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십년 반복된 시행착오, 새 정부에서 똑같이 반복해 안타까워

화물연대 파업이후 국내 육상운송 물류산업시장이 대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수 십 년간의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혼란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대대적인 시장 전환을 예고한 정부에게 묻고 싶다. 과연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주인공은 누구인지. 

영업용 화물차량을 이용한 유상운송 물류사업은 반드시 정부 허가를 얻어야 하는 업종과 신고만으로도 가능한 사업으로 나뉜다. 이중 화물자동차운송 사업은 필히 허가를 취득해야만 하는 사업이다. 화물연대 강경 진압 후 윤석열 정부는 다음 행보로 화물자동차운수 사업에 대한 법안 개정 공청회를 열었고, 아래 방안을 내 놓으며 이미 충분히 겪고 시행착오를 반복했던 물류현장의 혼란 답습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위수탁 계약’ 제도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정부관계자들과 소위 전문가들은 얼마나 현장을 알고 있는지 묻는다. 이 제도로 화물운송시장은 수 천만원의 가치를 지닌 영업용 번호의 소유자와 화물차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또 제도의 변천 과정도 그 배경을 세심하게 봐야 할 항목이다. 

사실 대한민국 최초의 화물자동차운송 물류사업은 ‘면허제’로 시작했다. 자금력만 있다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종의 특혜 업종이었던 셈이다. 예를 들면 당시 정부 고위 관료출신들이 정년퇴임 후 특별한 지위와 특권을 갖춘 사람들 정도만 화물자동차운송사업 면허를 받을 수 있는 ‘사업권’이었다. 이후 시대 변천에 따라 면허제는 허가제로, 또 다시 등록제로 바뀐다. 그리고 20년 전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 후엔 허가제로 전환 됐다. 따라서 정부는 법안 개정에 앞서 이 같은 제도 변천과정에 무슨 배경이 있었는지 숨은 법 개정 의도를 먼저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법 개정에 앞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아래 5가지 항목들을 정부 관계자 혹은 소위 육상운송 물류산업 전문가들에게 묻는다.  

화물자동차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등록원부.
화물자동차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등록원부.

 

1. 자동차관리법엔 이미 차량의 실 소유주와 세대주를 구분해 등재 항목이 있는데.

모든 차량은 정부 전산 시스템 등록으로 기본사항 항목을 차량 소유권에 대한 정리된 서류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차량을 등록하면 국가로부터 번호를 부여받고 자동차관리법 상 자동차등록 전산시스템에 자동차등록 원부와 차량의 기본사항, 그리고 구조변경 이력 등을 표기된 서류 등이 존재한다. 이때 영업용 화물자동차의 경우 기본사항에 이미 차량의 실제 소유주(운수회사)와 세대주(화물차주)를 구분할 수 있는 항목이 만들어져 있다.

차량 관련 세무 문제도 지입차주가 운수회사 소유명의 번호차량으로 등록하면 ‘고정자산 운반구 매각’이란 절차를 밟는다. 이 경우 ‘운수회사는 지입차주에게 차량을 매도’한 사실을 서류에 표기함으로써 차량 소유권의 경우 이미 지입차주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부동산 거래를 예로 들면 쉽다. 부동산 임대차 계약 후 월세 입주자가 주민 센터에 임대차 계약서를 제출, 임차한 집에 입주했다는 확정일자를 신고한다. 이래야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어서다. 만약 경제상황이 악화돼 어려움을 겪는 월세 세입자를 위해 정부가 법적으로 건물 등기부에 원 소유권을 세입자 이름로 표기해 주겠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 윤석열 정부는 운수회사와 화물차주 간 ‘위수탁 지입 계약’을 운수회가가 차주이익을 일방적으로 갈취하는 제도로 인식하는 듯하다. 이런 문제라면 차주들은 계약을 해지하고, 각자 자신들의 명의로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 화주와의 계약을 비롯해 차고지 확보와 각종 세금처리, 정부 교육등을 스스로 처리하며 각자 사업을 하면 된다.

만약 현 정부가 검토하는 운수사업자의 허가권인 영업용 차량번호 등록원부에 지입차주 명의를 강제하겠다는 법안은 부동산 계약서에 집 주인의 등기부에 세입자를 집 주인으로 표기하겠다는 발상과 같다. 이럴 경우 운수회사 영업용 번호에 대한 허가권을 무시하게 되는 한편 사업권을 화물 차주들에게 넘기는 꼴이 된다.

