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적 인상 나설 주체 없어, 노사정 합의 통해 고객 이해 구해야

택배현장 근로자들의 잇단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택배분류 현장의 지원 인력 투입이 노·사간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2021년 택배가격 변동은 불가피해 졌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택배가격 변동률은 28년 전 첫 서비스를 선을 보인 후 그 어느 때 보다 큰 폭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또 지금까지 각각의 택배기업 별 상황과 규모에 맞춰 조정됐던 변동 폭과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배기업 이하, 근로자등 모두의 택배비 인상의지가 단호하다는 점이다.

반면 서비스 이용고객들의 입장은 예상대로 택배비 변동 폭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특히 택배 없이는 사업이 불가능한 온라인 유통사업자들을 포함해 사업 규모와 제품 특성별 사업자들은 택배가격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다 최종 소비자들 역시 택배비 변동률에 대해 큰 범주에선 수긍하면서도 변동이후 지갑을 열어야 하는 순간을 맞을 경우 고심의 강도도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택배가격 변동을 주도할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도 택배사업자도, 일선 택배기사들 누구도 택배비 인상엔 공감하지만 주도적 인상에는 나서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고양이 목에 과연 누가 첫 번째 방울을 달수 있을까? 2021년 생활물류시장을 뜨겁게 달굴 택배가격 변동률에 대한 택배현장의 목소리와 택배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택배 최저요금 정하고, 공시 택배가격 온전히 기업 몫 되야
택배현장의 노동환경 개선과 더불어 빠르게 증가하는 물량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 30여 년 내리막길만 걸어왔던 택배가격 인상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우선 택배비 변동률에 대전제는 지금의 가격으론 더 이상의 서비스 지속이 어렵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지난 30여 년 간 사업 초기 몇 년을 제외하면 택배가격 변동률은 사업의 특성상 규모화를 이뤄야 해 물동량 확보를 위한 가격경쟁으로 하락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그동안 최적화를 이뤘다고 평가받던 가격은 최근 물밑 택배현장의 노동환경에 민낯을 들어내며, 잇단 택배기사들의 사망사고로 이어져 이에 대한 대안이 시급해 졌다. 이에 따라 2021년 택배시스템은 가격 변동을 통해 전반적인 대 변혁을 요구받게 됐다.

그럼 택배기업들의 2021년 택배가격 변동률은 어떻게 전망하고 있을까? 우선 CJ대한통운을 비롯해 당장 분류작업 추가인력 확보 및 다양한 비용 상승 요인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야 할 택배기업들은 누구도 가격 인상률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추정컨대 인상폭은 10% 내외 정도로 예상된다. 개당 200원 가량이 변동되면 지난해 약 36억개의 택배산업 매출 증가는 7,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택배가격의 경우 본사가 70%, 일선 영업소가 30%의 결정력을 갖고 있다”며 “변동률을 외부로 밝힐 경우 택배 영업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밝힐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부에선 “지금 가격에서 100원 ~ 200원 인상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택배가격 하한선을 3천 원으로 정하고, 육상운송시장의 안전운임처럼 택배가격 하한요금 이하의 가격 징수에 대해 불이익 등의 조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이다. 

또 다른 택배사업자는 “특히 유통업체에서 고객들에게 ‘택배비’라고 공시된 요금에 대해선 전액 택배회사 몫으로 입금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대외적으로 공시한 택배비에서 유통 판매자가 ‘포장비, 송장비’등의 비용으로 다시 가져가는 ‘백 마진’ 등에 대한 제재방안을 강제해서라도 택배가격 변동률이 온전히 택배회사로 지급되는 등 의 강력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량 급증 따라 부족한 배송·분류 구인 비용 상승 불가피
그럼 올해 택배비 변동률에 미칠 요인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주대 물류대학원 최시영 겸임교수는 “공급측면에서 노동환경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과 더불어 사회적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택배기사 구인 비용이 상승됐고, 수요측면에선 비대면 상거래 증가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가격 인상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한진물류연구원 박찬익 박사 역시 “공급측면에서 택배현장 근로자 인력부족을 비롯해 최저임금이 인상됐고, 주 52시간제 도입과 더불어 특고자의 산재보험, 고용보험 등 사회보험 적용 범위 확대 등과 더불어 분류 작업인력 투입에 따른 택배기업들의 비용 증가 등이 인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수요 측면 역시 “전자상거래 물량의 지속적인 증가와 다양한 배송 속도에 대한 니즈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이라고 말했다. 

