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 중대재해처벌법 

물류센터, 공장 등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사고는 인명피해로 직결될 위험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을 경영하는 책임자를 중심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스스로 구축하고 이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위반하고 1명 이상의 현장 근로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복잡한 업무단계가 혼재해 있는 물류업계에서는 그 책임 소재를 보다 명확히 해야하는 부분에 있어 논란이 있었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 내에서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그 책임이 물류센터의 임차인과 임대인 중 누구에게 있는지, 물류센터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던 근무자가 재해를 입었을 경우 처벌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에 대한 것이다. 물류현장은 제조현장과 함께 인명사고가 다수 발생하는 산업현장이니만큼 물류기업들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발맞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CJ대한통운,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주요 택배기업들과 세방, 로지스올, 태은물류 등 물류기업들은 물론이고 부산항만공사(BPA), 인천항만공사(IPA), 여수광양항만공사(YGPA) 등 주요 항만공사들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안전관리를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약 11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물류현장에서의 인명피해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이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지, 처벌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곧 시행 1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세세하지 못한 모호한 규정과 내용으로 여전히 제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월 / 택배노조 파업, 그리고 CJ대한통운 본사점거

2022년 초, 대한민국 택배는 뛰던 걸음을 잠시 멈췄다. 택배노조가 연초부터 파업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올해 2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상황이 연출됐다. 파업 45일째를 맞이했던 2월 10일, 택배노조 조합원 200여 명이 서울 CJ대한통운 본사를 전격적으로 점거하는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당시 점거로 인해 CJ대한통운 본사는 물질적 피해가 발생했으며 본사 임직원들도 부상을 입는 등 다양한 형태의 피해 상황이 나타나기도 했다.

택배노조의 요구 사항은 크게 4가지였다. △사회적 합의에 따른 택배기사 처우개선을 위해 이뤄진 요금인상분 가운데 연 3천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이윤으로 빼돌린 문제를 해결할 것 △표준계약서에 ‘당일배송’, ‘주 6일제’, ‘터미널 도착상품의 무조건 배송’ 등의 독소조항을 담은 부속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포함한 문제를 해결할 것 △저상탑차 문제를 해결할 것 △노조 인정 문제를 해결할 것 등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이뤄진 택배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는 19일이 지난 2월 마지막 날에 마무리됐다. 이후 3월 초까지 이어진 택배노조의 파업은 파업 시작 후 64일이 지나고 나서야 종료됐다. 사상 초유의 본사 점거로까지 이어졌던 지난 2월의 택배노조 파업 이후 택배노동자 처우에 대한 관심은 이전보다 커졌다. 국내 주요 택배기업에서도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에 대한 대책을 내놓기도 했으며 지난 7월에는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택배대리점 연합 간의 부속합의서 협상이 타결되며 보다 안정적인 택배서비스를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세부항목에 있어서 언제든 논쟁의 여지가 남아있어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3월 /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전쟁

올해 3월, 전 세계가 우려하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됐다. 현재까지도 이어지며 장기화되고 있는 이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이어지고 있고 전 세계 경제 역시도 충격파를 정통으로 맞고 있다. 그리고 물류산업 역시 그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러시아는 글로벌 물류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던 곳이다. 더군다나 코로나19라는 대형 악재로 인해 물류업계에서의 러시아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그 중심에는 러시아를 통하는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이 있다. 항만을 향했던 물량이 코로나19로 인해 TSR로 방향을 바꾸면서 러시아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물류의 허브역할을 하게 됐고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서 러시아와 TSR의 비중은 점차 커졌다. 하지만 러시아 vs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TSR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글로벌 철도 물류 공급망은 제 기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전쟁 직후 TSR의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잇는 노선은 운행이 전면 중단됐으며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잇는 노선 역시 연이어 화물 운송이 중단됐다.

전쟁의 영향은 비단 철도물류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전쟁으로 인해 흑해 연안 최대 항구인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이 통제됨에 따라 유럽으로 향하는 바닷길에도 차질이 생긴 것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중심으로 형성됐던 철도 물류와 해운 물류가 동시에 멈추면서 글로벌 물류 공급망에는 큰 충격이 가해졌다. 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덧 9개월이 지났지만 마침표는 여전히 멀기만 해 보인다. 다행히 당시 우려했던 시나리오대로 TSR이 완전히 닫히는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TSR의 완전 정상화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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