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채준재 제이코랩 대표

살아가다보면 한계에 봉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인의 능력에 따른 한계도 있지만 자신이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그 한계를 체감하기도 한다. 특히 공공적인 영역에서 그 한계는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되기도 한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고 그 도전은 위험을 동반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부 물류전공 교수이자 물류과학기술학회 편집위원장을 역임하고 있는 채준재 교수는 대학교 연구실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법인을 설립했다. 그는 “연구실의 결과물 중에 한 발만 더 나아가면 시장에서 적용 가능한 연구들이 많은데 그 상태로 마무리되면서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를 만나 그동안 느꼈던 그의 한계는 무엇이었으며 무엇을 위한 도전을 시작하게 됐는지 들어봤다.

Q. 제이코랩(JCoLab)은 어떤 기업인가?
A. 제이코랩은 연구실에서 축적된 지식과 기술을 실질적인 상품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기업이다. 단순한 기술 이전을 넘어 기업이 직면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와 조직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이를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조율하는 ‘Orchestral Service(통합조율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제이코랩은 단순한 연결만이 아니라, 최적화 기법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실제로 작동 가능한 문제 해결 로직을 설계하고 이를 통해 단발성 컨설팅을 넘어 고객이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지능형 시스템을 개발한다. 또한, 이러한 로직이 불특정 다수의 고객에게도 손쉽게 적용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하여 누구나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친화적 플랫폼 개발을 지향한다. 즉, 제이코랩은 지식을 실현하고 문제를 조율하며 기술을 체험 가능한 서비스로 전환하는 ‘지휘자’ 역할을 추구하는 기업이다.

Q. 법인을 만들게 된 계기는?
A. 대학 연구실에서 여러 기업들과 오랜 기간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해 오면서 연구 성과가 기업의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자주 경험했다. 기업의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는 해당 기업의 과제 목적에 따른 연구 방향성에 제한이 있어서 자유로운 확장이 어렵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가 ‘대학 연구실’에서 만들어져서 실용적인 측면에서 다소 평가절하를 받는 상황도 경험했기에 연구실 울타리를 벗어나 보고 싶었다. 단순히 벗어난다는 표현 보다는 대학 연구실과 현 산업계와 소통하는 창구역할을 해보고 싶었다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듯 하다. 실제로 연구를 수행하다 보면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기술로서 완성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들이 있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구조적 한계로 인해 그 마지막 한 걸음을 실현하지 못한 채 멈춰야 할 때가 있었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연구 성과를 직접 상품화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별도의 실행 플랫폼, 즉 법인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대학 연구실이 보유한 폭넓은 전문 네트워크와 융합적 사고 기반을 활용한다면 단순한 기술 제공을 넘어 문제를 통합적으로 진단하고 해결을 조율하는 ‘오케스트럴 서비스’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철학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제이코랩을 설립하게 되었으며, 연구와 산업의 간극을 메우고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Q. 제이코랩을 통해 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들이 있나?
A. 먼저, 20년 가까이 대학에 있으면서 쌓은 전문가 네트워크를 활용 해 보고 싶다. 기업은 당면한 문제를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찾아내는 것도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고 적절한 전문가를 찾는 것 또한 쉽지 않다. 법인을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적절한 구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출발’을 돕고자 한다. 두 번째로는 그동안 연구를 통해 구성했던 최적화 로직들을 적용해 보고자 한다. 실질적인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상품을 내놓을 시장이 있어야 하는데 이러한 로직들을 필요로 하는 시장은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사용성를 높이고 일반사람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그 시장성을 넓히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업과 대학의 소통창구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실험실 연구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다. 대학이 순수 연구를 추구하는 곳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대학은 기업에서 필요로하는 인재를 배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연구원들이 법인을 통해 많은 기업들과 대면하는 기회를 갖고 자신들의 꿈을 찾아 가기를 바라고 있다.

Q. 연구 결과물을 상품화하려면 범용성이 필요할 것 같다.
A. 결과물의 범용성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공통적으로 직면했던 문제를 중심으로 일반화 시키려고 한다. 많은 시행착오가 예상되기는 하지만 욕심을 앞세우기보다 순차적으로 이를 구성할 계획을 하고 있다.

Q. 물류산업의 특성상 범용성이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쉽지 않아 보인다.
A. 물류 시스템은 취급하는 제품의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동의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대형마트에서 유통되는 상품은 물류 방식에 있어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에 각기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요소가 완전히 다르지는 않으며 다양한 제품군 중에서도 공통적으로 시스템화할 수 있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유사한 특성을 가진 상품들을 그룹화하여 시스템이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완전한 범용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일정 수준의 ‘세미-범용성’을 갖춘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오케스트럴 서비스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범용성을 위한 서비스 상품이 아니지만 그 문제 해결과정에서 필요한 요소 중에는 범용성 상품이 포함될 수 있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지는 요소가 있다면 이를 범용화 할 필요를 찾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각 기업별로 커스터마이징 된 시스템을 구축하더라도 그 안에서 공통된 기능이나 구조를 발췌하고 정리한다면 이를 통해 범용성을 더욱 확장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Q.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고객 대상은?
A. 우선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기업 또는 소상공인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고자 한다. 시스템을 만드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실험실에서 개발된 로직이 내장된 소프트웨어 엔진이 실제로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만약 이 시스템이 없다면, 엔진이 어떤 일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하거나 검증하기가 어렵다. 시스템은 엔진의 역할과 성능을 눈에 보이게 하고 그 결과를 확인하고 신뢰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스템을 외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자본이 있는 대기업은 필요한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다. 또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은 시스템을 별도로 사용하지 않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그 중간 지점에 있는 분들은 필요성이 있지만 그에 적합한 시스템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분들에게 경량화 된 엔진을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급해 준다면 사용자에게 많은 혜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사용하기 쉽게 만들어서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계획이다.

Q. 제이코랩이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A. 우선 연구 과정에서 발생된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실현하는 것이다. 기업과 대학교의 실험실에서 하는 연구의 특성이 다르고 기업의 결과물보다 연구실의 결과물이 대체적으로 평가 낮다. 원인은 완성도에 있다. 학교의 실험실에서는 새로운 것들에 대한 것이 많지만 연구의 결과물을 현실에 적용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실제 적용은 기업에서 하기 때문이다. 즉 결과물에 대한 최종적인 완성은 기업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연구실의 결과물이 완성도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이코랩은 대학교의 연구실의 연구를 바탕으로 새로운 아이디어를 현실에서 실현해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두 번째로는 제이코랩이 이제 시작하는 작은 규모의 기업인만큼 우리와 같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업들과 오랜 기간 함께 하고 싶다. 누군가는 제이코랩과 함께 시작해서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이 되고 이어 중견이 되고 대형 기업으로 갈 수 있도록 함께 성장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Q. 제이코랩은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계획인가?
A. 사실 물류에 대해서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은 막연하더라도 기업의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에 대한 니즈가 있는데 방향을 잘 못 잡고 있는 기업들에게 제이코랩의 역할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동안 많은 연구 경험을 가지고 있는 TMS 엔진, 물류센터 자동화 로직 및 시뮬레이션, 글로벌 네트워크 거점 분석, 네트워크 최적화에 관련된 부분들은 바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경험이 별로 없는 분야에 대해서는 함께 고민해 나갈 수도 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어떤 문제에 봉착하면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지만 맘 같이 되지 않을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 도와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가고자 한다면 고민의 해소가 아니라 하나의 혜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방향과 방법을 몰라서 그렇지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부분에서 제이코랩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있다면 고민하지 말고 제이코랩과 함께 고민을 혜택으로 바꿀 수 있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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