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대체할 새 표준운임제 운송사·화물차주 모두 반발 거세

정부가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새로운 운임제인 ‘표준운임제’를 제시했지만 대다수 운송사와 화물 차주들은 “물류현실을 전혀 모르고 책상에서 만든 제도”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향후 화물운송시장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연구원은 지난 18일,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이태형 한국교통연구원 물류연구본부장은 “안전운임제에 대한 교통안전 효과가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이드라인 방식의 새로운 운임제인 ‘표준운임제’를 제시했다. 이에 참석자들은 화주들의 의견만 적극 반영한 이번 정부안은 향후 화물운송시장은 논란을 더욱 가중되며, ‘화주 대 운송사+화물차주’ 대결 구도만 키울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제시된 표준운임제의 핵심은 기존 안전운임제처럼 화물차주가 받게 될 물류운임은 강제하고, 화주와 운수회사 간 운임은 가이드라인 방식으로 변경된 점이다. 문제는 강제한 운송운임에 대해 ‘지키지 않은 화주에게 부과했던 화주 처벌 조항’의 삭제다. 기존 안전운임제의 경우 화주가 안전운임을 지키지 않았을 경우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지만, 이 조항이 사라지면서 운임 가이드라인을 안 지켜도 처벌이 없어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다 단순 번호 임대 운수사업자 퇴출도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직영차량의 경우 20여 년간 금지했던 증차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향후 화물운송시장은 치열한 경쟁만 남은 무한경쟁의 시장으로 빠져들 공산이 커졌다.
 

이미 실패한 정책 ‘재탕’, 전형적 탁상행정 반복해
화주와 화물차주 중간에 자리한 운수사들의 운송·물류 기능 정상화 방안도 발표됐다. 오랜 시간에 걸쳐 화물운송시장 내 굳어진 지입제도 등 불합리한 산업구조와 부당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일감 제공 없이 단순 차주들의 위수탁수수료에만 의존하는 위수탁 전문 운수회사를 퇴출할 계획이다. 

현 화물운송시장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화물차 증차와 관련해 운수회사가 운전자를 직접 고용해 운영하는 화물차에 대해선 차종에 관계없이 증차를 허용할 계획인 점도 향후 화물운송시장의 가장 큰 후폭풍 요소로 꼽힌다. 

이에 대해 화물운송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정부가 내놓은 화물운송시장 개선방안의 경우 이미 시장 혼란만을 가져온 실패한 정책들”이라며 “물류현장 현실을 전혀 모르고 당장 눈에 보이는 불합리만 제도만을 개선하겠다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표준운임을 정하는 운임위원회 구성도 변경된다. 정부는 기존 공익위원 4명, 화주대표 3명, 운수사 대표 3명, 차주 3명에서 공익위원 수를 늘려 공정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앞으로는 공익위원 6명, 화주대표 3명, 운수회사 대표 2명, 화물차주 2명으로 변경된다. 

이 밖에도 화물운임·유가 연동제, 화물차 휴게시설 확충, 각종 금융 지원 강화를 통한 화물 차주들의 복지를 증진하는 한편 DTG 등 데이터 기반 안전 강화, 판스프링 등 불법개조 및 과적 처벌 강화 등을 통해 화물차 사고도 줄인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운영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노출된 안전운임제를 대폭 개선, 화물차주의 실질소득은 보전하고 ‘화주-운송사-화물차주’간 불필요한 갈등을 방지해 상생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운송사·화물차주, 표준운임제 도입 강력 반발…‘법 개정까지 난항 예상’
이날 정부가 기존 안전운임제를 폐지하고, 정부의 표준운임제 방안을 발표되자 공청회에 참석한 운송사 관계자들과 차주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운송사와 차주들은 화주들은 “처벌 조항이 있었던 안전운임제 당시도 화주들이 운임제를 회피하려 갖은 편법을 썼다. 화주 처벌조항이 삭제되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된 운임을 어떤 바보 화주가 지키겠냐”며 “정부가 화주들만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한 운임제가 바로 표준운임제”라고 강력한 우려를 표했다.

최진하 전국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상무는 이번 정부안에 대해 “화물운송 사업의 발전이 아닌 퇴보를 초래하고 운송사업자와 차주 간의 갈등 관계를 부추겨서 시장 혼란을 심각히 야기하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송사 관계자도 “화주 처벌 조항이 사라진 표준운임제에서 화주가 운송사에 적절한 운임을 지급하지 않을 것은 뻔하다”며 “반면 운수회사는 차주에게 정해진 운임을 줘야 하는 만큼 이번 안은 일부 운송사를 제외하고 다 문 닫으라는 이야기와 같다”며 정부안을 성토했다.

화물차주들을 대표하는 화물연대 역시 크게 반발했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화주 기업의 요구만을 대변한 정책에 불과하다”며 “물류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정책 제안에 불과하다”고 평가 절하했다. 

또 다른 화물 차주 김 모 씨는 “원희룡 장관이 지난해 화주 처벌 조항 삭제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화주 처벌 조항이 삭제되면 어떻게 정부안을 이제 어떻게 신뢰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한순간에 말을 뒤집는 정부를 믿을 수 없는 만큼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일부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안에 대해 운송사와 차주의 목소리는 전혀 담겨 있지 않으며 화주들에게만 면죄부를 주는 운임제인 만큼 화물운송시장에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정부는 ‘물류산업 발전 협의체’ 논의 결과와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 등을 추가로 검토해 ‘화물운송시장 정상화 방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할 계획이다. 다만 공청회에 제시된 표준운임제 도입을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한데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안전운임제의 제도 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법 개정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십수 년간 화물차 운임을 두고 다양한 의견과 해결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불법과 탈법의 난무로 인해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모든 관련 당사자가 서로를 불신하는 등 악화일로만 걸어왔다. 발표와 동시에 운송사와 화물차주로부터 불신의 대상이 된 표준운임제로 인해 관련 시장이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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