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정보 디지털화에 한계…글로벌 대비 보수적 시장 분위기도 원인

일반적으로 ‘국제물류주선업’으로 정의되는 포워딩이라는 범주 안에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속한다. 항공과 해운, 육상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물론이고 다양한 상품을 취급하는 화주사 등도 포워딩 업계의 플레이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이렇듯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국내 포워딩업계는 글로벌 시장과는 달리 디지털 포워딩으로의 행보가 아직 더디다. 기존 포워더와 디지털 플랫폼, 디지털 포워딩으로 나뉘어지는 전체 포워딩 시장에서 유독 국내의 경우 디지털 포워딩으로의 움직임이 느린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봤다.

이유 1. 기존 업체들이 마주하고 있는 환경적인 한계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TI(Trans Info)가 지난해 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화물 포워딩 시장의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연평균 5% 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른 글로벌 리서치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2022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디지털 포워딩 시장의 규모는 연평균 약 23%씩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했다. 이러한 수치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무역시장이 전반적인 침체 현상을 겪은 것을 감안했을 때 빠른 회복세임에 분명하다. 그리고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상승세를 이끌 핵심으로 주목되는 업체들이 바로 디지털 물류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포워더들이라는 점이다.

현재 디지털 물류는 수요자와 공급자가 함께 참여하는 마켓플레이스 형태의 물류 플랫폼과 직접 고객의 수요에 맞춰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로 나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글로벌 포워딩 업계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시간이 흐를수록 물류 플랫폼에서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존 포워더들에 비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디지털 포워더들은 더 넓은 고객풀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은 기존 포워더 업체들과 새롭게 등장한 디지털 포워더 간의 차이점이다. 국내 포워더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기존 포워더 업체들은 원래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시스템을 디지털화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워낙 서비스의 폭이 넓고 방대하기 때문에 이를 디지털화해서 풀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러한 이유로 기존 업체들은 해외에서 개발된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의 기본 형태를 그대로 가져와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하지만 이 경우 상황에 맞는 유연한 형태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으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유 2. 글로벌 시장대비 협업에 보수적인 국내 시장 분위기
한 포워딩업계 관계자는 디지털 포워딩에 대한 업계의 공감대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글로벌 시장의 흐름도 디지털 포워딩으로 향하고 있는 만큼 국내 역시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문제는 전면적인 디지털 포워딩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협업을 위해 정보를 오픈해야하는 것이 필수인데 국내는 아직 이에 대해 미온적인 분위기라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해당 관계자는 이어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을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시스템의 구성 자체가 기업이 구성한 시스템 안에서만 움직일 수 밖에 없게 하는 것이 글로벌 시장에서운영되는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과 비교해 가지는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유 3.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자회사 물류 형태
국내 포워딩 물류시장이 글로벌 시장과 비교해 가지는 독특한 특징 중 또 하나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2PL, 즉 자회사 물류 형태를 꼽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자회사로 물류기업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물류기업들은 본사에서 발생하는 물량 중 상당 부분, 심하게는 거의 모두를 처리하며 포워딩 물류 시장에서의 경쟁력과 영향력을 갖춰나가고 있다. 

국내 포워딩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체 물량을 자회사가 처리하는 2PL 형식의 시스템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대부분이 3PL 형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포워더 시장에서는 이들 물량을 처리할 수 있는 더 나은 디지털 포워딩 솔루션들이 등장할 수 있는 경쟁의 장이 마련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업계 전문가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해당 전문가는 “국내의 경우 물량이 정해진 자회사로 흘러가기 때문에 수입과는 달리 수출 기반의 디지털 포워딩의 경우 발전에 속도가 붙기 어렵다”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특히 국내 수출파트의 경우에는 주요 기업들의 물량이 정해진 자회사가 담당해 처리하는 2PL이기 때문에 디지털 포워딩 기업들이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마련되기 힘들다”며 “국내에서는 삼성SDS가 선보이고 있는 첼로스퀘어가 수출시장을 겨냥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보다는 해외시장을 중점으로 두고 있을 만큼 아직 국내 수출 포워더 시장에 디지털 포워딩 서비스가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와 달리 수입시장의 경우 이커머스 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물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고객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를 쉽게 풀어줄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가 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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