이렇게 되면 운수회사 권리 몫인 영업용 사업 허가권은 화물 차주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는 기존 운송사업자를 모두 폐업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는다. 오래전 지입차주 차량에 대한 소유권에 대해 당시에도 화물자동차 등록 전산망에 소유주로 표기를 요구했지만 무시됐던 문제다. 

2. 육상운송 물류서비스 과정에서 운송 운임 결정은.

▶ 지금의 안전운임제, 또는 표준운임제를 정부가 강제한다? 이는 화물자동차운송 사업이 공공의 영역에 포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화주와 운송사, 그리고 지입차주들 간의 사적 계약에 의해 거래되는 시장 기본 항목에 관여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운송서비스, 그리고 현재의 시장에서 형성된 운임산출 과정을 보자. 첫째, 생산자(화주)가 지불한 운임은 2차 물류 자회사 또는 계약된 전문 3PL회사, 혹은 일반 운수회사에 지급된다. 이후 2차 물류 자회사 또는 운송사들은 자신들에게 소속된 지입차주들에게 알선수수료(주선료)를 공제하고 지급하며, 별도의 지입료도 받는다.

이후 또 다시 화물 알선회사(주선 및 중계회사) 또는 타 회사(제 3의 운수회사)에 재 하도급 된뒤 이들은 화물 알선 수수료(주선료)를 공제한 후 지입차주들에게 최종 운임을 지급한다. 이 처럼 국내 운송시장은 다단계 과정을 거친 후 지입차주들의 경우 아래 표와 같이 기존 위수탁 계약 운송사에게 월 관리비(지입료)로 20~30 만원을 지불하고 관리를 받는다.
 

[표1] 운송비 구조도
[표1] 운송비 구조도

3. 위수탁 관리 전문 운수회사들의 물량확보 의무 비중 규제에 대해 묻는다.

▶2012년 개정된 물류선진화법의 경우 운송물량을 보유한 주선사(화물 중계회사)들은 물동량에 비례해 회사명의의 영업용 번호와 화물차를 갖춰야 했다. 또 이 법은 화물차 위수탁 관리 전문(번호판만 임대) 운수회사 역시 자사 영업용 화물차량을 보유한 대수 중 일정만큼 물량을 확보해 운송 사업을 하라는 취지의 제도다. 

당시 정부는 법을 제정하면서 국내 화물운송업 대부분이 지입차량 위주로 이루어져 있었음을 알고 있었다. 정부는 운송화물을 갖춘 운수회사들과 번호 임대전문 운수회사들의 경쟁에서 발생하는 다단계 구조를 탈피하고자 신규허가와 증차 금지 화운법과 제도를 바꾼다. 이 법으로 제조사 대기업 물류 자회사들은 보유 물량 운송서비스를 위해 영업용 화물차량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해 영업용번호를 대량 구매했다. 반면 지입 전문 운수회사들은 물량 확보가 불가능하게 되면 번호를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판단 해 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부의 예상과 정반대로 나타났다. 

이 법은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현실을 표면적으로 보고 제정한 최악의 결과로 불법을 조장하는 계기가 됐다. 지입 전문(영업용 번호 임대) 운수회사들은 자사 소속 지입차주들이 이미 물량을 계약해 운송하고 있었던 만큼 영업용 번호를 매각하지 않았다. 또 물량을 갖춘 대기업 물류 자회사 운수회사들 역시 법 준수를 위해 대량으로 번호판을 매수에 나서면서 영업용 번호판 가치(가격)는 폭등했다. 또 번호 가격이 오를수록 법 제정 당시 예상과는 정 반대로 기존 운송사들은 영업용 번호를 매각하기보다 오히려 매입에 나서 혼란만 가중 됐다.

이렇게 증차(번호 신규 생성)없는 수요는 대한민국의 운수산업 판도를 바꾼다. 이후 2004년 운영되던 기존 운수회사들은 대부분 최고가로 운수회사들과 영업용 번호를 매각한다. 그 결과 현재 지입 전문 운수회사들의 절반 이상이 수 십 억원을 투자, 신규 운송사업자로 등극하게 됐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지입전문 운수회사들에 대해 규제를 할 계획이라면 수 십억원을 투자해 운송 사업을 하는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을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또 다른 부작용도 불가피하다. 따라서 면밀한 현 운송물류시장의 매커니즘을 분석하고 법안 마련이후 일어날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4. 화물자동차운송 사업의 왜곡된 판단에 대해 묻는다.

