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물류센터...냉방시설 전기세 부담 커
하루 출고량 정해져 있어 근무 시간 조절은 사실상 불가능

연일 전국에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 2단계를 가동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물류센터 및 건설 현장을 방문해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주와 근로자들도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물, 그늘(바람), 휴식’의 3대 수칙 준수는 기본이고,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

이처럼 정부는 여름철마다 물류센터 및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여름철마다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발생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근로환경 개선 요구 및 파업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냉방시설, 설치가 전부 아냐
물류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냉방시설로는 에어컨, 대형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에코펜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시원한 것은 단연 에어컨이지만 대부분의 물류센터에서는 대형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업용 전기세 적용이 안 된다. 여름철 냉방비로 인한 전기세가 8천만 원에서 9천만 원 정도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 전 층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해도 전부 가동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 대신 일명 ‘코끼리 에어컨’이라 불리는 이동식 에어컨을 이용하는 물류센터도 있다. 하지만 이동식 에어컨은 찬바람을 직접적으로 쐬는 한두 사람만 시원하고 주변 사람들은 에어컨 열기로 더 더워지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좁은 작업 공간에서 이동식 에어컨은 오히려 걸리적거린다는 근로자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최근에는 에코펜을 설치하는 물류센터가 늘고 있다. 에코펜은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물류센터 내 공기를 순환시켜 체감 온도를 떨어트리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에코펜도 모든 물류센터에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코펜을 설치하려면 보통 3m 정도의 고도가 나와야 하는데 이미 설비 시설이 들어선 물류센터나 메자닌 구조로 이루어진 곳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에코펜 설치는 물류센터 설계 당시부터 계획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물류센터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물류센터에 설치된 에코팬
물류센터에 설치된 에코팬

근로시간 조절, 물류센터가 선택할 수 없어
여름철 근로자 안전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더운 시간대에 업무량을 조절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출고시간이 정해져 있는 물류센터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장 관계자는 “출고시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문한 물류센터 중 더운 시간대에 작업을 중단하는 물류센터는 없었으며 한 곳만 1시간 일찍 출근하는 방식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물류센터 관계자는 “오늘 출고량을 작업하지 못하면 배송이 늦어지고 배송이 늦어지면 화주사와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업무량 조절은 물류센터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저녁 시간대에 작업량을 늘린 물류센터도 있었지만 다음날 낮에 하는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였지 낮 시간대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해당 물류센터 관계자는 “밤에 일하고 낮에 쉬면 출고일이 하루 늘어나기 때문에 밤에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밤에 일하는 것은 물류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센터에 설치된 국소 냉방장치
물류센터에 설치된 국소 냉방장치

현장 상황 고려한 실질적 도움 필요
방문한 물류센터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여름철 물류센터 근로환경 개선은 물류센터와 근로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쾌적하게 일할 정도로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 물류센터 몇 곳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름철 냉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 중소형 규모의 물류센터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센터 관계자는 “국내 물류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물류센터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야간작업의 경우 투잡(Two Jobs) 개념으로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도 많다. 근무환경이 개선되어야 더 많은 근로자들이 찾아오고 그들이 오래 일하지 않겠나. 물류센터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도움 방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의 보다 깊은 관심을 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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