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건설 특수에 관련 수출 단기적 호조 속 현지 생산 본격화 대비 필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현대차그룹은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Ellabell)에 위치한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yundai Motor Group Metaplant America, HMGMA)’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그룹)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과 관세 정책에 맞물려 우리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선제적 투자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공급망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지 시각 지난달 24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향후 4년간 미국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차의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로, 자동차 생산(86억 달러), 부품·물류·철강(61억 달러), 미래 산업 및 에너지 부문(63억 달러)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루어질 예정이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국내외 많은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부터 강조되어 온 무역 불
균형 해소와 미국 제조업 강화 정책, 그리고 이어진 바이든 행정부의 첨단 산업 육성 및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대미 투자 방안을 발표했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는 공급망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며 이로 인한 물류 시장의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규모 미국 투자, 단기적 ‘선순환’ 효과 일으켜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을 1,27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5% 증가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은 1984년 처음 100억달러를 넘긴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22년에는 1천억달러 시대를 열었다. 특히 2018년(727억달러)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으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 수출을 이끈 것은 자동차(342억달러)으로 전체 대미 수출의 26.8%를 담당했다. 뒤를 이어 전년 보다 4% 증가한 일반기계(149억달러)로 전통적인 수출 효자 상품인 반도체(103억달러)를 넘어섰다.

일반기계 부분의 수출 증가에 대해 산업부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 투자를 확대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물류업계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가 대미 수출 물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앞으로 상당 부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약속한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공장 등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설비와 부품이 필요한데, 현지 조달이 어려운 반도체 클린룸 장비나, 배터리 핵심 공정 설비 등은 한국 본사나 협력사로부터 공급받아야 하는 경우 많다”며 “공장 건설이 완료되고 안정화될 때까지 관련 수출은 당분간 수출 호조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즉, 한국 기업의 미국 투자가 관련 설비 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불가피…‘뉴노멀에 대한 준비 필요’
경기침체에 따른 물량 감소에 어려움을 겪는 물류업계는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대규모 투자로 인해 수출 물량이 늘어난 것 단기적으로 좋지만, 공장 신설 등이 마무리되고 본격적인 현지 생산 체계가 가동되면 지금과 전혀 다른 글로벌 공급망으로 개편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파급 효과를 우려했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미국으로 향하는 각종 설비와 자재가 늘어 다행이지만, 2~3년 후 공장들이 본격 가동되면 한국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완성품 물동량 감소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미국 노선 의존도가 높은 우리 물류업계에는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장 가동 이후 완성품 대신 어떤 종류의 부품이나 소재가 얼마나 이동할지, 혹은 미국 현지 조달 비중이 얼마나 될지, 그때의 관세는 어떻게 될지 등 향후 예측이 어려운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운송 품목과 공급망의 변화는 물류 인프라, 물류비용 등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큰 문제는 생산 거점이 중국, 베트남, 인도 등에 미국으로 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은 앞으로도 한국 경제를 이끌 산업으로 핵심 생산 능력이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국내 협력업체 생태계 붕괴와 기술 유출 등의 문제는 물론 물류업계에도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미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현상으로 물류업계도 ‘뉴노멀’ 시대에 맞는 물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물류업계 관계자는 “올해 물류업계 채용 트렌드 중 하나는 해외 물류전문가 또는 향후 해외 물류전문가로 양성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며 기업들은 이미 향후 변화에 대비해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현지 물류 인프라 및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CJ대한통운과 LX판토스는 한국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미국 조지아주에 물류센터를 구축·인수했다. LX판토스는 글로벌 선사 ONE과 미국 내 합작법인 박스링크스(Boxlinks)를 설립하고 미국 내륙 운송 시장에 진출하는 등 미국 내 물류 인프라 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기업은 물론 정부도 글로벌 공급망 변화의 흐름을 면밀히 분석하고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서 불필요한 차별이나 규제에 직면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물류업계는 지금까지의 단순한 완성품 운송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부품, 소재의 정밀 운송, 현지 물류 시스템 구축, 디지털 전환을 통한 가시성 확보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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