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비전과 정체성, 대중 모두 고려 해야”

통계청이 조사한 2021년 물류산업 규모를 살펴보면 물류기업은 39만 9,000개, 종사자는 78만 4,000명이며 매출액은 154조 8,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산업은 양적, 질적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매년 기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매출액 규모도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눈부신 성과도 불구하고 물류산업을 둘러싼 대내외적 이미지는 좋지 않다. 물류산업은 택배 또는 소비재 관련 배송서비스를 제외하면 일반 대중에게 낯선 산업이며, 노동 강도가 세고 현장은 열악하다는 인식도 여전하다. 그러나 이미지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는 물류기업들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다른 산업에서는 많은 기업들이 이미지를 개선하고 있으며 이를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삼고 있다. 특히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이 불필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B2B 분야에서도 혁신 활동이 활발하다는 점은 물류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산업의 이미지는 결국 기업의 이미지에 직결되며, 기업의 이미지의 판단 여부는 지속가능한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이 많을수록 산업 전반의 이미지도 개선되며, 매출보다 더 많은 유무형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물류신문은 이미지 혁신을 통해 물류산업의 위상과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가능성을 살펴본다.

기업 이미지란 무엇인가?
기업 이미지는 고객이나 대중이 가지고 있는 감정적인 생각들이 형성되어 만들어지는 것으로, 인상이나 지위. 비전, 강점, 가치 등이 통합된 의미를 말한다. 브랜드 전략 컨설팅 전문기업 리핀코트(Lippincott)는 이미지는 기업이 고유하게 가진 것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에 기인한 것이며, 이미지의 확대는 경제나 시장 논리가 아닌 고객이나 대중의 감각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기업은 이러한 이미지를 활용해 이익을 얻고 다시 가치를 높이려고 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전달하고자 펼치는 전략이 기업 아이덴티티(CI)의 확립으로 나타난다. 대체로 CI는 문자나 색, 그림 등으로 표현된다. 이러한 기업 이미지의 하위 개념으로 브랜드가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Brand Identity)는 다른 기업 혹은 상품과 구별되는 가치를 지닌 정체성으로, 기업이나 상품 또는 서비스 등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한다. 반대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면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질 뿐만 아니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이미지는 성장을 견인함과 동시에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을 꾀해야 하며 투자가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기업 모닝컨설트(Morning Consult)가 2019년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톱 25(Top 25 Most Loved Brands in America)’를 살펴보면 상위 10개 중 4개가 물류기업 또는 물류와 관련 있는 브랜드였다.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과 UPS, USPS(미국 우체국), FedEx가 뒤를 이었다. 이듬해 발표한 ‘브랜드 톱 50(Top 50 Most Loved Brands in America)’에서는 USPS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상위 12위 중 4개 물류 관련 브랜드가 자리했다. 조사 대상은 성인 3,700~8,300명이었으며, 브랜드의 호감도, 신뢰도,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한 것이다. 이는 물류기업들이 일반 대중에게 자신들을 알리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음을 알 수 있다. 좋은 이미지가 각인된 기업들은 준수한 경영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사업영역이 B2B에 국한된 기업들도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국내 물류기업들의 브랜드 가치는 매우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브랜드 가치평가 전문기업 브랜드스탁이 발표한 ‘2023년 1분기 대한민국 100대 브랜드’를 살펴보면 겨우 3개 기업(11위 인천국제공항), 12위 대한항공, 55위 CJ대한통운)이 순위에 포함됐다. 이마저도 인천국제공항과 대한항공은 여객 이미지가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가장 큰 이유는 사업이 B2B에 집중되었다는 이류로 대외 이미지 개선에 신경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B2B는 운송단가가 높고 정기적으로 많은 물동량이 창출되기 때문에 사업영역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B2B 영업 활동은 기업 간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지 않으며 일반 대중들은 알 수 없다. 이 때문에 B2B를 주력으로 하는 물류기업들은 이미지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B2B 기업들이 이미지 관리에 나서는 이유
다른 산업군에서는 최근 많은 B2B 기업들이 이미지 관리에 나서고 있다. 이미지가 기업의 가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기업에 대한 평가 지표로 기업 이미지가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에는 기업 간 거래에서 실적이나 역량을 주로 살폈고, 지금도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외부에서 보는 기업 이미지도 중시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의사결정권자들은 비슷한 기업이라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진 기업은 역량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으며,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두지 않는다는 논리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대기업들은 다른 기업과 협력을 논의할 때 얼마나 사회에 기여하고 있는지,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이미지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남양유업이나 에코프로의 주가 하락은 오너 리스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인재 유입도 이유로 꼽힌다. 요즘 물류업계에서 나오는 이야기 중 하나는 신입사원 충원 시 지원자가 이전보다 감소했다는 것이다. 대외적으로 알려진 일부 택배기업이나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한 상당수는 구직자들이 잘 모르는 기업이라는 이유로 면접에 응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인사 담당자들은 이미지가 좋지 않은 산업이나 기업들이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지금은 인지도가 부족한 경우에도 취업 희망자가 적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 전반에서도 이미지가 부정적이면 창업을 하거나 시장에 신규 진입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수가 감소하게 된다. 이는 시장 규모를 축소시키고 투자 유치에서 손해를 보는 등의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불친절한 배송기사, 매연을 내뿜으며 과적 운행을 하는 화물차, 물류센터를 혐오시설이라고 보는 시각, 업무 난이도 대비 낮은 임금와 같은 부정적인 인식들도 물류산업의 이미지를 저해하고 있는 요소로 꼽힌다.

