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비용만 우선할 경우, 생활물류시장 물류대란 불가피

유통물류 수요는 증가하는데 반해 공급은 부족, 이를 개선할 방안이 없어 현장 관계자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단순히 임금을 높이고, 노동환경을 개선한다고 현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공식도 깨진지 오래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오로지 저렴한 비용만을 우선하는 서비스패턴을 고집할 경우 현 육상물류시장의 요소수 대란이 고스란히 생활물류시장에서로 재현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유통물류 현장의 서비스가 건강해 지려면 지금의 구인 대란뿐 아니라 유통물류 서비스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대 전환에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특히 최근 구직 트렌드는 예전처럼 직장을 못 찾아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하는 시대에서 벗어나고 있는 만큼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구직자들의 경우 어딘가 얽매이거나, 부당한 지시에 묵묵히 인내하는 시대도 아닌 만큼 기존 근로 개념의 틀도 바꿔야 할 시점을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통물류산업의 임금수준과 노동환경에 전면적인 개편과 더불어 새로운 서비스 틀을 만들지 못하면, 지금까지 제공해 온 ‘도어 투 도어’ 서비스는 조만간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면 현재의 유통물류 현장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서비스 패러다임은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전통적 서비스 패러다임 탈피, 세분화된 배송구조로 전환해야
국내 생활물류시장에서의 인력수급 절벽을 해결한 대안은 없는 걸까? 현장 배송업무 관계자들은 “지금의 수배송 택배화물에 대한 물류비용을 100 ~ 200원 인상해선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며 “하루빨리 택배가격을 현실화해 임금을 정상화하고 근로환경도 기업 자율에만 맡기지 말고 법과 제도로 강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해법 제시는 임금인상과 근로환경 개선은 가장 기초적인 해법인 동시에 이에 더해 물류서비스 근로에 대한 매력을 더해야 함을 의미한다.

우선 근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선 주 5일 근무제 도입의 경우가 해당 사안이다. 생활물류시장에 주 5일 근무를 강제하거나, 토요일 배송을 지금처럼 유지하려면 쿠팡의 ‘쿠친’이 채택한 근로 조건을 참고, 추가 인력구인을 통해 주 5일 근무가 가능하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려면 전통적인 택배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며, 택배가격도 인상되어야 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당장 통합물류협회 택배위원회 혹은 택배노조 등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중립적 기구를 통해 근로자들의 하루 적정 수배송 물량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물리적으로 가능한 하루 배송물량 수치 등을 데이터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수치화된 데이터를 기반해 생활물류배송의 근로환경을 법적으로 강제해야 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현재 지불되고 있는 포인트 투 포인트 형태의 일반 식음료 배달비용처럼 1개당 3천원 이상으로 배송비를 인상하지 못한다면 예전과 같은 택배 배송 패러다임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한다”며 “배송시간 15분에 3천원을 지불하는데 반해 택배요금은 서울에서 부산으로 배송하는 비용이 3천원에 못 미치는 상황인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미국처럼 택배요금을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물류시스템 연구원 조윤성 대표는 “일선 택배영업소에서 고객 문전으로 배송하는 현재의 서비스 패러다임은 구인난과 함께 한계를 맞고 있다”며 “일선 영업소에서 별도의 장소를 지정해 셔틀형태로 상품을 내려놓고, 현장에선 별도의 서비스 맨이 고객 문전으로 배송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마구르스 김영민 대표도 이 방식에 동의하며, 현재 서울시와 논의 중인 플랙스 형태의 배송방식을 제안했다. 김 대표는 “라스트마일 배송의 경우 플랙스 형태로 아르바이트 인력으로 택배배송근로자와 매칭해, 택배근로자는 일정 포인트에 상품을 사전 분류를 통해 거기 까지만 셔틀방식으로 배송하면 매칭 된 아르바이트 근로자가 최종 라스트마일의 고객문전 배송을 실버택배 형태로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A 택배기업 운영 담당 임원도 “현재와 같은 배송서비스 패러다임으로는 인력 수급에 한계가 있다”며 “근무시간을 최적화하고, 임금 역시 노동환경에 걸맞게 정상화해야 지금의 배송 피로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각 지자체들 역시 유휴 부지를 도심 물류거점 형태로 활용하고, 지역에서 라스트마일 배송에 나설 인력들을 택배기업들과 매칭하는 등의 적극적인 노력에 나서야 한다. 지금의 배송인력 구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곳의 노력으로 불가능한 만큼 생활물류산업 노사뿐 아니라 정부와 지자체들의 참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물류 인력 수급, 임금 환경 개선으로 접근해선 안 돼
국내를 비롯해 미국과 유럽등지에서의 일선 물류배송 인력 수급은 말 그대로 비상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국경 봉쇄와 고령화된 트럭운전자들의 은퇴 등으로 인력부족이 심화됐고, 경기 회복세에 따른 구인은 늘었지만 예전의 임금으론 일할 사람을 못 찾는 시대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3D업종으로 인식된 유통물류현장에 고된 일은 기피하는 추세여서 인력 쏠림도 ‘일은 편하고, 수입은 많은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근로자들의 근로에 대한 접근 방식의 변화다. 사회안전망이 높아졌고, 자신의 노동에 대한 대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점을 인식해야 할 시점이다. 택배근로자 김진환(45세, 가명)씨는 “오전 7시에 출근해 하루 14~15시간 하루 300여개의 택배상품을 고객 문전까지 배송하는 근로에 대한 적정 임금을 생각하면 지금의 임금수준은 너무 낮다”며 “현 노동에 대한 자존감을 높이고, 안정적인 근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노동은 이제 예전과는 다른 접근 방식으로 단순히 임금과 노동환경이 좋다고 일을 하는 시대다. 결국 노동에 대한 생각도 단순히 임금과 근로 조건등의 1차원적 접근방식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으로 인식해야 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대표적 피자업체인 도미노피자의 경우 지난 3분기 실적이 4.7%나 하락했다.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도미노의 실적하락 배경은 점포들의 분기별 매출 하락이 주원인이다. 특히 백신 확산으로 외식이 자유로워지자 배달 피자 수요 감소와 더불어 배송 인력난으로 배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물류기업 페덱스 역시 인력난으로 지난 6~8월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7%나 감소했다. 인력난으로 필수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임금을 인상, 급여 지출만 13%나 늘어난데 반해 인력 부족으로 매일 전체 배송물량의 6.4%인 60만 개를 배송하지 못한 결과다. 일본 택배현장 역시 낮은 임금에 고된 노동환경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이처럼 지금의 유통물류현장에 인력 부족은 단순히 풀 수 있는 산수가 아닌 시대를 맞고 있다. 언제부턴가 고차원의 방정식 같아서 지금까지의 평이한 해법으로 “임금 인상과 노동환경을 개선하면 되지”식의 접근으로는 해결하지 못할 상황인 셈이다. 이제라도 구직자들이 왜 유통물류현장의 직업을 꺼리는지에 대한 고민과 더불어 근본적인 서비스 패러다임 전환과 명확한 해법의 접근방식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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