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한창일 땐 체감온도 40도 육박… 층‧구조 따라 체감온도 상이 

폭염과 열대야로 7월 말에서 8월 초, 대한민국은 지쳤다. 그리고 365일 쉼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는 더 지쳤다. 현장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1일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올 만큼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물류센터 내 대응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곳이 대부분이다. 센터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느정도인지, 실제 현장의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초, 물류센터로 향했다. 

한낮 체감온도 최대 40도까지…잠깐 서 있어도 땀으로 샤워 
취재팀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지난 8일, 총 3곳의 물류센터를 찾았다. 첫 번째 물류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경.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이 물류센터는 이미 수많은 근로자들이 바쁘게 물량을 처리하고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센터의 최고층인 4층 실내는 이미 35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오늘은 그나마 덜 더운 날이라서 낫지만 가장 더웠던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는 잠깐만 서 있어도 땀으로 온몸이 젖을 정도였다”며 “여기에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습도도 하나의 변수가 된다. 다른 근로자는 “개인적으로는 요즘 같이 덥기만 한 날씨보다 오히려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 더 힘들었다”며 “상품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높은 습도와 온도 아래 일하다보면 잠시만 있어도 지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찾은 현장에서도 상품의 보존을 위해 제습기가 가동되는 부근에서는 비교적 더위를 덜 느낄 수 있었다. 

센터 층, 구조 등에 따라 체감온도 달라…공기순환도 큰 영향  
같은 시간대, 취재팀은 가장 더운 4층에서 하나씩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하 층의 온도가 가장 낮고 층수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과 같이 3층에서는 4층보다 낮은 31도가 온도계에 찍혔다. 

하지만 단순 온도계에 찍히는 숫자보다 큰 차이는 바로 체감온도였다. 현장에서의 체감온도는 단순 층뿐만 아니라 구조에 따라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오전에 찾은 물류센터의 3층은 복층의 메자닌 구조로 되어있었다. 메자닌의 하부층에서는 표시되는 온도처럼 4층에 비해 비교적인 쾌적함이 있었지만 상부는 상황이 달랐다. 물량으로 가득 차 있는 데다 막혀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이 구간의 온도는 33도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온도는 오히려 4층보다도 높았다.  

낮에 찾은 다른 두 곳의 물류센터에서도 같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12시에서 2시 사이에 찾은 현장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낮은 실내 온도인 28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해당 센터 관계자는 “이 센터의 경우 근무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 지하층에 마련되어 있다”며 “이런 이유로 기본적인 온도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층이나 구조만큼이나 공기순환 여부도 체감온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변수는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나 근무자 숫자의 차이였다. 상품의 크기가 크더라도 박스로 포장할 수 있는 규격화된 상품을 다루거나 화장품과 같이 소형화물을 다루는 곳은 통로가 오픈되어 있어 비교적 체감온도가 높지 않았다. 반대로 의류 등과 같이 비정형화물을 다루는 현장에서는 공기 자체가 후덥지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무자의 숫자도 변수로 작용했다. 취재진이 찾았던 3곳의 물류센터 가운데 10명 미만이 근무하는 센터의 경우 온도계상 온도나 체감온도 모두 비교적 낮았다. 이에 비해 수십 명 이상이 근무하는 센터는 높은 체감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냉방시스템 확보 위해 노력하는 센터도 있어…근로자들, “더위에 큰 도움”
일반적인 물류센터는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별도의 냉방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규모의 센터일수록 상황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방문한 센터 가운데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도 근로자들을 위한 냉방시스템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곳도 있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는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높이가 가능한 층에 대해서는 에코팬을 설치해 작동시키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본 에코팬은 생각보다 큰 크기로 상당한 세기의 바람을 생성했다. 애초에 실내온도 자체가 높은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에코팬이 작동하지 않는 층과 비교해보니 공기순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관계자 역시 “단순 선풍기 바람을 넘어서 에코팬이 있고 없고 차이가 확실히 크다”며 “뜨거운 공기를 최대한 순환해 외부로 빼내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물류센터에서는 가장 많은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층수에 에어컨을 가동한 별도의 휴게실도 마련해놓고 있었다.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던 오전 11시 30분경, 몇몇 근로자들이 현장 업무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근로자는 2층에 비치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사실 물류센터라는 특성상 모든 공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냉방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작은 요소라도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나씩 갖추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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