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주, 하주 모두 창고 정보 목말라 한다

대부분 선진 물류 국가들의 물류산업은 최적의 거점을 통해 발전해 왔다. 특히 물류거점은 과거와는 다르게 이제 단순한 거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 원인은 대부분의 물류서비스가 무형의 자산으로 가능하지만 물류거점은 토지(부동산)와 같은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물류거점은 정부, 민간연구소, 물류관련 단체 모두 이에 대한 정확하고 효과적 이용이 가능한 데이터를 갖추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원인은 물류거점 산업의 특성이 지금까지 운영자들의 폐쇄적이면서 배타적 이기심 때문이며, 물류센터의 경우 더더욱 땅과 관련되어 그 성격상 외부노출을 꺼려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국내 전체 물동량부분에서 수출입과 관련돼 항만과 공항에서 움직이는 양은 수치상으로 어느 정도 파악 할 수 있지만, 각 지역별로 보관 및 임·가공 되는 물류거점(창고) 물동량수치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는 공공연한 비밀스러운 정보가 되어 버렸다. 따라서 창고주들은 창고주대로 하주정보에 목말라 하고, 하주는 하주 대로 창고정보에 곤란을 겪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 물류거점시장의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 협회나 단체를 통해 각 지역별로 분포되어 있는 창고들의 정보가 유기적으로 운영되면서 창고 스페이스 임대에 따른 검은 커넥션을 사전에 방지하고 있으며, 하주나 창고사업자 모두 윈-윈의 구도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를 대표하는 창고협회의 발족은 창고업을 운영하고 있는 개별 사업자들이 주축이든, 기존 물류협회가 운영하는 분과위든 설립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는 2회에 걸쳐 그 동안 수면 아래 잠겨 지지 부진하게 추진되어 오던 창고관련 단체 설립이 왜 여기 저기서 서두르는지에 대해 그 원인과 배경을 알아본다. 또한 다음 주에는 현재 국내 창고현실과 그 동안 협회설립 시도 과정을 포함해 향후 거점 관련 전문가들의 국내 창고 관련 단체 설립과 관련된 비젼을 들어 볼 계획이다.

<편집자 주 designtimesp=22384>

■창고업계 대변 단체 설립 원인과 배경
국내 어느 단체도 거점관련 데이터 없어
정부, 창고 관련 규제 아무것도 해결 못해

◆필요성
국내 창고업계를 대표할 단체 설립 추진의 이유는 전국에 산재해 있는 수천여개 업체들의 권익을 대변 할 수 있는 단체나 협회가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다는 데 있다.
현재 선진 국가들을 구성원으로 하고 있는 OECD국가 중 창고업계를 대표하는 단체나 협회가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특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와 같은 단체가 없었던 동아시아 지역국 중 싱가포르, 대만, 말레이지아 등은 속속 창고와 관련된 협회가 구성되어 국가적인 대응책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경우 업계의 의견을 개진 할 수 있는 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정부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물류부분의 규제개혁을 위해 창고업계 관계자를 소집하는 과정에서 엄선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업계 대표자 리스트 없이 아름아름 귀 동냥으로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창고협회의 부재는 비단 앞에서 언급한 문제만이 아니다. 창고업을 생업으로 하고 있는 업계가 창고업 운영에 따른 각종 불공정한 대우에 대해 일일이 개별 대응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주무 부서인 건설교통부에 아무리 건의를 해도 지난 10여년 넘게 개선 사항은 없었다는 것이 우리 창고업계의 현실이다.
냉동창고를 운영하는 한 사업자 대표는 "일반 화물에 대한 전기료 부과와 보세화물의 보관에 따른 전기료 부과가 다르다"며, "몇 번을 관계부처에 문제점을 제기했지만, 결과는 10년 전이나 현재의 상황이나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개별 사업자로써 한계가 느껴진다"고 했다.
한편 창고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역시 일반 제조업체에서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고용할 수 있지만, 정작 필요로 하는 근로자를 구하기 어려운 창고시장에서는 불법으로 간주돼 인력 구하기에 따른 각종 비용증가 분도 업계의 어려움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창고업계 운영의 소소한 것에서부터 허가와 관련된 불공정 법적 요소와 각종 규제, 그리고 조만간 닥칠 외국계 대형 물류거점 운영사들의 국내 진출계획은 이제 업계를 대표할 수 있는 협회 및 단체 구성이 단순히 바라보는 시점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업계의 대표성을 갖는 협회설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는 점에서 일부 업계 관계자는 "비록 협회 설립이 너무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은 만큼 전국적인 창고업계를 대변 할 수 있는 단체 출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배경
최근 들어 물류창고는 단순한 보관에서 벗어나 첨단의 시스템이 결합된 물류 산업계의 보석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정작 국내 거점 업계는 여전히 피부에 와 닿는 정책적 배려와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각각의 개별 사업자들 몇몇이 고군분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물류산업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오고 있는 국내 물류시장에서 창고의 역할은 얼마의 역할과 지위를 누리고 있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대형 하주들의 경우 최적의 물류서비스를 위해 중요거점에 창고를 갖고 싶어하지만, 정작 각종 규제와 정보 미흡으로 과다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일반 투자자들 역시 신규창고 건립에 하나에서 열까지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곳은 전무한 상황이 우리 창고업계의 현실이다.
또한 지금의 창고업계 낙후성은 조직화된 단체 없이 선진화된 창고운영 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한 장기적 비젼을 제시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의 운영이 되어 왔던 것 또한 사실이어서 누구를 비난 할 수도 없는 처지다.
현재 시장에서의 에피소드 상황을 소개하면 왜 창고협회 설립을 서두나에 대한 배경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최근 기자는 국내를 대표하는 전자회사 물류담당자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이 관계자는 "올 여름 당장 자신이 원하는 대규모 창고를 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휴일도 반납한 채 창고 구하기에 여념이 없는데 마땅한 창고를 구할 수 없어 전화를 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한 달여 넘게 다녀 봐도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거점을 찾을 수 없다"며, "국내에 물류거점과 관련된 협회나 단체가 있다면 이런 수고는 없을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는 창고업계에 비일비재하다.
한편 대규모 거점을 운영하고 있는 창고주는 "오는 8월이면 기존 사용주가 자가창고를 건축해 이전이 계획하고 있어 코앞에 창고가 비어질 상황인데 반해 어떤 하주를 유치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고충을 털어 놓았다.
이렇게 국내 물류거점과 관련된 정보는 하주는 하주 대로 창고 운영주는 운영주 대로 각각의 동상이몽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사례는 우리 창고시장의 단면만을 소개한 것이다. 따라서 이 같은 현상은 국내 물류거점과 관련된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 하겠다.
문제는 정부를 비롯해 국내 어느 물류관련 단체나 연구소 등 그 어느 곳도 물류거점과 관련된 유용할 수 있는 상세 데이터를 갖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북아 물류중심국과 관련된 로드맵과 정책적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고사하고 민간 물류관련 단체 역시 거점과 관련된 데이터베이스가 전무해 정부의 의지는 무색해 보인다. 따라서 물류거점과 관련된 단체 설립의 배경은 앞서 언급한 대로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적 설립에 당면해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점과 해결방안
정부, 물류거점 현장 무엇이 문제인지 몰라
당장 불편 외면하면, 영원한 변방으로 전락

