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영업용 번호 임대 시장, '수요 공급'원칙 따라 생긴 시장 현상

화물연대 파업 이후 윤석열 정부가 지입 운수회사들 대부분을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고 해 시장의 논란을 키우고 있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정부에게 미운털이 박혔을까?

2004년 전례 없던 화물연대의 파업에 따라 화물차 신규 증차가 전면 금지되고, 2007년까지 대다수 운수회사들은 자신들의 회사와 위수탁(지입) 계약을 맺은 화물 차주들에게 현재와 같은 영업용 번호 임대비용 등을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운송 사업권인 신규 번호의 공급은 20여년 간 막히고, 산업 발전에 따른 운송물량 증가로 영업용 번호 수요가 증가하자, 영업용 화물차량 번호판의 가치는 높아지는 등 시장 상황은 급변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자유 경제시장의 현상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물류산업의 기저 변화로 위수탁 지입차주들의 수요도 증가했다. 번호 공급이 중단되면서 영업용 번호판(허가권) 가격은 폭등, 수 천 만원을 호가하자 운송사에 위수탁 계약을 하려는 화물 차주들은 1천 만원 이상의 영업용 번호 임대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번호판을 갖춘 지입 운수회사를 찾게 된 것이다.

2.5톤 차량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해 과적운송을 하고 있다. 국내 운송업계는 컨테이너 운송차량이 몇대인지도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2.5톤 차량에도 컨테이너를 적재해 과적운송을 하고 있다. 국내 운송업계는 컨테이너 운송차량이 몇대인지도 정확한 데이터가 없다.  

‘지입 및 번호 사용료’, 자유 경제시장에서 자연스러운 현상  

반면 영업용 번호를 소유하고 있던 대다수 지입전문 운송사들은 이들을 영입하기 위해 수 천 만원을 호가하는 영업용 번호를 지속적으로 매입, 위수탁 계약을 원하는 화물 차주들에게 영업용 번호, 즉 허가권을 제공하는 대가로 한때 1 천 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는 300~500 만원 가량의 번호 사용료를 받고 있다.  

이 같은 거래 과정은 공산주의 중앙 집중 정부가 아니면 자유경제시장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경제학에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수요와 공급이 일치되는 점에서 시장 가격과 균형 거래량이 결정되는 공식처럼 거래를 한 셈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물류시장 정상화 방안은 경제학에서의 진리인 ‘수요·공급 법칙’의 근간을 부정하는 꼴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위수탁 전문 운송회사들은 하루아침에 화물 차주들을 착취하는 거머리가 됐다. 

또 다른 미운털의 배경은 물류현실 속에 2003년부터 발생한 화물연대의 끊이지 않은  파업도 한몫 했다. 화물연대는 화물 차주들의 권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지난 20여 년 간 수없이 많은 집단행동에 따른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파업은 정치적으로 변질, 새 정부 들어 그 원인을 위수탁 전문 운수사들에게 돌려지면서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이렇게 미운털이 박힌 운수회사들은 “지금의 육상물류 제도에 원죄는 지난 정부들에게 있다”고 하소연 한다. 따라서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책임 영역에 대해 실체 확인 없이 대다수 지입 운수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또 다른 시장의 파행을 가져올 뿐이다. 

아무도 모르는 깜깜이 화물운송 데이터, 이번 기회에 재정립 필요

코메디 같지만 정부 연구기관 및 화물연대, 육상운송 관련 협 단체 그 누구도 국내 수출입 화물운송의 하드웨어인 컨테이터 차량 대수를 모른다. 또 화물연대에 가입한 차주들이 어떤 종류의 차량들인지도 모를 뿐 아니라 정확한 시장 데이터 및 화물차주들의 근로 데이터도 없다. 따라서 화물연대의 주장이 60여 만대의 전체 화물 차주들을 대변한다고도 할 수 없다.

특히 대다수의 위수탁 지입차주들은 ‘자신들의 사업내용을 관리해줄 위수탁 전문 운송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부가 밝힌 이번 시장 정상화 방안은 어쩌면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산업계 피해를 줄인다는 핑계로 관련 책임 질 대상에 지입 전문 운수회사들을 지목했는지 모를 일이다. 

현재 정부가 개정하겠다는 법 및 제도 방안은 이미 전 정부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가져온 개정법과 유사하고, 이후 매번 새정부는 2012년 물류선진화법의 개정 내용과도 큰 차이도 없다. 또 2018년 운수사업 허가조건의 강화 등 수많은 법 개정에 나섰지만 이미 변화된 육상운송시장 현실은 관행과 변형된 틀로 굳어버렸다. 따라서 현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을 빌미로 논의가 개시된 냉온탕 식 법 개정 및 제도대안의 경우 또 다른 시장 혼란과 산업계 후 폭풍을 예고할 뿐이다. 

정부는 제조 기업이 화주인지 아니면 이들의 물류자회사 격인 운송회사들이 화주인지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하며, 화주의 정의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 일본 운수성의 경우 오래 전 대기업 물류운송 자회사들을 화주로 명확히 했다. 정부는 당장 화주들의 안전운임제 패널티를 삭제한 반면 컨 운송사들의 처벌은 법으로 강제하는 등의 비정상적인 정책을 내 놓고 있으며, 화물운송 정상화 방안엔 사실상 화주의 개념에 대한 정의도 없어 형평성 결여란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의 화물자동차 관련 법 개정과 제도 개선 방안은 시장의 모든 관계자들 모두에게 합리적 공감을 받아야 하며,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봐야한다. 따라서 지금의 밀어붙이기식 법안 발의와 정상화 방안은 시장을 악화시킬뿐이다. 이제라도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장을 심사숙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긴 안목의 개혁 목표를 정해 각 분야별로 철저한 논의를 통해 점진적인 법 개정에 나서야 할 때다.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원고 정리: 손정우 기자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