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새로운 포장재 시대 열린다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되고, 더불어 전자상거래도 활성화되면서 내가 주문한 상품이 여러 나라의 국경을 넘어 집 앞으로 배송되는 장면은 이제 너무도 당연한 풍경이 됐다. 그리고 이와 같이 물류 네트워크가 전 세계 시장으로 확장됨에 따라 중요도와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바로 물류 포장재이다. 관심도가 높아짐에 따라 물류 포장재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리서치 업체인 Smithers의 조사에 따르면 2018년도 전 세계 물류 포장재 산업의 가치는 무려 약 1,03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가운데 세계적인 특송업체 DHL에서 물류 산업에서 점차 그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포장재에 대한 동향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끈다. ‘포장재에 대한 재고(Rethinking Packaging)’이라는 제목의 이번 보고서는 현재의 포장재와 그로 인한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할 미래의 포장재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의 포장재’, 분해 기간 최소 두 달서 최대 450년까지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물류업계 종사자들은 포장재의 역할이 점차 커질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DHL의 조사에 따르면 향후 3년에서 5년 이내에 물류산업에서 포장재의 중요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데 물류업계 10개 기업 중 9개 기업이 동의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포장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무조건 상품의 질을 최상으로 보존할 수 있는 많은 양의 포장재를 최우선으로 두었다면 이제는 지나친 양의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데 소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지나친 포장재 사용으로 인한 수많은 포장재 폐기물의 발생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DHL은 이번 보고서에서 현재 대표적으로 쓰이고 있는 포장재의 평균 사용 기간과 이들 포장재가 분해되기까지 시간을 소개했다. 먼저 택배를 받을 때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포장재인 카드보드 박스의 경우 평균 사용 기간은 이틀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카드보드 박스가 모두 분해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약 두 달. 어찌 보면 오래 걸리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제 소개할 다른 포장재들에 비해서 카드보드 박스는 아주 짧은 기간에 분해되는 편이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난 후 쉽게 버리는 비닐봉지는 어떨까? 카드보드 박스에 비해 오히려 비닐봉지의 평균 사용 기간은 1시간에 불과해 훨씬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분해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 무려 20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카페에서 커피를 사면 쉽게 볼 수 있는 스티로폼 컵의 평균 사용 기간은 더 짧은 약 30분에 불과하다. 그에 비해 분해되는 데 필요한 기간은 약 50년이다. 이 밖에도 음료수 캔으로 주로 사용되는 알루미늄 캔의 평균 사용 기간은 약 하루에 불과한 데 비해 분해에 필요한 기간은 200년인 것으로 나타났고 플라스틱병의 경우 평균 사용 기간은 4일, 분해 기간은 약 450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물류업계가 고민하는 ‘미래의 포장재’는?
이와 같이 현재의 대표적인 포장재들이 가지고 있는 친환경과 거리가 먼 점들로 인해 물류업계 생산자들은 새로운 패키징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미 물류업계 전반에 걸쳐 물류 포장재에 대한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는 과거와는 달리 지나친 포장재의 사용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그야말로 포장재는 고객과 생산자 사이의 주요 접점이 되고 있다. 다시 말해 포장재의 양을 줄이면서 달라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소비자의 상품의 질은 완벽하게 보존할 수 있도록 뛰어난 기능의 포장재를 사용하기 위한 업계의 깊은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DHL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물류업계가 기존보다 뛰어난 기능과 친환경적인 포장재의 시대를 열기 위해 크게 다섯 가지 관점에서 실질적인 연구와 고민을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포장재 최적화 – 현재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카드보드 박스와 같은 포장박스는 가득 채워지지 않은 채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배송과정에서 제품손상의 주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업체들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의 비율과 크기에 따라 이를 포장할 상자의 크기와 공간 등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고 있다. 기존의 공간이 남는 박스 배송으로 인한 상품 파손의 가능성을 제거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인 것. 예를 들어 DHL의 포장재 밀도 최적화 도구인 옵티칼튼(OptiCarton)은 제품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포장재의 크기와 종류를 자동 선택하고 배열해준다.

포장재 자동화 – 물류에 대한 수요의 증가와는 달리, 포장을 위한 인력의 수급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충분히 교육된 전문적인 인력의 수급은 더더욱 그렇다. 이에 업체들은 자동화된 하역 프레세스와 협업로봇 등의 자동화 시스템의 도입을 기반으로 증가하고 있는 물류 및 배송 업무는 물론 고용에 대한 부담을 덜고 있다. 또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은 점차 고령화되고 있는 노동력과 증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도 한다.

지속 가능한 포장재 – 최근 DHL이 실시한 고객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응답자들이 지속 가능한 포장재의 도입이 물류업계에서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이제 무조건 많은 양의 포장재가 아닌,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효율적이면서도 오래 쓸 수 있는 포장재를 원한다.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에 발맞춰 물류업계는 기존의 대표적인 포장재들인 플라스틱과 비닐봉지 등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포장재와 지속가능한 식료품 포장재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재사용 가능한 포장재 – 전 세계 물류업계는 지나친 포장재의 사용으로 인한 포장재 쓰레기의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점차 재사용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어진 포장재를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택에는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 대표적인 문제점이 바로 경제적인 측면. 아직까지 재사용 가능한 원료로 만들어진 포장재는 높은 비용으로 일반적인 물류업계 생산자들이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물류업계는 경제적 측면에서도 부담이 없는 비용효율적인 재사용 가능 포장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속해서 연구하고 있다.

스마트 포장 – 이제 포장재도 스마트 시대가 열렸다. 과거와는 달리 물류업계는 고객의 상품을 배송하는 동안 상품의 위치는 물론이고 온도, 충격도, 습도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IoT 센서를 포장재에 이용하고 있다. 특히 신선식품과 같이 제품의 변질이 우려되는 경우 이러한 센서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스마트 포장이 활성화되면서 여기에 필요한 IoT 센서의 가격도 과거에 비해 대폭 낮아지고 있다. 미국 Delotte 사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년에 비해 오는 2020년에는 센서의 기기 가격이 3분의 1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2020년대에는 지금보다 더 많은 물류업체들이 스마트 센서를 이용한 포장을 적용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는 고객과 공급망 및 포장재 간의 연결을 강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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