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IT 노하우, 화물 운송시장에 적용해 신규 시장 창출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상품은 원자재 조달부터 고객 손에 도달하는 순간까지 물류서비스가 필수다. 이를 위해 물류센터, 판매처 여러 곳을 거치며 보관과 운송 과정을 거친다. 이 모든 물류과정 속에 기업과 기업 간 물류이동이 일어나는 구간을 ‘미들마일’로 칭한다. 

미들마일은 모든 물류서비스 과정에서 핵심 구간이지만 지금까지는 고객 접점까지 운송 혹은 배송하는 라스트마일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대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속속 이뤄지면서 물류시장의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관심이 지금까지와 다른 점은 물류기업은 물론 통신사, 모빌리티 기업, 스타트업 등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들마일 솔루션을 공개하며 관련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총력을 다 하고 있다. 

미들마일 시장에 도전장을 낸 기업들의 뜻대로 미들마일 물류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을까? 주요 기업의 격전지로 떠오른 미들마일 시장이 주목받는 이유를 짚어봤다. 

놓치기 아까운 30조원 시장, 고도화된 AI·빅데이터 등 기술 활용해 개선 가능해져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미들마일 물류시장은 2020년 기준 약 30조원 규모로 우리에게 친숙한 라스트마일 물류시장 7조원보다 무려 4배 이상 큰 시장이다. 전문가들은 미들마일 시장이 거대하지만 기업들이 쉽사리 진입하지 못했던 이유로는 까다롭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는 시장 환경을 꼽는다.

예를 들어 고객과 차주의 매칭이 가장 활발히 일어나는 택시산업의 경우 고객의 출발지와 목적지에 비용까지 예상 정보만 차주에게 전달되면 빠르게 매칭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미들마일 물류시장은 고객의 상·하차지역 외에도 화물의 종류(비정형·무게 변수), 운행시간, 취급방안 등 상품 특성에 따라 운송차량의 종류와 옵션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차주와 매칭이 쉽지 않다. 또한 조건에 맞는 운송 서비스를 수행할 수 있는 화물차주 정보도 파편화되어 있어 많은 화주가 신뢰할 수 있는 주선사나 운송사를 이용해왔다. 운송사와 주선사들도 고정적으로 서비스되는 물량을 제외한 다른 물량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쌓은 차주 네트워크 또는 화물정보망을 활용해 화주와 화물차주를 매칭했다. 이 때문에 직원의 역량, 네트워크가 비즈니스 성패를 갈랐다. 이처럼 미들마일 운송시장은 이해관계자가 많고 정형화되지 않은 데이터와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디지털 전환이 어려운 시장으로 꼽혀 왔다.

미들마일 운송시장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은 이미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사업을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을 고도화한 결과 새로운 시장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한편 티맵모빌리티는 2022년 매출액 2046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 손실은 978억원에 달했다. 흑자전환을 위해 기존 사업의 수익성 개선 외에도 추가적인 사업이 필요한데 디지털 전환이 늦은 미들마일 시장이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2021년 처음 흑자전환에 성공한 카카오모빌리티와 물류산업 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해야 하는 CJ대한통운과 통신을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에 강점을 가진 KT롤랩과 LG유플러스에도 미들마일 시장은 놓치기 아까운 시장인 셈이다.

미들마일 디지털 전환, 적은 비용으로 가장 큰 효과 낼 수 있어
라스트마일의 급성장한 배경에는 새벽배송, 당일배송,이륜차를 활용한 시간 내 배송 등 빠른 속도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수준 높은 물류 서비스가 제공됐기 때문이다. 또한 단시간 배송이더라도 소비자에게 배송 가시성을 제공해 고객 신뢰성을 바탕으로 높은 만족도를 안겼다.

치열한 라스트마일 시장의 경쟁은 이전 물류 단계인 미들마일 시장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낙후된 미들마일 시장의 속도와 가시성을 개선할 경우 다양한 변수로부터 빠르게 대응할 수 있어 라스트마일까지 탄력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또한 이해관계자들 간의 소통을 통한 업무효율 향상, 물류비 절감은 라스트마일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다. 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다양한 실험이 진행된 라스트마일 시장의 혁신적인 변화를 불어오기 위해서 새로운 기술 개발, 더 많은 자금과 인프라 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들마일 시장의 경우 더 적은 비용과 기존 기술을 물류 현장에 적절히 도입할 수 있다면 미들마일 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체에 큰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더욱 물류·유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 화물 운송 데이터 큰 역할 가능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물론 국내도 미들마일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트럭 운전자들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기존 트럭 운전자들의 고령화도 진행 중이며 낮은 업무 만족도 등으로 신규 유입 없이 이탈은 계속되고 있다. 

트럭 운전자 부족 현상이 전 세계 화물 운송시장의 가장 큰 장애물로 떠오르는 가운데 이를 한 방에 해결할 방안으로 자율주행 트럭이 기대받고 있다.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복잡한 교통 환경과 사람 등 변수가 많은 도심에서 이뤄지는 라스트마일보다 생산지와 창고 등 대부분 B2B로 이뤄진 미들마일 시장에 더 적합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미들마일 시장에 자율주행 트럭이 성공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물류 운송 데이터가 중요하다. 현재 미들마일 시장에 진출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선점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향후 자율주행트럭 시대가 오면 운송데이터를 통해 직접 운송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미들마일 업계 관계자는 “현재 화주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미들마일 시장은 화물차를 구하기 힘들고 구하더라도 낮은 정시성, 사고 발생 변수 등으로 서비스 수준이 낮은점”이라며 “여기다 운임까지 높아지고 있어 향후 자율주행 트럭 시대가 열리면 그 어떤 시장보다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트럭 초기에는 안정적인 운영과 직접 운송을 위해서는 화물 운송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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