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엔 농장을 관할하는 나폴레옹(대통령)과 그를 대변하는 달변가 ‘스퀄러’란 돼지가 존재한다.

스퀄러는 인간에게 농장을 빼앗아 ‘동물들이 주인공이고 모두가 열심히 일하면 평등한 신세계를 맞을 것’이란 달콤한 연설로 동물들을 독려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그의 달변처럼 농장의 노동환경은 동물농장 이전, 인간이 경영하던 시절과 기대만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대다수 동물들은 악화일로만 걷는 노동 현장을 느끼면서도 스컬러가 읊어대는 장미빛 통계 숫자(데이터)에 반박할 데이터를 내 놓지 못한다. 반면 스퀄러의 통계 데이터만 보면 언제나 노동환경뿐 아니라 모든 것은 더 나아질 뿐이다. 현실은 정반대 상황인데도 말이다. 

당시 동물농장의 형국은 소설 출판 100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우리 유통 물류시장의 현실을 판박이처럼 연출한다.

화물연대는 노조원들의 근로 시간부터 각종 위험 사고의 유형, 그리고 운송 구간 별 시간대 별 운송화물의 종류에 따라 수령하는 운임 등의 상세 통계 데이터를 내 놓지 못한다. 그저 구두로만 ‘지금의 운송물류 노동현실은 어렵고, 위험하니 운임을 일정수준으로 강제해야 한다’고만 주장한다. 결국 화물연대의 지난 파업 명분은 물가상승을 비롯해 운송 물류서비스의 부대비용등에 인상으로 안전 운송노동을 위협한다. 그러니 이런 환경을 개선하려면 ‘강제적인 일정 이상의 운임을 정해야 한다’는 모호한 논리와 주장만으로 협상에 나서 여론의 외면을 받았다.

택배산업계 역시 같은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택배노조는 한동안 과로사로 추정되는 근로자들의 죽음이 이어지자 이를 명분으로 ‘노사정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노동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급기야 파업에 나섰고, 지난해 2월 성과 없이 파업을 종료했으며, 지금도 영향이 미미한 부분 파업 중이다.

파업 당시 택배노조는 배송기사들의 근로상황 악화를 말로만 주장 했을 뿐 어떤 노동환경에 처해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 없이 ‘그저 과도한 노동’만을 강조했다. 하루 평균 몇 시간의 노동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또 상하차 작업과 하루 수백개 택배 배송을 위해 얼마나 이동하고 움직이는지. 이에 따른 심박동 수와 하루 수면시간 등은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데이터는 하나도 없었다.

노조는 그저 ‘과도한 노동’만을 부각하며  지금의 노동현황에 대한 체크 시스템도, 데이터도 없이 그저 ‘힘 든다’는 주장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마치 100년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무기력한 동물들과 똑같은 형국을 연출하고 있는 셈이다. 노동환경 악화를 느끼면서도 정부겪인 나폴레옹에게 자신들의 노동시간과 강도 등의 데이터 없이 동물농장의 달변가인 스퀄러가 제시하는 데이터에 아무런 반박 근거를 대지 못하고 있던 동물들처럼 말이다. 

이미 산업시장엔 AI를 기반으로 노동 시간과 각종 근로에 대한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는 장비들과 이를 수집, 분석할 수 있는 최적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제 말로만 하는 과도한 노동은 아무런 설득력이 없다. 동물농장의 유약한 동물들처럼 악화되는 노동환경을 피부로 느끼면서도 설득력 있는 데이터 없이 ‘지금의 노동환경이 힘들고, 어렵다’고만 주장해선 결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이미 시장엔 정부 측 주장을 근사한 통계 데이터로 전환해 말하는 스퀄러 그 이상의 달변가들이 수두룩 하고, 기득권의 나폴레옹과 이를 지지하는 인간도 많다.

이제라도 유통 물류시장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노동환경이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정확한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노사정 어느 쪽이던 현재의 노동상황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실증적 노동활동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할 수 있는 쪽만이 승자로 우뚝 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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