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도입 비용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비용 감소

흔히, 친환경 시스템이라고 하면 경제적 이윤보다는 미래적 가치를 선택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실제로 국내는 물론 해외 글로벌 기업들 중 몇몇은 좀 더 많은 자본의 투자를 통해 미래 세대를 위한 친환경 시스템 도입에 앞장서고 있는데, 이는 기존 시스템보다 더 많은 경제적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기업의 이와 같은 선택에 대해 박수를 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친환경 포장은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투자 금액을 발생시킬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면 미래 가치는 물론이거니와 기업에 경제적 이윤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 구체적인 숫자를 통해 어떻게 친환경 포장이 경제적 비용까지 감소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자.

다회용 보냉백, 사용할수록 이득이다
택배 서비스를 통해 최종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상품을 담는 박스는 그 종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형 유통기업을 중심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종이재질의 택배박스, 신선식품을 주문했을 시 사용되는 스티로폼 박스, 그리고 친환경 포장 솔루션으로 새롭게 등장한 다회용 보냉백이다.

표1. 택배 관련 주요 박스들의 종류와 기준, 개당 가격
표1. 택배 관련 주요 박스들의 종류와 기준, 개당 가격(단, 다회용 보냉백을 활용하는 업체 측에서는 실제 개당 가격이 8,000원보다는 저렴하다고 설명)

이처럼 개당 가격만 살펴보면 종이박스가 가장 저렴하고 그 다음이 스티로폼 박스, 그리고 다회용 보냉백이 가장 비싸다. 여기까지만 보면 친환경은 경제적 출혈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명제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제 실제 상자가 배송된다는 가정하에 비교를 해보자. 물론 종이상자는 재활용이 가능해 전문 수거 업체의 수거 및 재가공되는 과정까지 포함해야 하지만 고객에게 도착하는 순간까지의 물류비만을 비교하기 위해 이 부분을 제외했다는 점을 덧붙인다.

표2. 종이재질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상온제품)박스 재활용까지 작업해야하는 소비자의 인건비는 모두 1,000원으로 통일
표2. 종이재질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상온제품)(박스 재활용까지 작업해야하는 소비자의 인건비는 모두 1,000원으로 통일)

이제 상온제품 배송에 종이상자가 사용될 경우 여러 번 배송될 시 물류비는 어떻게 변화할지 알아보자. 기존 포장 관련 제품이 재활용되거나 추가적으로 다른 요소가 더해지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종이재질 상자를 통해 다회 배송을 진행했을 경우 총 물류비는 다음 그래프1과 같다. 

한편, 종이상자에 상온제품이 아닌 저온제품이 담겨 배송되는 경우도 자주 확인할 수 있다. 이 때는 아이스팩이나 보냉 패드 등 온도 유지를 위한 각종 포장 아이템들이 추가된다. 아이스팩은 박스당 평균 2개씩 추가된다고 가정했으며 이에 따른 종이재질 상자에 저온제품이 담겨 배송됐을 경우 총 물류비는 다음 표 3과 같다.

표3. 종이재질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저온제품)
표3. 종이재질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저온제품)

저온제품이 종이재질 박스에 담겨 1회, 5회, 10회 각각 배송될 경우 총 물류비는 다음 그래프2와 같다. 상온제품 배송과 비교해 아이스팩과 보냉 패드의 가격이 추가돼 가격이 상승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스티로폼 박스의 경우를 살펴보자. 스티로폼 박스는 대개 일반적으로 저온제품의 배송 시 활용되는 점을 감안해 아이스팩과 밀봉을 위한 테이프, 그리고 소비자의 인건비 등이 포함되는 경우로 가정해 물류비를 산정했다. 그 결과는 다음 표 4와 같다.

표4. 스티로폼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표4. 스티로폼 박스 1회 배송 시 물류비

마지막으로 다회용 보냉백의 경우 초기 도입 비용은 가장 높은 8,000원이지만 테이프 등의 사용이 불필요하다. 인건비 역시 테이프를 떼거나 재활용을 위한 작업이 불필요해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다회용 보냉백의 재사용을 위한 세척비는 약 200원으로 설정했으며 회수비의 경우 인건비로 가정해 1,000원으로 설정했다. 이렇게 정리한 다회용 보냉백을 통한 상온제품과 저온제품의 1회 배송 시 총 물류비는 각 각 다음 표 5와 같다. 이에 더해 여러 번 배송했을 경우 물류비의 변화는 각각 그래프 4, 5와 같다.

