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판을 뒤집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제시

쿠팡은 이머커스 기업이지만 핵심 경쟁력은 로켓배송으로 불리는 물류부분이다. 물류시장이 쿠팡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물류기업은 아니지만 어떤 물류기업도 도전하지 않았던, 아니 비용 등의 문제로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물류 부분에서 과감한 투자와 혁신으로 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쿠팡을 보는 시선에는 불편함이 많았다. 실제로도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자가용 번호판을 사용하는 차량으로 배송하는 문제로 법정싸움을 이어가기도 했다. 결과는 쿠팡의 승리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불편함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쿠팡은 이러한 불편함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만들었고 이를 바탕으로 이커머스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섰다. 물류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향후 물류산업을 이끌어갈 기업에 쿠팡을 꼽는 이유는 쿠팡이 보여준 물류부분에 있어서의 혁신일 것이다.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김범석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2015년 기자간담회에서 당시 김범석 대표가 발표를 하고 있다.

지금의 쿠팡이 있게 한 ‘로켓배송’
2010년 창립된 쿠팡은 초기에는 소셜커머스로 시작했다. 초기 소셜커머스 시장은 할인쿠폰위주의 시장이었기 때문에 물류기업들에게는 큰 매력이 없는 화주였다. 하지만 2011년부터는 중반부터는 물류기업들이 눈여겨보는 시장으로 변했다. 할인쿠폰에서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기 시작하면서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서 쿠팡은 이미 93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면서 소셜커머스 업계의 선두기업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쿠팡은 물류기업을 활용해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물류기업 입장에서는 주요 화주로서의 관심이 컸던 시기였다. 하지만 2014년 쿠팡맨을 직고용
하고 로켓배송을 론칭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적어도 물류산업에 있어서는 고객이 아닌 시장을 뒤흔드는 파괴자로 변한 것이다. 초기 로켓배송은 서울지역 오전 주문에 한해서 당일배송을 실현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상품의 주문량은 폭주했고 이를 바탕으로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당시 한화 1조 1,0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금의 쿠팡이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투자에 로켓배송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당시 주문에서 배송까지 모두 직접 하는 로켓 배송은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당시 배송차량에 영업용 번호판이 아닌 자가용 번호판을 사용해 관련 논란을 만들기는 했지만 물건을 받는 최종 소비자들에게는 상당히 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후 쿠팡은 소프트뱅크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통해 물류망 확충에 나서면서 물류 혁신에 속도를 더했다. 쿠팡의 로켓배송은 국내 배송전쟁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당시 소셜커머스뿐만이 아니라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에 이르기까지 유통 업체 전체가 속도 경쟁에 뛰어드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러한 배송 속도 경쟁은 지금까지도 유효한 상황이다.

“로켓배송은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이다”
이커머스 기업인 쿠팡이 당시 물류에 적극적인 투자를 했던 이유는 무엇이 었을까? 지난 2015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시 김범석 대표가 밝혔던 내용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로켓배송은 단순 배송이 아니라 고객만족을 위한 통합 서비스”라며 “물류에 대한 투자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투자해 전국 21개 물류센터를 설립하고 로켓 배송 관련 인력 등 일자리 4만개 창출을 통해 당일 배송을 확대할 것”이라며 향후 방향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를 종합해 보면 당시 쿠팡은 단순히 물류 배송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최우선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만족스러운 고객경험이 고객증가로 이어진다는 설명이었다. 그는 “로켓배송 투자로 고객 경험에 혁명이 일어나고 이는 곧 고객 증가로 이어져 쿠팡이 성장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도 모든 적자를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결국 초기 소셜커머스로 시작했던 기업 중 쿠팡만이 탄탄한 성장을 이어왔다는 것을 고려하면 당시 쿠팡이 가고자 했던 길은 틀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물류 생태계 변화의 시발점 된 ‘쿠팡’
쿠팡으로부터 시작된 빠른 배송은 유통업계의 물류전쟁으로 번졌다. 이는 물류생태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변화는 2016년쯤 나타나기 시작했다. 쿠팡은 자가용 번호판을 단 배송차량을 통해 로켓배송을 진행했다. 이를 물류업계에서는 불법으로 규정하고 법정싸움까지 불사했다. 하지만 당시 분위기는 쿠팡이 배송하는 것은 사입한 제품을 직접 배송하는 것으로 유상운송행위가 아니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기업에서 배송하는 것은 영업용 번호판을 단 차량으로 배송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하지만 쿠팡으로 인해 이러한 관념은 깨지게 됐다. 이와 함께 당시 유통기업들이 물류기업에게 전담팀을 요구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전담배송차량 운영과 조직을 구축해 서비스를 차별화 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물류기업들은 비용과 인력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쿠팡과 같이 배송망을 직접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전담팀이 구성되더라도 다른 유통기업과 차별화가 어렵다고 판단한 유통기업들이 직접 나섰던 것이다. 직접 유통기업이 배송망 구축과 물류거점을 구축하면서 인력난도 심해졌다. 

쿠팡 대구 FC
쿠팡 대구 FC

물론 이러한 변화는 지금까지 이어지진 않고 있다. 쿠팡이 직접 구축한 물류망을 구성하기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가장 큰 변화는 풀필먼트의 등장과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중요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이전의 유통기업의 물동량은 물류센터에서 점포로 배송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고객에게 직접 배송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라스트마일 딜리버리의 중요성이 커졌고 배송 방식 또한 다양한 형태를 띠게 됐다. 여기에는 쿠팡이 도입한 쿠팡플렉스의 영향도 있었다. 또 이커머스가 활성화되고 판매채널이 늘어나면서 중소 이커머스 업체의 물동량을 전문적으로 처리해주는 풀필먼트 서비스가 등장했다. 기존의 중소 이커머스 기업의 물동량은 돈은 안되지만 귀찮은 물동량 취급을 받았다. 하지만 중소 이커머스 기업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풀필먼트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고 이제는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확장됐다.

쿠팡은 지금까지 오는 과정에서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기도 했고 논란을 생산해내기도 했다. 또 쿠팡이 시도한 서비스가 모두 성공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변화가 적었던 물류생태계에 큰 변화를 만들어냈으며 자의든 그렇지 않던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물류기업도 아닌 쿠팡이 물류산업을 이끌어갈 기업으로 꼽힌 것은 이러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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