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형태 삼성SDS 물류사업부 상근 고문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빨라지고 있다. 오는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장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물류기업들에게는 가시적인 성과가 줄어들고 변화하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생존을 위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형태 삼성SDS 물류사업부 상근 고문은 앞으로 1~2년은 물류기업에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시장의 변화는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도 설명한다. 김형태 고문에게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원인과 핵심은 무엇인지? 그리고 물류기업들이 재편되는 공급망 안에서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생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최근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속도가 붙고 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또 기존과 어떤 차이점이 있나?

A. 기존 글로벌 공급망은 근본적으로 가장 효율을 추구하는 시스템이다. 오랫동안 글로벌 제조,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공급망은 가장 효율적인 최적을 찾아 운영하는 것이 원칙이었다. 여기에 중요한 것은 안정성이다. 즉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공급망 운영은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서로 약속하고 규범을 가지고 지켜간다는 전제가 깔린 상태에서 최적을 찾아왔다.

하지만 코로나와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되면서 기존 공급망을 가지고 있던 기업들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에서 정치적인 이슈는 중요하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G20회의 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들을 따로 모아 공급망에 관련된 회의를 진행했는데 중국을 배재하면서 이슈가 됐다. 별도의 공급망 회의를 한 것도 이례적인 일인데 중국마저 배재한 것은 과거에는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동안 기업들은 효율을 높이기 위해 글로벌 공급망을 꾸준히 변화 시켜왔다. 이것이 지난 수 십년 동안 성공적인 글로벌 제조기업의 패턴이었다. 또한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혼자가 아닌 파트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움직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의사결정이 되고 나면 최소 5년 이상 바꿀 수 없는 것이 글로벌 공급망이다. 하지만 이번 공급망 재편은 약간 성질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초기 글로벌 기업들은 미국이 경제적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미국이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리쇼어링을 지원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완전히 왜곡시켰다. 경영 논리로 효율과 원가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번은 정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재편에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

Q. 그렇다면 재편에 따라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공급망 재편에 있어서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류기업의 서비스 역량은 가지고 있는 인프라에 따라 지역별로 차이가 날수 있지만 기본적인 서비스 수준은 변하지 않는다. 글로벌 물류기업의 서비스 수준은 모든 역량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것에 투자를 하면서 각 나라의 법적 제재나 노동시장의 환경 등에 따라 대응하고 고객에게 신뢰를 주면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대형 제조기업들의 거점 전략에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에 주목하기 보다는 투자를 통해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2년 동안 공급망이 왜곡되면서 물류기업들은 상대적인 이익을 많이 봤다. 이러한 이익은 향후 10년을 위한 투자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도 변화를 통해 준비를 해야 한다. 역량 있는 물류회사를 합병해서 규모를 키우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확장하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

국내 물류기업들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시켜주면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접근으로는 글로벌 물류기업들에게 시장을 내줄 수밖에 없다. 대형 제조, 유통기업들이 물류기업을 평가할 때 ‘할 수 있다’와 ‘하고 있다’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다. 만일 재편되는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면 지금이 투자해야 할 시점이고 서비스 수준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공급망의 재편은 제조, 유통기업들이 새로운 물류기업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기업을 다시 선택할 때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대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 화주기업들은 준비된 기업을 찾는다.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글로벌 공급망 시장에서 기존의 글로벌 물류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네트워크를 만들고 좋은 인력을 소싱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할 시점이라는 점이다.

Q. 예측이 안 되기 때문에 공급망 재편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장에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여지는 없는지?

A. 예측이 안 된다는 것은 초기 그랬던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일어난 일이다. 지금은 변화를 받아들이고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다. 2023년의 미국 경기는 침체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 사람들에게는 다른 이야기이다. 한국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 미국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그래서 한국계 인력들이 갈 곳이 많은 상황이다. 예측이 불가능했던 것이 가능으로 바뀌고 있다. 다만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리스크가 늘어날 수 있다. 때문에 별도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하지만 리스크도 이제는 변수가 아니라 상수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예측하지 못했던 리스크들도 길게 놓고 보면 이름만 바뀌는 것이지 같다는 이야기다. 바이러스, 천재지변, 전쟁, 정치적 이슈들을 넓게 보면 항상 벌어졌던 일이고 이를 위한 준비는 별도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중요하다.

예측이 어려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 즉 외교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예측 가능한 외교 관계를 갖는 것은 기업의 전략 수립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른 국가들과의 관계가 바뀌면 기업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지난 10년을 놓고 보면 이러한 문제가 있었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원가 부담을 높이고 물류기업의 투자 리스크를 늘리는 것이다. 경쟁기업이 아니라 국가 외교에 따라 불안정성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다.

Q.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국내 물류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나?

A. 물류의 본질로 봤을 때 현시점은 굉장한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공급망이 바뀐다는 것은 계약 관계에 변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망의 변화는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다. 준비할 시간도 충분하다. 준비한다면 기회는 분명히 있다. 물류기업뿐만이 아니라 제조, 유통기업의 물류 담당자들에게도 기회의 시간이다. 현재 기업들은 재고가 넘쳐나고 공급망에 대한 이슈가 커지고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판매와 생산 파트의 목소리가 약해지고 물류 운영측면에서 혁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공급망의 재편, 위기는 최고 경영자들의 귀를 열게 할 것이다. 냉정하게 물류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 1~2년은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화주기업의 물류를 혁신할 수 있는 내용을 제안하고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2년 정도 물류기업에게는 호황이었다. 여유가 있을 때 투자해서 준비한다면 더 큰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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