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잡느냐, 놓치느냐 따라 다른 길 걸어

해가 바뀌면 곳곳에서 트렌드를 소개한다. 지난해 트렌드는 저랬는데 올해 트렌드는 이렇게 될 것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눈길이 간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눈 깜짝할 사이에 시대에 뒤쳐진 사람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데 개인이 트렌드를 놓치면 그다지 큰 변화가 생기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종종 지인들로부터 촌스럽다, 불편하게 산다는 면박만 당하면 되는 일이다.

그러나 기업은 상황이 다르다. 트렌드를 놓친 기업은 바로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다. 반대로 트렌드를 제대로 읽고 꽉 움켜쥔 기업은 전 세계를 좌우하게 된다. 기업의 흥망성쇠가 추세를 따라가느냐 못 따라가느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만큼 트렌드에 죽고 사는 기업 역시 빠르게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노키아와 샤오미가 있다.

노키아, 스마트폰을 놓쳐
지난해 7월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가 노키아 모바일 사업부문을 정리했다. MS는 지난해 4~6월 회계 4분기에 32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MS 설립 이후 가장 큰 손실액을 맛봤다. 대규모 손실은 노키아 모바일사업부문의 부진과 PC 수요 감소로 인한 윈도 수익 감소에서 비롯된 것이다.

MS는 즉시 노키아 모바일사업부문의 인력 7,800명을 정리해고하고, 76억 달러에 달하는 해당 부문 자산을 회계상 손실로 처리했다. 노키아 인수 실패를 인정하고 정리에 나선 것이다. 이로써 노키아 핸드폰은 두 번째 주인에게도 버림받으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노키아(Nokia)의 과거는 화려하다. ‘핀란드의 국민기업’이자 ‘세계 1위 휴대전화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었다. 1865년 핀란드 남서부의 작은 제지회사로 시작한 노키아는 종이뿐만 아니라 고무장화, 타이어, TV 등 가전, PC, 전력, 로봇, 군 통신장비, 플라스틱, 알루미늄, 화학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한 가운데 1992년 유럽의 디지털 이동통신 표준인 ‘GSM 방식’을 채택한 휴대전화를 출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탄력을 받은 노키아는 휴대전화 시장에 집중하겠다며 다른 사업부문을 모두 정리했다. 휴대전화에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리고 1998년 드디어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휴대전화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는 세계 1위 자리를 2011년까지 13년 동안 지키는 기염을 토한다.

2011년 당시 노키아의 매출액은 핀란드 국내 총생산의 20%에 달했고, 40%가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하늘을 나는 새도 떨어뜨릴 기세였다.

노키아의 드높은 기세를 꺾은 것은 스마트폰이다. 2007년 말 스마트폰시장이 열리면서 노키아는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던 당시 모바일 시장의 흐름, 트렌드를 읽지 못해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데다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개발이 실패하면서 늪에 빠지게 되었다.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한 노키아는 2013년 9월 휴대전화 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사에 매각했다. 세계 1위 자리는커녕 휴대전화사업 자체를 포기한 것이다.

샤오미, 가성비를 잡다
노키아가 휴대전화 시장의 져버린 해라면 떠오르는 해로 샤오미(小米科技)를 꼽을 수 있다.

2010년 중국의 소프트웨어기업 킹소프트(Kingsoft)의 레이쥔(Lei Jun)이 설립한 샤오미는 2011년 9월 안드로이드 기반 저가 스마트폰 ‘샤오미 미원(Mi 1)’으로 중국 스마트폰시장 공략에 나섰다. 2012년 미투(Mi 2), 2013년 미쓰리(Mi 3)를 연이어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다. 2013년 3%였던 시장점유율이 2014년 11%로 급성장하면서 중국의 스마트폰시장에서 삼성전자, 레노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었다.

샤오미가 설립 5년 만에 눈부신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비결로 많은 사람들은 가성비를 꼽는다. 애플의 ‘아이폰’이나 삼성의 ‘갤럭시’ 등 고가 스마트폰의 1/3 가격인데 성능은 크게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을 보유한 샤오미 스마트폰에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굳게 닫혔던 고객들의 지갑이 열린 것이다.

샤오미는 뛰어난 가성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년에 1기종만 출시, 대량 생산을 통해 생산 단가를 낮췄다. 또한 다른 스마트폰 기업들이 오프라인 유통망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샤오미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만 판매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을 최대 90%까지 줄였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은 후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생산비용과 재고비용도 크게 줄였다.

이와 함께 미디어 등에 대한 홍보대신 SNS 마케팅을 추진, 광고비용이 전체 매출의 1%에 불과하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 끝에 샤오미는 생산원가에 가까운 소비자 가격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샤오미 관계자 역시 샤오미의 매력으로 가성비를 꼽으며 “샤오미 제품은 성능에 비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업그레이드 속도가 빠른 IT제품은 적은 돈으로 최신 제품을 사려는 소비자가 많다”며 “샤오미는 그러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제품이다”라고 덧붙였다.

트렌드세터, 글로벌시장·O2O에 눈 돌려
‘트렌드세터(trend-setter)’ 샤오미가 최근 관심을 가지는 것은 2가지, 글로벌시장과 O2O이다.

먼저 설립 5년 만에 중국 스마트폰시장을 탈환한 샤오미가 글로벌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현재 중국, 홍콩 외에는 싱가포르와 대만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향후 인도, 브라질, 러시아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13억 중국시장으로도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5천만 국내시장에 머물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와 함께 최근 샤오미는 창사 이래 줄곧 고집해온 “오직 온라인 판매”를 포기했다. 지난해 9월 오프라인 매장인 ‘샤오미즈쟈(小米之家)’를 개설한 것이다. 현재 중국 전역에 약 20곳의 ‘샤오미즈쟈’가 운영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샤오미제품은 99% 가짜”라는 레이쥔 샤오미 CEO의 말이 무색하게 샤오미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해도 다른 기업처럼 점포를 통해 스마트폰을 판매하겠다는 뜻은 아니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으로 옮겨간다는 ‘O2O(online to offline)’의 흐름에 동참한 것이다. 실제로 ‘샤오미즈쟈’는 상품 전시·체험관, 서비스센터, 매장 등의 기능을 가진 곳으로,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샤오미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전시하는 기능에 중점을 뒀다. 일종의 ‘쇼룸(show room)’이다.

샤오미 관계자는 “‘샤오미즈쟈’는 소비자들에게 상품 체험공간을 제공해 현장에서 소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곳”이라고 밝혔다.

온라인의 장점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의 장점을 모두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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