창고협회 부재에 대한 대표적인 문제점은 정부의 왜곡된 시각이다. 정부는 현재 협회 설립과 관련된 일련의 행위를 각각의 주체들이 자기밥그릇 챙기기로 받아 들이고 협회 부재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 관계자들의 창고관련 단체에 대한 굴절된 사고는 단체나 협회가 항상 이익단체로 호도해 규제만을 생각하는 또 다른 폐단을 낳고 있다. 정부 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국내 창고시장에 대한 정보부재가 물류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비리와 불편을 낳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단순히 표면적으로 획일화 된 국면만을 가지고 현실을 외면한다면 국내 거점 시장은 영원히 현재의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외국계 투자가들의 국내 물류거점과 관련된 적극적 투자 움직임이다. 외국계 투자기업이 국내 거점에 투자하겠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반문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들 투기자본들은 국내 주요 물류거점을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자신의 입맛대로 거점을 이용 하겠다는 전략이다. 비젼을 가지고 투자하는 것과는 그 차원이 다른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한 임원은 "일본기업의 경우 국내 물류거점에 자본을 투자해 향후 FTA체결을 통해 움직일 물동량을 무기로 국내 물류시장을 움직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국내 창고업계가 아무런 대책 없이 이들의 자금을 덥석덥석 받을 경우 우리 거점시장은 외국계 기업의 하수인으로 전락 할 수 있는 만큼 정부차원에서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해외로 이전하는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 물류거점 투자에 관한 정보부재로 개별투자를 할 경우 무계획적 투자에 따른 위험성 방지도 협회의 필요성을 더하고 있다.
따라서 협회 설립은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가 관건이 아니라 국내 물류거점과 관련된 정보를 창고업계 편에 서서 효율적으로 대변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결방안은 "이제라도 창고업에 종사하고 있는 당사자들이 장기적인 비젼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당장 창고운영에 큰 불편이 없다고 해서 현재 당면해 있는 갖가지 문제점을 쉬쉬 덮고 넘어간다면 다음 세대에 창고업을 바탕으로 새로운 희망을 꿈꾸는 물류거점 전문인력의 미래는 없을 것이며, 종국에는 국가적 손실로 남아 영영 물류거점과 관련된 이방인으로 남게 될 수 도 있다는 지적이다.
행동하는 사람만이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듯이 창고협회 설립은 이제 각각의 창고주체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급박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 "지금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 창고시장은 또 한 번 세계 물류시장에서 변방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원로 창고인의 한 마디가 오늘의 우리 창고업계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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