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이자 협력 관계란 인식 필요…‘불공정 시장 개선 의지도 중요’

배달산업협회 출범과 관련해 만난 현장 관계자들은 협회가 있으면 업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등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협회 설립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며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배달산업협회가 출범되기 위해서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통합형 사업자와 분리형 사업자들의 입장차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현재 배달업계는 배달앱이 배달대행업체 역할도 담당하는 통합형 배달방식(우아한청년들, 쿠팡이츠, 요기요익스프레스)과 배달앱과 배달대행업체가 각각 존재하는 분리형 방식(생각대로, 바로고, 만나코퍼레이션, 스파이더크래프트 등)이 시장을 구성하고 있다.

최근 통합형 사업자들이 배달 서비스 품질을 강화하고 배달료를 인하하기 위해 묶음 배달 등을 출시하면서 시장은 크게 요동치고 있다. 분리형 사업자들은 전체 주문량은 줄었는데 통합형 사업자들의 시장 점유율은 상승하고 있어 분리형 사업자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리형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비했던 통합형 업체들의 배달 비율이 일 년 만에 크게 상승했다.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분리형 업체들의 상황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분리형 업체의 불만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형 사업자들이 먼저 분리형 사업자들과 상생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분리형 사업자조차 설득·포용하지 못하면 협회 설립은 물론 다른 이해관계자들과는 더욱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분리형 업체 관계자는 “통합형 업체가 배달에 직접 뛰어들면서 양측의 이해관계자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이다. 통합형과 분리형이 하나의 협회를 구성할 시 다양한 안건에 합의점 도출 등이 어려워 협회의 역할과 기능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협회를 구성하려면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규정이 필요하며 각각 별도의 협회를 구성하게 된다면 교류, 대관, 홍보, 연구, 친환경 등을 목적으로 하는 상위 단체를 따로 구성해 산업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배달대행 업계를 불공정한 시장으로 만들고 모든 사업자를 어렵게 하는 배달대행사의 현금 리베이트 지급관행도 사라져야 한다. 또한 이는 협회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가 동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금 리베이트는 단시간에 손쉽게 배달 건수를 늘릴 수 있지만 경영 악화는 물론 서로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달대행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 업체들이 지역 배달대행사 유치를 통해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 노력했지만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금 리베이트 등과 같이 출혈경쟁이 아니라 공정경쟁, 서비스경쟁을 통해 지속가능한 업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U, 주요 사업자 참여한 협회 구성해 다양한 연구 활동 진행
일찍부터 플랫폼 경제, 긱 이코노미(Gig Economy) 등의 문제가 제기된 유럽의 음식배달 시장은 2021년 ‘Delivery Platforms Europe’이 출범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Delivery Platforms Europe에는 Delivery Hero, Uber Eats, Deliveroo, Bolt, Glovo, Wolt 등 음식배달 사업자들이 EU 전역의 음식점 소매업체,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기존 Instant Delivery Platform Coalition에서 발전해 재출범한 단체다.

 ▲ Delivery Platforms Europe
 ▲ Delivery Platforms Europe

Delivery Platforms Europe는 EU 내 지속가능한 경제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에게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배달종사자와는 유연한 수입 기회 보장과 보호, 음식점에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배달 서비스, 소비자에게는 신속한 배송을 위한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유럽 내 유명 연구 기관인 코펜하겐 이코노믹스(Copenhagen Economics)와 유럽 경제와 시민을 대상으로 플랫폼 업무의 가치에 대한 산업 연구를 진행하는 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EU의 사례처럼 협회를 중심으로 배달종사자, 음식점, 소비자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업계에 대한 정확하고 다양한 자료 연구를 통해 올바른 정책이 수립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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