물류기업 이미지 혁신, 이들처럼 하라
기업의 이미지 혁신은 보통 브랜드 신설 혹은 리브랜딩, 대외 행사, 광고, 사회활동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물류기업의 경우 상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서비스를 알리거나 사회활동에 치중하는 편이었으나 최근에는 물류서비스를 브랜드화하거나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이미지 혁신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의 이미지 혁신은 기업 본연의 정체성과 업태의 특수성, 기업에게 기대하는 미래를 투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적절한 방법으로 외부에 알리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한 업종의 특성과는 별개로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될 수 있는 이미지를 추구해야 한다. 때로는 업종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신 전혀 다른 공간과 사물, 인물을 통해 정체성을 설명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방안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 물류플랫폼 ‘더 운반(the unban)’을 출시한 데 이어 올해 3월 통합 배송 브랜드 ‘오네(O-NE)’를 런칭했다. 더 운반과 오네는 서비스의 특성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 누구에게나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브랜드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최초 택배서비스 브랜드 ‘파발마’를 선보였던 한진은 서비스 브랜드화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물류솔루션 브랜드 ‘원클릭(One click)’을 비롯해 직구 플랫폼 ‘훗타운(Hoottown)’은 물론 패션솔루션 ‘숲(SWOOP)’까지 서비스별로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했다.

세방그룹은 ‘세상을 바꾸는 움직임’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TV광고를 잇따라 제작해 선보였다. 특히 ‘물류편’은 세방의 주요 사업인 항만하역과 컨테이너 작업, 중량화물 운송 등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풀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해당 영상은 15초와 30초로 제작됐는데 유튜브에서 조회수 400만 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제때(Jette)의 사명은 정해놓은 시간을 뜻하는 ‘제때’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Joy, Expert, Top, Trust, Efficiency’를 뜻하기도 한다. 제때는 사명 변경을 통해 제때 배송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했고, 주 무대인 콜드체인 분야에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이커머스 기업 쿠팡은 ‘로켓배송’을 통해 물류에 강점을 가진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얻었으며, 컬리는 ‘샛별배송’을 내세워 다른 새벽배송서비스와 차별화를 시도하며 혁신을 추구하는 젊은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건설현장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이는 건설업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건설현장은 늘 위험에 노출되어있다. 이는 건설업이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건설업계의 이미지 개선 활동

건설업계는 건설산업의 이미지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건설산업의 부정적인 이미지로는 △부실시공, △안전사고, △부동산 투기, △환경파괴, △작업환경 등을 꼽을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건설업 이미지 현황 및 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는 우수 인력의 유입을 저해하고 산업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켜 지속가능한 성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건설업 이미지 개선을 위한 민관 협력을 위한 협의체의 구성, △산업 환경 변화에 따른 건설업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부여를 제시했다.

건설업계는 건설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해소를 위해 윤리강령을 강화하고 자체적으로 안전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과 더불어 대외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학생과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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