표5. 다회용 보냉백 1회 배송 시 물류비
표5. 다회용 보냉백 1회 배송 시 물류비

이 결과를 살펴봤을 때 다회용 보냉백은 초기 도입 시 비용은 가장 높지만 세척 및 회수비용만 추가되면 지속적인 재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배송 횟수가 지속될수록 오히려 타 택배상자들과 비교해 물류비 역전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친환경 아이스팩, 미래에는 더 유리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친환경 아이스팩 사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배송시장에서 친환경 아이스팩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친환경 아이스팩의 생산량은 약 2배 가까이 증가할 만큼 수요가 크게 늘었으며 이는 소비자들의 친환경에 대한 니즈에 발맞추기 위해 업체들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물류비 측면에서만 살펴보면 친환경 아이스팩을 도입한다는 것은 업체 입장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업계에서 사용되는 일반 아이스팩의 종류는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500g을 기준으로 해당 아이스팩의 평균 단가는 약 175원이다. 이에 비해 물이나 전분, 소금 등을 활용해 만들어진 친환경 아이스팩의 평균 단가는 약 213원. 개당 약 40원가량의 차이가 있다. 국내에서 연간 생산되는 아이스팩이 2억 개에 가까운 것을 생각하면 결코 작은 차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 업체의 입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아이스팩이 장기적으로 물류비 측면에서도 업체들에 유리한 이유는 분명하다. 바로 오는 2023년, 환경부가 폐기물에 대한 환경부담금의 적용 범위를 확대 적용할 예정이기 때문. 현재 살충제와 1회용 기저귀, 건축용 플라스틱 제품 등에 한정되어 있는 폐기물 부담금의 적용 범위가 플라스틱을 활용하는 폐기물들로 확대될 계획인데 여기에 썩지 않는 겔 형태의 비친환경 아이스팩이 포함되어 있다. 환경부의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23년부터 겔 형태의 아이스팩에 대해서 300g 기준 개당 90원의 환경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친환경 아이스팩과 비교해 개당 약 40원가량이 저렴한 비용적 이점이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물류비 역전현상이 일어나게 되는 것. 이에 대해 한 관계자는 “물론 현재 환경부가 계획하고 있는 가격 인상분이 조정될 가능성도 있으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친환경 아이스팩의 적용이 비용적으로 오히려 유리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과대포장 막으면 물류비도 감소한다
과도한 포장 쓰레기 배출의 원인이 되는 과대포장을 막는 것이 환경보호의 핵심적인 열쇠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이 과대포장이 물류비의 상승까지도 유발한다는 점은 주목할만하다. 과대포장과 물류비 간 관계의 핵심에는 바로 ‘적재공간’이 있다.

일반적으로 택배배송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차량은 1톤 탑차. 수출입 물류정보를 제공하는 포워더케이알의 ‘화물차량 제원조회’ 자료에 따르면 1톤 탑차 적재함은 약 2.8m의 길이에 1.8m 가량의 높이로 구성되어 있으며 적재부피는 약 6CBM이다. 여기서 CBM이란 Cubic Meter(입방미터)를 말하는데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1m일 때를 기준으로 적재부피를 1CBM으로 계산한다.

이제 과대포장이 이뤄졌을 시 총 물류비는 얼마 정도 되는지 계산해보자. 배송에 사용되는 박스 크기는 우체국 4호 박스를 기준으로 했다. 우체국 홈페이지의 자료를 바탕으로 우체국 4호박스는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41cm, 31cm, 28cm이다. 이를 바탕으로 4호박스 하나의 CBM을 계산하면 약 0.036CBM이다. 한편,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과대포장 없이 상품의 크기에 최대한으로 맞춘 포장최적화 박스가 배송에 사용될 경우 기존 박스의 크기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수치를 통해 1톤 택배차량에 우체국 4호 박스와 포장최적화 박스를 각각 가득 채워 싣는다고 가정했을 경우 적재가능한 박스의 총 수는 다음 표 6과 같다.

표6. 박스 별 적재가능 박스 수
표6. 박스 별 적재가능 박스 수

과대포장의 방지를 통한 더 많은 택배박스의 적재는 비단 공간의 효율성 증대로만 끝나지 않고 나아가 택배차량의 유류세 절약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1톤 탑차의 1리터당 연비는 약 8.5km.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일반적인 택배트럭이 8.5km의 거리를 운행하기 위해서는 평균적으로 1리터의 기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각 다른 박스를 싣는 두 명의 택배기사를 가상으로 설정해 그들이 배송업무를 진행하는 데 있어 소요되는 유류비를 비교해보고자 한다. 

보다 직관적인 비교를 위해 두 택배기사가 배송을 진행하는 서로 다른 2개의 구역 내 운송거리와 각 구역과 터미널 간 거리는 모두 같다고 가정한다. 또, A씨의 1차배송과 2차배송을 위한 구역 내 이동거리 역시 같다고 가정한다. 두 기사 모두 각 구역별로 250개의 박스 배송을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배송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 각각 얼마간의 거리를 이동해야하는지, 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총 유류비에는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 계산해봤다.

1구역에서의 배송을 위해 A씨가 운행한 총 거리는 1차 배송시 20km, 2차 배송시 20km를 더해 총 40km이다. 여기에 2구역의 1, 2차 배송에 따르는 운송거리를 더하면 이날 배송업무를 위해 A씨가 운행한 총 거리는 80km이며, 소요한 기름의 양은 약 9.4리터이다. 

B씨가 1, 2구역에서의 배송을 모두 마치는데 운행한 총 거리는 40km. A씨와 비교해 정확히 절반으로 운송거리를 줄인 셈이다. B씨가 배송업무를 위해 소요한 기름의 양 역시 약 4.7리터로 A씨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다. 물론 직관적인 비교이지만 이는 박스 크기의 축소를 통한 적재 효율성의 극대화가 결과론적으로는 유류비의 감소 및 배송의 효율성 증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한 택배업체 관계자는 “실제 택배업계에서도 보다 빠르고 효율적인 배송을 위해 어떻게 하면 트럭 내 적재를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과대포장 방지를 기반으로 한 박스 크기의 축소는 그 모든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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