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명수 물류신문 대기자/인하대 겸임교수

녹색물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운송 분담률이 70%를 넘는 우리나라에서는 매연을 줄여야하는 필연적인 과제의 대안으로 철도사용에 대한 분담률을 대폭 늘려야한다는 정부정책이 계속 기사화 되고 있다.
현재 철도운송 분담률이 7% 정도인데 2020년에는 20%를 달성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그 실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마도 그 계획의 근저에는 우리나라 무역과 관련한 해외 물류 방안이 대륙 간 철도운송방법인 TSR, TCR로 전환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부산에서 동해안 또는 경부·경원선에서 시작해 북한을 경유하는 소위 TKR를 거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TSR로 유럽으로 운송된다면 해양운송보다 운송거리를 10,000km 절약하고 2주 만에 도착시킬 수 있다. 이 방법이 실현된다면 혁신적인 국제물류방식이 될 것이 틀림없는 일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의 궁금증은 철도궤도 폭이 국가 간 서로 달라서 환적을 할 때 장애 요소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궤도 폭은 철로궤도 상단의 안쪽 면에서 다른 안쪽 면까지의 길이를 말한다.) 우리나라와 북한은 모두 세계 표준궤인 ‘1435㎜’이지만 러시아는 ‘1520㎜’(광궤)로 이뤄져 있다. 만약 우리나라 열차가 러시아 국경에 도착하면 화물을 러시아 기차에 옮겨 실거나 ‘대차’ 자체를 바꿔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부가되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발생시킴으로 물류 운행에 커다란 지장을 초래한다. 러시아가 전체 철로의 궤간을 수정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없는 일이다. 관련 한·러실무회의에서는 국내 동해선에 두 개의 궤도를 같이 설치하는 혼합궤도 설치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한국형 ‘궤도가변장치’ 프로젝트가 2002년부터 착수돼 시험단계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만약 상용화 될 수 있다면 어느 궤도를 달리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에는 일부 국가가 이미 궤간가변시스템을 사용하거나 개발 중에 있다. 스페인이나 폴란드는 10년 이상 시험을 거쳐 최근에 상용화되었고 일본은 시험 중이다. 상용화단계까지 10~20년 걸리는 만큼 남북간 철도연결문제를 논의하고 철도를 부설하며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전체 화물차량을 바꿔야하는 기술, 비용, 시간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는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표준궤도폭 철로가 전체 세계철도의 60% 차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철도운송은 약 7~8가지 다른 철로 궤도 폭을 사용한다. 그중에서 우리나라가 사용하고 있는 표준궤도폭이라 불리는 1435mm(4feet 8.5 inch) 궤도폭 철로가 세계에서 약 60% 사용되고 있다. 가까운 일본, 러시아 뿐 아니라 태국, 인도, 아프리카, 브라질은 다른 궤도폭의 철도를 사용한다.
따라서 국제간 철도운송을 하는데 대표적인 장애 요소는 각기 다른 궤도 폭이다. 만약 부산에서 유럽까지 TSR로 보낸다면 한국 1435mm 표준궤도와 러시아 1520mm 광폭궤도와 서유럽 1435mm 표준궤도를 경유하게 된다.

▲ 세계 각국의 철로 궤도 분포도청색부분이 표준 궤도를 나타내고 진초록과 연두색이 광폭궤도, 보라와 붉은 계통 색갈이 협 궤도를 사용하는 국가를 보여준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가 사용하는 표준궤도 1435mm의 폭이 어떻게 결정되었는지에 대하여 여러 가지 설이 분분하다. 미국 등지에서 특히 비아냥대는 루머로 쓰이는 로마시대 두 필의 말이 끄는 사륜마차의 폭과 같다는 설이 많이 퍼져있다. 어찌 문명사회에서 고대의 말이 끄는 마차바퀴 폭이 그대로 쓰이느냐는 비판적인 설이 전설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로마시대 마차바퀴 간격은 이보다 크다고 한다.
나중에 조사한 바에서도 말 두 필이 끄는 마차 바퀴간격은 1500mm를 넘겨야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표준궤도에 관한 역사적 배경으로는 영국의 역사를 정설로 보고 있다.  1800년대를 전후해 산업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석탄, 철 등의 채취광산에서 광석운반용으로 궤도차를 사용하였는데  여러 가지 궤도 폭을 가진 인력사용 궤도차가 광산 별로 사용되고 있었다. 영국의 조지 스티븐슨(George Stephenson)이 나중에 증기기관을 운반동력으로 사용하는 광산궤도열차를 사용하면서 통일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1422mm 궤도가 적절하다고 했다가 다시 1435mm로 수정하여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다른 의견을 가진 서영국철도회사는 훨씬 큰 폭의 2140mm 궤도가 대량운송에 적절하고 안전하다며 1845년 대영제국 국회에 인준을 건의했다. 이때 의원들 간에 심한 격론이 일어났다. 결론은 이미 기존 궤도 중 1200mile이상이 1435mm 궤도 폭으로 설치되어 있어 변경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경제적인 이유를 들어 ‘스티븐슨 궤도’라 불리는 지금의 표준궤도가 국회에서 승인되었다는 설이 정설로 여겨진다.
미국에서도 표준궤도가 처음부터 사용된 것은 아니다. 남북전쟁 중에는 총 철도 길이가 4000마일에 이르렀으나 20여종의 다른 궤도 폭이 철로에 사용되었다. 군수물자가 궤도 폭이 다른 궤도로 이송 될 때마다 인력으로 화물을 환적 할 수밖에 없어 수송의 큰 낭비가 문제화됐다. 국회는 정부가 개입한 대륙 간 운송철도에 현재 표준궤도폭을 사용하도록 법을 통과시키면서 차츰 기존 궤도를 표준궤도로 통일시키기 시작했다고 한다. <계속>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