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 권위주의, 실패 인정하는 기업문화 DNA로 바꿔야

10년 전만해도 장소에 상관없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쇼핑을 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또 필름 없이 사진을 찍거나,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누빌 것이라고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나 나올법한 일들이 하루가 멀게 우리 옆에서 시연되고 있다.

이제 이와 같은 빠른 산업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조금만 늦게 대응할 경우 기업들의 생사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게 됐다. 그것이 대기업이던 중소기업이던 상관없이 말이다.

이미 그 트렌드를 놓쳐 정부 눈치만 보며, 살기를 구걸하는 해운·조선업이 대표적이다. 여타 전자, 자동차산업도 새 트렌드를 놓치면 해운·조선업과 별반 다르지 않는 결과를 맞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점쟁이도 아닌데, 미래 시장에 어떤 산업이 뜨고 지는지 어떻게 잡아내느냐다.

물류신문은 2016년 위기의 산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더불어 ‘왜’ 이를 잡아야 하는지, 트렌드를 놓쳐서 벼랑 끝에 놓인 국내 기업들의 원인과 대안, 그리고 어떻게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지를 찾아봤다.

▲ LG전자의 스마트 TV시연회.
트렌드 못 잡으면, 산업시장 퇴출 불가피

# 대한민국 전자산업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이 반도체란 트렌드를 선점, 이를 통해 글로벌  전자회사로 성장했다. 이렇게 한동안 승승장구하던 삼성전자였지만, 핀란드의 노키아와 미국의 모토롤라등과 함께 위기를 맞는다. 휴대폰 시장의 새 트렌드인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 생태계를 급변 시켰기 때문.
하지만 삼성전자는 운 좋게도 여타 휴대전화 회사들과 다른 발 빠른 시장흐름을 읽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재성장의 발판으로 마련한다. 반면 전 세계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와 모토몰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 동서식품은 다방커피로 유명한 국내 커피믹스 시장 부동의 1위 기업이었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커피빈등이 커피시장 새 트렌드로 자리하면서 원두커피시장에서 매출급락의 위기를 맞는다. 이 절대 절명의 위기에서 동서식품은 원두커피를 급속 냉동 동결한 타먹는 원두커피 ‘카누’를 출시,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이 두 사례는 트렌드가 기업 생사를 좌우하는 요인임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세계적인 IT와 가전 전시회인 ‘소비자 가전전시회(CES)2016’에서 지금까지 스마트폰이 대세였다면 올해는 지능형자동차가 화두로 트렌드 변화의 속도를 내고 있다.

또 국내 산업시장 역시 1인 가구의 급증과 생활패턴의 변화로 기존 브랜드를 중시하던 구매시장 역시 가성비, 즉 가격대비 성능을 중시하는 구매형태로 빠르게 전환, 올 산업 시장의 트렌드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아차’ 싶을 만큼 긴장을 놓거나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놓치면 세계 시장과 연동된 국내 산업시장은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는 나락에 빠질 수도 있다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패 인정하는 산업계 DNA로 바꿔야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아이폰과 같은 새로운 산업기술을 창조하는 것보다 이미 나온 기술을 얼마나 빨리 우리 것으로 만들어 내느냐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 왔다. 그렇게 세계 1위 전자 기업 SONY 타도를 외치며 성공한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현대 기아차, 그리고 조선업의 최강자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 현대 중공업 등도 유사한 기업군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들 국내 기업들은 급변하는 글로벌 산업 트렌드를 읽고, 벤치마킹하며 이미 나온 기술에 새로운 개념의 옷을 입히고, 업그레이드해 최고 기업으로 자리했다.

문제는 지금까지 모방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그 기술을 변형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췄지만, 이제 산업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는 것. 이 때문에 국내 산업은 최근 몇 년 간 눈에 띠는 새 트렌드를 잡지 못하고 있다. 전기 전자와 조선업, 자동차등은 이미 중국이 턱밑까지 쫓아와 언제 1등 자리를 내줘야할지 모르고, 소니와 도요타등 일본기업들은 단단한 기초기술로 무장돼 옛 명성을 찾을 날만 손꼽고 있다.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최근 산업 트렌드는 예전과 같이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다”라며 “디지털과 바이오등과 같은 차세대 먹거리나 신 트렌드분야의 경우 미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넘었으며, 그 속도 또한 빨라졌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지금의 국내 산업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이어온 기업들의 DNA를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면 해외기업들의 경우 미래 트렌드 100개중 95개는 실패를 용인하고 투자를 시작하지만, 우리 산업시장은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안정된 아이템만을 찾아 투자하는 성향을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이 차세대 먹거리와 새 트렌드를 잡기 위해서는 실패를 인정하고 투자하는 기본 성향을 바꿔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과 독일 등 기술 선진국의 IBM과 지멘스의 경우 최고 엘리트들로 구성된 팀에서 1년 내내 미래 트렌드만을 찾아 연구 분석하는 부서를 별도로 두고 있을 만큼 트렌드 잡기에 총력을 다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안전하게 순항하는 배에 슬그머니 동승하려는 경향만을 보이고 있다. 이런 자세로는 급 등락하는 미래 트렌트를 잡지 못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삼성전자 스마트 뷰 앱. 사진제공 삼성전자
잘 나갈 때, 지금 당장 트렌드 찾아야 살아

격변하는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대한민국의 올해 산업경제시장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미래도 불확실할 뿐 아니라 당장 가계부채와 소비침체로 대한민국의 경제상황이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다.

그러면 시장 안팎으로 어느 하나 녹녹한 상황이 없는 상황에서 우리 산업시장이 살길은 무엇일까? 바로 트렌드를 잡는 것이다.

유통업계 CEO들은 올해의 키워드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꼽았다. 또 가성비가 높은 제품과 인터넷과 사물이 연동되는 신산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먹거리, 즉 새 트렌드는 지금의 대한민국 기업문화로 찾을 수 없다.

미래 전문가들이 꼽은 2016년 트렌드는 전기자동차, 사물 인터넷을 필두로 Beyond 스마트폰등을 꼽는다. 하지만 새 트렌드를 주목하기 전 현재 활황세를 보이는 산업 군을 중심으로 선제적 트렌드를 찾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산업의 택배서비스는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전성기를 맞고 있으며, 여행업계 역시 여가문화 중시에 따라 올해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이밖에 1인가구의 급증과 인구절벽에 따른 유통시장도 빠르게 신제품을 쏟아내며 새 트렌드를 만들어 낸다. 잘 하고 있다고 안주하면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시장 환경에서의 시장 퇴출은 불가피하다.

지금 활황세를 보일 때 지속적인 새 트렌트를 찾아야 한다. 화장품 산업이 그렇고, 물류와 유통산업이 그렇다. 기업문화 역시 기존 권위적이고, 수직적인 현실 환경에서 자유분방하고, 튀는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파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기업에서는 더 이상 창조적인 산업 트렌드를 잡을 수 없다. 팀웍도 중요하지만, 개인의 생산성을 높이는 脫권위주의 문화야 말로 지금 꽉 막힌 대한민국 산업 숨통을 트는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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