지만, 외부에서는 각자의 영역만 수행하는 별개의 회사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다 보니 협업의 본질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자연히 성장 속도에도 제약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단순한 협업을 넘어 함께 할 수 있는 비즈니스 플랫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마침 텔오디스에서 인천항만공사의 ‘아암물류 2단지 전자상거래 특화구역’ 입주기업 모집 소식을 공유했고 아펙스로지스틱스와 에스에이치로지스가 참여에 뜻을 모았다. 이후 텔오디스와 교류가 있던 반얀로지스틱스도 참여 의사를 밝혀 함께하게 됐다.

Q. 명주창고에 참여한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A. 이번에 착공한 물류센터는 각 참여사가 고유의 역할을 하면서 연결될 수 있도록 이커머스 전용 복합물류센터로 구성된다. 전체 11,000평 규모이며 물류센터 기준으로 2층이다. 별도의 램프시설은 없고 1층과 2층이 화물용엘리베이터, 수직반송기 등으로 연결될 예정이다. 1층 5,500평은 자가장치장(해상특송장치장)과 택배터미널로 구성되며 2층 5,500평은 로봇을 비롯한 자동화를 통해 B2C 풀필먼트 센터로 운영될 계획이다. 준공 후 아펙스로지스틱스는 명주창고에서 계약한 3PL 운영을 맡게 되며 텔오디스는 자가장치장을 운영하게 된다. 에스에이치로지스는 택배터미널 운영을 맡게 되고 명주창고에서 출고된 B2C 택배와 텔오디스에서 운영하는 자가장치장을 통해 통관 된 해외 직구 택배를 분류, 택배사까지 거점 운송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반얀로지스틱스는 수출입을 위해 풀필먼트 서비스가 필요한 고객사 영업을 포함해 해외 직구 해상 특송화물 통관을 맡을 계획이다. 여기에 명주창고의 시스템 개발도 담당하게 된다.

Q. 명주창고 착공에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유는?
A. 명주창고는 2022년 인천항만공사 서류 제출 및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후, 2023년 10월 최종 계약 체결까지 진행됐다. 최종 계약체결부터 착공까지 1년 반 정도 시간이 지체됐다. 원인은 최초 계약한 시공사 문제로 약 20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1년간 이어져온 PF 자금 대출 시도가 무산되면서 어려움이 있었다. 때문에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사업 포기까지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PF를 중단하기로 하고 자체 공사 진행을 결정하여 준비 끝에 착공을 하게 됐다. 사실 PF를 중단하고 자체공사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투자한 비용, 사업을 포기할 경우 발생하는 위약금, 그리고 다시 일어서기 위한 조건들을 머릿속에서 수없이 그리며 참으로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하지만 함께 참여한 각 사 대표님들께서 ‘단지 조금 돌아가는 것’일 뿐이라고 말씀하셨고 ‘포기’는 아예 생각하지 않으시면서 제가 흔들릴 때마다 마음을 잡아주시며 끝까지 버틸 수 있도록 힘이 되어 줬다. 그렇게 대표님들과 자체 공사 진행을 함께 검토하게 되었고, PF 추가 시도는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PM을 하던 현재 시공사가 저희가 감당 가능한 조건으로 준공할 수 있다는 제안을 주었고 건설업계 전문가인 ‘ 故 이명주’ 직원의 친형님께서 시공사에서 제안한 조건을 꼼꼼히 검토해 주셨다. 포기를 고려하고 있을 때 사업성을 꼼꼼하게 파악하시고 절대 포기하면 안되는 사업이라며 힘을 불어넣어주셨다. PF 중단결정까지는 쉽지 않았지만 자체 공사로 방향을 전환하고나니 오히려 더 이른 판단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아쉬움이 남았다.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자재비 및 시공비 하락 상황을 확인했고 중국 건설자재의 도입까지 고려할 수 있었기에 훨씬 유연한 선택지를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사가 진행되고 나니 주변에서 투자를 하겠다는 분들도 있고 은행권에서도 좀 더 협조적으로 나오고 있어 현재 무리 없이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는 준공 이후를 준비하며 자동화 설비와 운영 최적화에 대해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하고 있다.

Q. 물류센터 준공 예정 시기와 앞으로의 계획은?
A. 2026년 10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대로 운영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명주창고 참여사와 ‘all for one, one for all’ 의 마음으로 종합물류기업을 위한 길을 갈 것이다. 특히, 국내 물류센터는 대형 자본 투자에 따라 대형화되면서 1,000평 미만 물류를 운영하는 소규모 화주사가 위탁할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대형 창고의 경우 3,000평은 되어야 임차가 되는 상황이다. 때문에 갈 곳이 없는 중소형 화주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명주창고는 물류 로보틱스, 특히 보관 자동시스템을 도입해 물류비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관비를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제공하여 소규모 화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Q. 향후 추가 물류센터 개발 계획이 있는지?
A. 2023년 인천항만공사로부터 추가 토지 임대 기회를 얻어 2024년 현 부지 맞은편 부지(6,800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PF 금융 불확실성으로 반납했다. 현재 참여사가 사용하고 있는 외부 임대공간은 3만평 가량 된다. 명주창고(1.1만 평) 완공 이후에도 약 2만 평을 추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완공 이후 인천항만공사와 협의해 추가 부지 확보 및 제2의 명주창고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첫 번째 물류센터가 자동화를 통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이를 바탕으로 물류센터를 추가로 개발할 계획도 있다. 중요한 것은 보관에 대한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 물류센터에서 만족할만한 결과 값이 나온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만 하고 이를 바탕으로 명주창고를 성장시키고 싶다. 이러한 계획이 실현될지 아닐지는 첫 번째 물류센터를 통해서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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