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이익만 쫓는 이기적 운영, 화주-운전자 분쟁 해결 못해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것이 없는 세상이다. 손 안의 스마트폰을 몇 번만 클릭하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화물 정보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이 출현하기 전만 해도 관련시장에서 ‘화물정보는 바로 돈’이었다. 이 덕분에 화물 정보는 가진 사람에겐 중요 수익원이었고, 그래서 더욱 값지고 소중한 자산으로 그 자리를 확실히 했다. 문제는 한때 화물정보가 갖는 특성덕분에 폐쇄적이고, 몇몇 주선사들과 화주들에게만 공유되던 정보가 누구에게나 공개됐어도, 여전히 일선 운송물류 현장에서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 화주 vs 화물차주 간분쟁해결이 원활히 해결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오래전에도, 또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정보가 된 지금도 어디에 어떤 화물이 있고, 이 화물이 어디로 어떻게, 어느 시간에 운송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는 화물운송 물류시장에 가장 중요한 수익원이다. 하지만 운송현장에선 믿고 맡길만한 화물차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시장규모만 약 33조원에 이르는 거대시장에서 현장 신뢰를 얻은 몇몇 공유플랫폼들은 돈 벌이에만 몰두할 뿐 화물주선 현장에서 무엇이 필요한지, 또 문제 해결 방안을 만들지 못하면서 예전의 시장을 그대로 답습, 후진성을 못 벗어나고 있다. 

너도 나도 수익만 쫓아, 이용자 눈높이 맞는 서비스 절실
음식배달 업계는 배달의민족과 쿠팡 이츠, 요기요 등 플랫폼 기업들이 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누구나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으며 무한경쟁을 통해 지금의 시장으로 안착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에게 디지털 전환은 산업시장의 지형을 바꾸었으며 없던 업종을 만들어 냈다. 배달 외에 여객운송시장 역시 디지털 전환으로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카카오택시로 콜택시를 넘는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 카카오는 사람의 이동을 넘어 소형 화물, 퀵 물류 서비스 시장에 진출했으며, 화물운송 중계 물류시장에도 진출하며 그동안 폐쇄적이던 화물운송 정보 유통시장에서 모바일 앱을 통한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사회, 문화, 생활 현장 전반에서 디지털 전환은 폐쇄적 세계를 누구나 접근이 가능한 신세계를 열었으며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한편 기존 화물운송시장은 불법과 탈법, 불공정 분배와 다양한 사고가 연일 끊이지 않는다. 정보의 위험성과 이를 걸러내지는 못하고 있으며, 이해 관계자들의 분쟁을 적절히 조율하고 해결하는 도구가 없다. 이 때문에 기존 배달과 여객운송 시장처럼 단순히 플랫폼을 열고 수익을 챙기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접근은 위험하다. 화물운송시장은 여타 다른 정보 플랫폼에 보다 시장규모가 크지만 이를 효율적으로 중재하거나 사용자 눈높이에 맞춘 최적화된 제3의 서비스가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거래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기존 화물운송주선시장에선 1만 여개의 주선사(화물 중계업체)가 화물운송을 의뢰한 화주와 이를 실제 운송하는 화물차주간의 중간에 자리해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 중재했다. 반면 지금까지 화물운송 플랫폼에 도전한 기업들은 단순 화물정보를 올리고 수익을 얻으려 했을 뿐 화물차주들의 입장에서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후순위에 두고 개발을 했다.

화물운송시장은 단순히 화주와 차주를 매칭하는 기존 플랫폼 프로그램과 결이 전혀 다르다. 화물운송의 경우 화물의 크기와 무게, 운송시간과 지역도 다르고 비용도 수십만원에 이르는 등 기존 플랫폼 매칭 방식으로 접근할 경우 성공은 불가능하다. 지금까지 여러 기업이 단순한 사고와 로직으로 화물운송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에 실패를 겪었고, 후진성을 면치 못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운송물류시장 패러다임 바뀐지 오래, 현장 애로 무시해
물류서비스 시장에서의 플랫폼과 이에 따른 모바일 앱은 전통적인 화물중계 산업의 틀을 바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화물운송 서비스를 의뢰하거나 받으려면 화주와 운송사 중간에 자리한 화물운송 주선업체를 통해 매번 유선전화를 통해 화물을 의뢰해야 했다. 하지만 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고객과 물류서비스 사업자 모두 앱을 통해 화물 서비스를 의뢰하거나 제공하고 있다.

국내 1만 4,000개의 화물 주선사들의 대표 격인 전국화물주선업협회 관계자는 “전통적인 화물 주선업계가 앱 출현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이전에는 고객과 운송사를 모두 검증해 안전한 물류서비스 제공을 주선하는 물류체계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사라지고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당장 현 화물주선업 체계는 바뀌지 않겠지만, 전통적인 화물정보 유통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시대는 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화물주선사의 자리는 공고하다. 빠르게 전환될 것처럼 보이던 시장이 지체되는 이유는 범용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들은 “CJ대한통운을 비롯해 운송물량을 갖고 있는 몇몇 운송사들의 화물운송 플랫폼을 선보였지만 결국 화주들과 차주들을 자신들의 플랫폼에 모으지 못했다”며 “60 여 만대의 화물차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에 앞서 현재 대기업들은 수익구조만 맞춰 플랫폼 구성을 하는 것이 관련 시장의 후진성을 고착화하는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화물운송 플랫폼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선 화물차주들이 믿고 이용할 수 있는 공공성과 공익성을 시스템 내부에 갖춰야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일선 물류현장 관계자들을 화물정보 시장을 단순한 수익도구로 이용하겠다는 접근이 거대시장을 후진적으로 만든 근본 이유인 셈이다.

미국 MIT 인스티튜드 교수 대런 아세모글루는 “최근 기술 발전의 심장으로 주목받는 빅테크 기업들은 부를 점점 더 소수에 집중시켜 우려스럽기 그지없다”며 “‘AI 환상’을 벗어나 기술 혁신이 ‘번영을 공유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게 만들 때만 진보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육상운송 화물주선시장의 후진성을 벗어나기 위한 대안은 ‘기술’ 자체에만 집중하는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기술이 사용자 모두를 포용하는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소수만이 누리는 기술에서 모두가 이익을 누리는 방향이야 말로 지금의 후진적 화물운송 주선시장을 선진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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