▶ 정부 및 물류산업 전문가들은 현 육상물류 운송시장의 질서 파괴가 ‘위수탁 관리’, 즉 지입전문 운수회사들이라고 여긴다. 이런 지적을 한 이들에게 묻는다. 

물론 지입전문 운수회사들의 문제는 많다. 하지만 현 시장의 문제점을 논의하는 물류전문가들과 정부는 화운법과 그 법이 운송 물류산업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만약 실체적 물류현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제까지 육상운송의 한 분야를 묵묵히 지켜 온 운수회사들을 상대로 마녀사냥 식 여론을 만들고, 법안을 개정할 경우 현 사태의 원인이 아닌 대다수 지입 운수회사 모두가 재산상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또 개정될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은 시장을 개선하기 보다 더 많은 문제와 혼란만 가중시키고 또 다시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5. 현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문제점을 묻는다.

▶ 화운법 뿐 아니라 관련법 개정은 다양한 관계자들이 연관되어 있는 만큼 어느 한쪽의 일방적 이익을 대변하게 해선 안 된다. 따라서 정부의 화운법 개정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혼란에 대해 보다 심층적인 논의를 필요로 한다. 눈앞에 보이는 개선방안은 쉽지만, 화운법의 경우 약간의 변화에도 예상치 못한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 폭풍은 누구에겐 절망으로, 또 다른 누구에겐 막대한 특혜를 가져다 줄 수 있다. 법안 개정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이유다. 

① 대한민국은 윤 대통령의 말처럼 ‘자유 민주주의’ 국가다. 운송 물류사업자들은 관련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허가를 취득하고, 현행법을 준수하며 사업을 일궈왔다. 이미 경험했던 대로 눈앞의 가시만을 빼려다 물류시장 전체를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② 육상운송 물류산업계에서 화주, 그리고 제조사 화주들이 만든 물류 자회사 운수회사들은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절대 ‘갑’ 지위를 갖고 있다. 반면 이들의 운송물량 의뢰를 받는 일선 지입차주들은 영원한 ‘을’ 지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그 중간에서 이들을 관리 대행하는 곳이 지입관리 운수회사들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③ 운임 등에서 ‘을’인 지입차주들의 생계가 어려운데 따른 책임 소재는 어디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사업 초기부터 열악한 상황에서 시작한 지입차주들 스스로의 문제며, 대기업 생산자들이 내부거래처럼 물류 자회사를 설립해 운송계약을 독점함으로 육상운송시장의 다단계 구조가 정착되어 중간착취가 증가한 점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④ 이렇게 육상운송 시장구조적인 문제를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은 채 오랜 기간 동안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정책 급조는 시장의 기본인 수요와 공급 틀을 무너뜨렸다. 또 영업용 번호 매입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멈춘 지난 20년 동안 불법 번호판은 무려 20여 만개를 새로 생성했다. 
⑤ 지난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퇴행처럼 현 물류제도 역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더 큰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으며, 이는 이미 관련 법 개정 때마다 나타난 결과이었음 잊어서는 안 된다.

6. 정부에게 바란다.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전 문제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책임 소재를 규명하는 것이 먼저다. 하지만 대부분 관련자들은 자신들의 책임 소재를 감추기 위해 만만한 그 누군가를 정하고 책임을 떠 넘긴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에 따른 정부의 부족한 조치가 대표적 예다. 화물운송 물류시장 역시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기 보단 ‘그럴 것’이라는 예견적 판단으로 기존 화물운송 사업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며 마녀사냥에 나선 것처럼 보인다.

대다수 물류전문가들이란 사람들의 주장은 자신들이 소속된 분야 외엔 전반적인 문제에 대하여 정부 담당부서에 자료를 제공하고, 정부는 일부 대기업 화주들의 주장만을 경청한 내용을 그들과의 논의를 바탕으로 재단한다.

60여 만명의 화물 차주들과 산업계 전반이 얽혀있는 화운법 개정 시 오히려 지입차주들의 생계는 당장 직격탄으로 나타날 수 있다. 여기다 기존 운송사마저 벼랑 끝으로 몰려 시장의 혼란은 가중 될 여지도 높다. 시대 변화에 따라 육상운송 물류시장에서 법 개정으로 일어난 문제들에 대해 법과 물류현장에 어떻게 적용되어 왔는지 좀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더 많은 각종 사례를 취합하고 향후 예측되는 혼란을 최소화 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원고 기고자: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원고 기고자: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원고 정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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