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등 주요 이슈와 맞물려 소비자 요구도 점차 커져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주부 A씨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부터 주로 온라인을 통해 식자재를 구매한다.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일 수 있어 안전할 뿐 아니라 가격과 속도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편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최근 들어 고민이 생겼다. 바로 배송 후 발생하는 수많은 택배 포장 쓰레기 때문. 특히, 뉴스를 통해서 포장 쓰레기가 늘고 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 이후부터는 어떻게 하면 최대한 이 쓰레기들을 잘 분리수거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다. 분리수거가 가능한 쓰레기면 그나마 다행이다. 개중에는 아예 일반 쓰레기로만 처리해야하는 재활용도 안되는 포장재들도 많아 A씨는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하는 와중에도 마음이 무겁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구매가 확대됨에 따라 택배 서비스는 이제 우리 일상에 빠져서는 안되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이는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된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국내 연간 택배 물동량은 지난 2019년, 처음으로 25억 개를 돌파했고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지난해에는 무려 30억 개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인구가 집중분포되어 있는 서울의 경우 그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다. 서울시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온라인 택배 물동량은 그 이전 해인 2019년과 비교해 약 27% 정도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러한 택배 물동량의 증가가 자연스럽게 택배 포장재 등 다양한 쓰레기의 양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환경부가 발표한 2019년과 2020년, 일평균 쓰레기 배출량을 살펴보면 택배포장과 관련된 쓰레기 배출의 증가세가 더 눈에 보인다. 택배상자 등 종이쓰레기의 배출량은 지난 2019년 747톤에서 2020년 932톤으로 약 25% 가량 늘어났으며 택배상자 안 완충재로 주로 사용되는 스티로폼 등의 발포수지의 경우 2019년 104톤에서 지난해 119톤으로 약 1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포장재로 인한 쓰레기의 증가로 A씨와 같이 편리함에 택배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배출되는 포장쓰레기들을 보며 마음 한켠에는 불편함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국내 한 대기업이 지난해 택배서비스를 이용한 적이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약 85% 가량이 과도한 포장쓰레기의 발생에 불편함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한 바 있다.

택배 포장과 관련해 발생하는 쓰레기의 종류는 다양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역시 택배 포장박스. 최근에는 다행히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종이가 아닌 일반 박스로 배송이 이뤄지는 경우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러한 박스의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 뒤처리하기가 더욱 어렵다. 최근 대형 유통사들을 중심으로 종이 재질의 친환경 종이 박스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이 종이 박스에도 맹점이 존재하는데 바로 재활용을 위해서는 택배박스를 봉한 테이프를 일일이 모두 제거해야한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택배박스에 붙어있는 테이프는 한 번에 잘 제거되지도 않을뿐더러 떼다 보면 상자도 함께 찢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해 불편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신선식품 배송에 따라오는 아이스팩 역시 주 포장쓰레기 중 하나이다. 특히 높은 효율과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여전히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겔 타입의 아이스팩의 경우 일반쓰레기로만 배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뒤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많다. 실제 택배서비스를 자주 이용하는 한 소비자는 “택배박스보다 오히려 아이스팩이 더 골치가 아프다”면서 “그래서 상품을 주문할 때 물을 얼린 친환경 아이스팩이 동봉되는지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말하는 ‘불편한’ 포장의 종류에는 과대포장도 있다. 특히, 현재 국내 배송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새벽배송 서비스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이 과대포장이 떠오르고 있다. 올해 초 한국소비자원은 새벽배송 이용자 1,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소비자들은 새벽배송 서비스에서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하는 사항으로 지나친 과대포장을 꼽았다. 해당 조사에 참여한 한 소비자는 과대포장과 관련해 “작은 상품 2개를 주문했을 뿐인데 각각 큰 상자에 하나씩 담겨왔다”고 답했으며 다른 소비자의 경우는 “깨질 위험이 없는 상품을 주문했는데 상자를 열어보니 필요없는 완충재가 상품을 가득 뒤덮고 있었다”면서 지나친 완충재의 사용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쓰레기가 다수 발생하는 ‘불편한’ 포장 시대를 바꾸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친환경 포장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기업에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도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최근 산업 전반에서 이슈로 자리잡기 시작한 ESG이다.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앞글자를 딴 약자인 ESG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에 대한 대표적인 개념이다. 최근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 기업들 사이에서 이 ESG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데 이는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는 것에서 기인한다. 이전에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벌었는지, 얼마나 이윤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해 주목했다고 한다면 이제는 기업이 어떠한 방식을 통해 이윤을 발생시켰고 그 방식이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친환경은 이른바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핵심 개념으로 이해되고 있고 친환경 포장은 기업으로 하여금 현재는 물론 미래의 지속가능한 역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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