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도 찾을 수 없는 후진성

- 단순보관 기능만으로도 안정적 성장해 온 왜곡된 시장

창고를 기반으로 하는 물류거점 산업은 그 동안 묵묵히 전체 산업의 가장 하부에 자리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허울좋은 개살구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외국계 물류기업 관계자들은 "특별한 노하우를 갖추고 물류창고 관리부분을 아웃소싱 할만한 전문기업은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국내 창고업계에 대해 "단순히 상품을 보관 할 수 있는 창고는 있지만, 최근 물류경향을 보면 단순보관에서 재고관리, 임가공에 이르는 서비스 과정과 이에 따른 배송과 통관에까지 물류전문 지식을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업체가 없다"며, "물류시장이 급격하게 글로벌화 하면서 창고관련 산업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는 반면 한국의 물류창고시장은 당장 필요한 지역에 거점을 찾는 것과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없는 후진국형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국내 창고업계를 꼬집어 지적했다.
반면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대다수 국내 창고들은 단순보관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오면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해 왔다. 이 같은 왜곡된 시장은 종국에 땅만 있으면 창고를 지어 임대하겠다는 사업자들을 양산하게 됐으며, 급기야 경기도 일대는 무분별한 창고 개발과 사업자들의 무지 때문에 갈수록 가동률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따라서 본지는 지난 주 2회에 걸쳐 지난 수십년간 물류업계의 기반역할을 하면서도 주목 받지 못해 왔던 창고산업계가 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협회 설립을 서두르는지에 대한 원인과 배경을 알아 보았다. 또한 창고인들을 위한 단체구성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서도 짚어 보았다.
이번 주에는 국내 창고업계가 현재와 같은 정체성에 탈피하지 못한 채 제자리 걸음마를 하고 있는 원인과 발자취를 전문가의 눈을 통해 짚어 보았다. 이와 더불어 향후 협회 설립에 따른 발전 방향과 한국을 대표하는 협회 설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알아보았다. <편집자 주>

[국내 창고시장 발전사]
근대화 창고 발전과정, 사실 어두운 과거
6·70년 화물.하주 비밀유지가 영업 노하우

지난 9일 무역협회 국제물류지원단과 공동으로 열린 물류센터 포럼 세미나에서 전 서영물류 조성익 상무가 발표한 국내 창고 발전사에 따르면 국내 창고업계를 대변할 협회출범이 왜 서둘러지는지 손쉽게 이해 할 수 있다.
국내시장에서 근대화된 창고업의 탄생은 50년대 6.25 전쟁을 겪으면서 시작된다. 특히 근대화 창고업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미군들이 사용하던 PX 제품들이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통하지 않고 나오면서 '블랙마켓'을 형성하게 됨에 따라 성장에 발판을 만들게 된다. 이후 국내 창고산업은 전쟁 후 미군의 원조가 본격화 되면서 물동량의 증가에 따라 급격한 발전을 이루게 된다.
조성익 상무는 "당시 국내 영업용 창고들의 특징은 창고 안에 적재된 화물내용 공개금지와 상품소유 하주의 비밀유지가 창고영업의 화두 였다"고 말한다. 따라서 국내 근대화 창고업의 모태는 이미 전쟁으로 굴절된 산업과 더불어 비 정상적인 보관을 시작으로 한 체 오늘에 이르게 되는 불행한 과거를 갖게 된다.
이후 60년대 창고업계 상황은 당시 산업물자가 적었던 관계로 독점적 지위를 누렸던 제조사가 주 창고영업 대상으로 급부상 했으며, 당시 창고적재화물의 내용도 흑백 텔레비전과 같은 독과점 물량이 대부분을 점유했다.
70년대 들어서면서 국내산업의 급격한 성장에 따라 제조사들의 밀어내기식 생산에 힘 입어 국내 창고산업은 급격한 성장을 하게 된다. 성장에 우선 순위를 두고 발전모델을 채택했던 군사 독재정책은 이후 80년대 들어 기업간 경쟁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물동량 확대에 따라 출고량을 늘리면서 70년대 국내 성장을 이끌던 제조사들의 밀어내기식 생산은 현재 창고산업의 발판이 되었다.
조 상무는 "결국 근대화된 영업용 창고업의 태동은 군사독재시절의 지하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으며, 이 같은 배경은 오늘 우리 창고업계를 대표하고 있는 폐쇄성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1970년대 창고들은 물류산업의 한 축이라고 하기보다는 운송, 수송 또는 운수의 시대를 배경으로 화주로부터 위탁 받은 화물을 받아 보관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또한 1980년대 창고산업은 비용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기밀유지를 우선으로 하는 비정상적인 성장을 거듭하게 되었으며, 90년대 이후 비로서 창고의 개념이 단순보관에서 여타 유통상의 전략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특히 90년대 말 창고는 비용 절감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상의 전략이고 공격적인 기능으로 바뀌게 된다.
이제 창고산업은 어두웠던 6, 70년대의 어둡고 습한 음지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광합성을 통해 자생력을 갖춰야 할 시점이다. 비록 근대화가 비밀유지와 내용을 서로에게 숨기며, 불온한 거래 관행이 모태였지만 이제 이 같은 불행한 과거를 벗어나 국제물류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산업계로 자리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향후 창고산업 발전방향과 과제]
실정에 맞는 창고운영 S/W 개발 필요
창고 거점화.공동화, 계획적 추진 절실

