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간 무역갈등… 당분간 지속될 듯

최근 벌어지고 있는 관세전쟁의 시작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취임과 맞물려있다. 이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세계 각국과 크고 작은 무역갈등을 빚고 있으며 거대 시장과 자본, 군사력 등을 내세워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과의 무역갈등은 세계의 이목이 향하는 가장 큰 전쟁터로 변모했다. 세계 최대 시장을 가진 두 나라의 전면전은 당사국은 물론 인근 국가, 나아가 글로벌 시장을 위축시키고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단순히 무역적자를 일부 해소하려는 의도를 넘어 세계 시장의 왕좌를 노리는 중국과 이를 견제하려는 미국의 신경전이 본격화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벌어진 무역갈등과 관세전쟁의 동향을 짚어본다.

무역갈등으로 지지율 끌어올리는 트럼프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무역갈등의 중심에는 미국이 있고, 그 출발점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다.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는 취임하자마자 줄기차게 부르짖었던 ‘미국우선주의(아메리칸 퍼스트)’를 실현하기 위해 ‘보호무역’을 들고나왔다. 대통령으로서 미국의 경제성장을 최우선으로 삼았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

무역정책에 손을 댄 트럼프 행정부는 가장 먼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뒤집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고, 지난한 줄다리기 끝에 최근 ‘미국·캐나다·멕시코 무역협정(USMCA)’으로 변경시키는데 성공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거침없는 행보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유럽과 마찰을 빚었고, 든든한 우방국이라던 우리나라와 일본에게도 경제 문제는 다른 사안이라며 협상을 요구했다. 초강대국인 미국의 요구에 각국은 불만을 드러내면서도 어쩔 수 없이 테이블에 앉았고, 세계 경제에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적자를 근거로 내세워 보호무역의 정당성을 주장한다.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미국 시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많은 국가의 기업들이 겨루는 전쟁터다. 트럼프는 툭하면 많은 국가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서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반면, 미국 내 자본과 기업들은 이들에게 밀려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최대 지지자인 미국 내 백인 노동자와 그들에게 임금을 쥐어주고 정치자금을 지원할 자국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트럼프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드러내고 있는 백인 노동자 중 상당수는 철강과 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데, 이들의 일터는 미국이 일으키는 무역갈등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는 협상 대상이다.

본격 관세전쟁 시대 개막
트럼프 행정부는 NAFTA 외에도 유럽연합(EU)과 일본, 우리나라 등 세계 각국과 무역분쟁을 일으켰다. 지난해 시작된 NA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멕시코와 먼저 협정을 끝낸 뒤 캐나다에 수용할 것을 사실상 강요한 끝에 마무리했다. 미국은 캐나다에 관세공격 카드를 꺼냈고, 캐나다도 지지 않고 미국산 철강 등에 보복을 단행함으로써 관세전쟁이 벌어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캐나다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형국으로 흘러가자 한 발 물러났다.

EU와의 협상에선 본격적인 공방전이 치러졌다. 유럽산 자동차와 철강, 공산품 등에 대한 진입장벽의 필요하다며 불만을 드러냈던 트럼프 행정부는 EU에게서 만족할만한 답을 듣지 못하자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추가 관세를 매겼다. EU도 지지 않고 미국산 철강과 오토바이, 의류, 주류 등에 걸쳐 28억 유로의 관세 보복에 나서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이라이트는 중국이다. 2017년 초 트럼프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중국의 속을 긁었다. 발언을 들은 중국 관영언론은 미국과 단교할 수 있다며 강경 발언으로 맞섰다. 양국 관계가 급속하게 냉각되는 분위기를 보이자 트럼프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관행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고 환율조작과 특허 침해, 기술력 탈취 등을 일삼는 등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해 6월 미국은 중국 정부가 무역 불공정을 묵인하고 있다며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를 전격 발표했다. 1개월 뒤 미국은 다시 관세 공격을 단행했다. 중국의 공산품과 반도체 등을 대상으로 25%의 관세를 매겼고, 8월에도 160억 달러 어치의 수입품에도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했다. 7~8월에만 무려 500억 달러 어치의 수입품목에 25%의 높은 관세가 적용된 것이다.

중국도 지지 않았다. 첫 번째 관세공격에 맞서 자국의 이익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즉시 미국산 농산물 등에 25%의 관세보복을 결정했다. 이어 7월에는 대두와 자동차, 8월에는 미국산 화학제품 등에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미국의 관세공격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보복을 단행했다. 분위기는 양국의 자존심 싸움 분위기로 흘러갔다.

지난 10월 미국은 다시 관세공격에 나섰다. 이번에는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제품에 10%의 관세를 신설했다. 관세율은 내년부터 25%로 올라간다. 중국 역시 보복에 나섰다.

양측의 관세보복 규모는 모두 합쳐 3,0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주변 국가들과 남미 국가에게도 악영향을 끼쳤다. 25% 관세를 매긴 농산품과 공산품의 가격이 올라갔고, 증시는 출렁거렸으며 일부에서는 생산에 차질을 빚는 등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개발도상국 범위 확대…EU와는 화해 무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관세전쟁 범위를 주요 시장에서 개발도상국으로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반특혜관세’ 제도는 개발도상국이 생산하는 상품 중 일부 품목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 특혜를 제공한다. 이 제도는 개발도상국의 이익을 일정 부분 보장함으로써 해당 국가의 경제성장을 돕는 것은 물론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불공정한 무역관행을 개선하겠다며 특혜관세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터키와 태국, 인도네시아 등과 무역분쟁을 벌이고 있고 있다.

최근 EU는 미국과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관세공격을 유예하고 무역협상을 이어가기로 한 것.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관세전쟁에 집중하고 싶어 하는 미국의 입장과 피해를 줄이려는 EU가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전쟁 언제까지 지속되나
트럼프 집권 후 미국의 내수시장은 그야말로 호황기다. 지난 9월 미국의 실업률은 3.7%(계절조정실업률)을 기록했는데,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사실상 ‘완전고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기업들이 일손 부족을 호소할 정도다.

그 원동력 중 하나로 무역갈등을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론 관세전쟁으로 이어지면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도 적지 않지만, 미국은 무역갈등에 따른 재협정 체결로 일정부분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표면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율은 낮은 것처럼 보인다(11월 중간선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오히려 지지층이 한층 더 결집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근래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하원을 차지한 적은 없다. 때문에 상원을 지키고 하원에서 조금이라도 지분을 높이는 것이 중요했다. 현지 언론에서 “사실상 공화당의 우세”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역시 트럼프의 지지층 결집이 힘을 발휘한 덕분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는 중간선거가 끝난 직후 중국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중국산 알루미늄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며 공세를 이어간 것. 이는 양측의 무역협상에서 미국이 만족할만한 카드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즉각 보복에 나서 미국산 에탄올아민에 반덤핑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무역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도 중국과 무역갈등을 벌이는 것에 사실상 협조하고 있다는 등 미국 내 우호 여론이 우세한데다 상당한 비용이 소모된 만큼 결과물을 얻지 못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힘들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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