한국물류시스템연구원 조윤성 대표도 “택배 네트워크 및 자동화 시설확충에 따른 택배기업들의 투자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임금 인상률 상승, 택배현장에서의 상하차 인력과 배송기사 부족에 따른 추가 비용들은 택배비 인상 요인”이라며 “과로사에 따른 추가 인력확보 등에 따른 비용 상승이 택배가격을 올리는 중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인상 전 고객 이해 구해야, 합의 파행되면 서비스 부재 불가
택배가격 변동에 따른 시장 이슈는 어떤 것이 있을까? 당장 택배기업들은 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뒤따를 것으로 기대한다. 반면 앞서 언급한대로 택배가격 정상화 요인이 워낙 다양하고, 잇단 과로사를 멈추기 위해 추가 투입해야 분류인력 구인 비용 등이 커 택배비 변동에 따른 다양한 이슈를 예상했다. 최시영 박사는 “택배가격 변동에 따른 예상 이슈는 가격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효과적으로 택배회사에서 개별 추진할 경우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택배회사들이 사회적 이슈로 가격 정상화 문제를 제기할 경우 고객들 역시 조직적인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박찬익 박사는 “일본의 경우 택배가격 자유화되면서 촉발된 운임덤핑에 따라 가격 하락 현상이 지속되어 왔다”며 “택배비 인상의 경우 택배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택배가격 인상의 당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소비자들로부터 불가피한 운임인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이해시키는 노력이 뒤따라 불필요한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택배비 변동에 대응하는 전략을 조언했다. 조윤성 대표는 “여전히 노사간 사회적 합의가 여의치 않고, 국회에서 막 통과한 생활물류법과 관련한 민감한 법 조항에 따라 추가되는 비용분담에 따른 각종 이슈들, 예를 들면 서비스 파행 등이 시장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이슈들은 2021년 택배시장의 불안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시장 발전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이와 함께 택배사업자협의회 관계자는 “택배비 변동에 따른 시장의 다양성은 확대될 것”이라며 “천편일률적인 싸구려 택배비로 평준화된 시장에 이미 가격차별화를 통한 다양한 택배기업들이 속속 시장에 새로운 서비스 주자로 진입하고 있다”며 “택배서비스를 ‘도어 투 도어’의 기존 서비스 방식 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배송하는 신개념 택배상품들의 출현도 2021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10% 가격변동, 서비스력 높이고 화주대응력 강화해야
2021년 택배가격 변동에 따른 이용고객들과 유통 화주기업들은 어떤 생각과 대안을 갖고 있을까? 택배 이용이 잦은 오주연(24, 직장인)씨는 “현재의 저렴하고 만족스러운 택배 서비스 가격 덕분에 온라인 쇼핑을 즐겼지만, 가격변동이 커질 경우 온라인 구매를 재고 할 수도 있다”며 “현재 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1개당 평균 2,500원의 가격에서 200원 정도 인상된다면 큰 부담이 없지만, 500원 이상의 가격변동이 될 경우 택배비 부담으로 온라인 쇼핑을 줄일 수도 있다”고 답했다. 특히 식음료 배달료가 주문한 음식보다 배송료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물류비가 높아질 경우 유통시장에서의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택배비 변동에 따른 구매 하락은 기우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시영 교수는 “이젠 택배서비스 수준 향상을 전제로 가격 인상은 시장에서 수용될 것”이라며 “버스요금 인상처럼 서비스 개선 없이 요금만 인상하는 것은 안 되며, 택배기업들의 KPI 관리를 통해 익일 배달률을 0.5%정도 향상시키는 조건을 달며 단가 인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연착륙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익 박사는 “화주기업 입장에선 택배운임 인상에 대한 저항이 있겠지만, 일정부문 가격 변동률은 수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박사는 “일본 사가와택배는 대형 화주인 아마존 재팬과 운임인상 협상이 결렬되자 곧바로 아마존과 과감히 결별했으며, 아마존 재팬을 유치한 야마토택배는 아마존 재팬의 당일 배송서비스를 단계적으로 폐지, 택배사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배송 시간을 오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앞당기는 등의 운영상의 협상우위는 물론 계약단가 역시 40% 인상했다”며 “2021년 택배시장에서의 가격 정상화는 이제 첫발을 띤 만큼 제 살 깎는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벗어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2021년 택배비 변동률은 지난 30여 년의 하락 일변도 터널에서 탈피하는 한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다 세밀한 합의를 통해 택배기업들의 장기적인 투자여력을 만들고, 일선 택배현장의 노동환경 개선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사정 모두의 진정성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