우리 물류거점 시장은 지난 주에 지적했듯이 하드웨어는 되는데, 소프트웨어는 없는 기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창고의 발전방향은 세밀한 계획 하에서 하드웨어 부분을 보다 현대화하면서 클러스터화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더욱 중요한 부분은 창고 운영시스템으로 해외 업체들이 자랑하는 S/W를 무작정 도입하지 말고, 우리 물류실정에 맞는 시스템 개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매년 국내 창고업계도 해외 벤치마킹을 수차례씩 하고 있지만 각 대륙별로 그들 실정에 맞는 창고운영을 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 해외 창고 운영프로그램 도입은 신중을 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향후 국내 창고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창고운영인력의 정예화이다. 현재 국내에는 변변한 교육기관하나 없이 주먹구구식의 창고 운영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이 같은 실정은 향후 정부에서 추구하고 있는 동북아 물류거점화 정책에 정면으로 배치되고 있어 이에 대한 시급한 대책 마련도 필요해 보인다.
한편 전문가들은 우리창고 시장이 우물 안 개구리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보다 적극적인 개방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조성익 상무는 "국내 창고업계에서 신축창고를 계획할 때 창고주가 일정비용을 지불하고 컨설팅을 받는 업체가 없다"며, "적어도 100억원이 투자되는 창고를 신축하면서 몇천만원의 컨설팅 비용이 아까워 단순 건축주에게만 상의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대부분"이고 말했다. 조 상무는 "이렇다 보니 일부 대형 창고들의 경우 하중과 동선의 계산 없이 창고 주의 입맛대로 신축되어 효율적인 창고운영이 어렵게 된 경우를 많이 보았다"며,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한다는 식의 창고운영은 국내 창고업계가 영원한 후진국으로 남게 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이밖에도 국내 창고업계에는 단체나 협회 전문가가 없어 전국 각지에 난립 되어 클러스터화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도 국내 창고업계의 성장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창고시장의 발전은 업계가 단지화를 이루면서 공동화를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50여년이 넘은 일본 창고업계의 발전 과정으로 협회 출범을 통해 전체 산업흐름을 파악하면서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이밖에 창고협회 구성의 당위성은 향후 급격한 세계화에 따라 국내 창고시장에도 보다 체계적인 지식이 축적되어야 하며, 각 창고들의 정보공개를 통해 임대가격의 안정화와 공동화 및 단지화를 이루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단순한 규제개혁에서 벗어나 국가 물류대계를 위해서 장기적인 거점화 전략을 수립하고 급격한 외국자본으로부터 국내 물류거점을 경쟁력 있게 발전시킬 수 있는 비젼제시도 필요한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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