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송상화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장

중국 쇼핑앱을 통한 온라인 직접 구매액의 성장세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직접 구매액이 2019년 5,081억 원으로 처음 5천억 원을 넘어선 이후 2023년 3조 2,873억 원으로 4년간 6.5배 증가하는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쇼핑앱의 해외 직접 판매 확대는 미국과 유럽에서도 큰 폭으로 성장하며 전자상거래 시장의 경쟁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디지털을 통해 세계 어디에서든 손쉽게 상품 정보를 검색하고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는 과거에도 있어왔다. 하지만, 국가간 경계를 넘어서며 상품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한계로 인하여 국가간 전자상거래는 해당 국가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힘들거나 미국 블랙 프라이데이와 같이 대규모 할인 시즌에 상품 가격 차이가 크게 발생하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하여 시장이 형성되어 왔다. 

최근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기존과 달리 특정 상품 종류에 국한되지 않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상품들에서도 가격 대비 성능이 확보될 경우 해외 쇼핑앱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중국 쇼핑앱들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저렴하고 다양한 제품 확보가 가능해졌고, 물류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고객 경험을 최대화하는 IT 서비스 기획 역량이 맞물리며 나타나는 현상으로 판단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들은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서비스 고도화 및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물류 창고 및 배송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물류 서비스 운영 역량 역시 고도화하는데 성공했다. 

미국경영과학회에서 매년 수여하는 경영과학 분야 최고 권위의 Franz Edelman Prize 수상 후보 기업들을 살펴보면 최근 2-3년 동안 중국 Alibaba 그룹과 JD.com이 연속으로 선정되며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상품 소싱에서 수요예측, 재고관리, 네트워크 설계 및 경로 최적화로 연결되는 물류와 공급망 관리 전체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과 최적화 알고리즘을 적용한 사례들을 논문으로 발표하며 관련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것이다. 

Shein, PinDuoDuo 등의 전자상거래 기업들 역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공급망 관리 역량 고도화 및 물류 인프라 투자를 통해 전세계 어디든 신속하고 저렴하게 상품을 공급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뿐 아니라 미국, 유럽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Temu앱을 서비스하는 PinDuoDuo의 경우 중국 내 셀러들이 PinDuoDuo의 물류창고에 상품을 입고하면 이후 모든 물류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제공하여 셀러들의 부담을 감소시키고 있고 효율화된 배송 서비스로 인하여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더욱 확대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중국 쇼핑앱들의 해외 직접 판매 확대 배경에는 중국 내수시장의 침체로 해외 시장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중국 내 셀러,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관리에 비상이 걸린 주요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측면도 있다. 중국 내수시장이 침체되며 공급 과잉 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2024년 1월 0.8% 하락으로 14년 4개월만에 최저로 떨어진 상황이다. 공급 과잉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해외 시장 확대가 필요한 셀러들은 Aliexpress, Temu, Shein 등 국가간 전자상거래 서비스에 상품을 올리면서 경쟁적으로 가격을 낮추었고 글로벌 서비스 역량을 갖춘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해당 상품을 전세계로 밀어내며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특정 카테고리를 넘어 일상 생활용품으로까지 빠르게 침투하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소비자 물가를 낮추기 위해 고심하던 주요 국가 정부들은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이 다양한 상품 종류로 확대되는 것에 대해 규제하기 보다는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으로 지켜보는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국가간 전자상거래는 시장의 왜곡과 불공정의 문제를 유발하며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전자상거래 통관의 경우 하나의 컨테이너에 다양한 화주와 상품 종류가 연결되어 있어 컨테이너 단위로 상품을 확인하는 기존 통관 방식으로는 정상적인 통관이 어렵고 일정 가격 이하 상품의 경우 관세 부과를 면제하는 De Minimis 규정에 따라 저가 상품의 경우 통관을 간소화하여 수입이 이루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품 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함에 따라 가품 및 위조품 통관을 막기 어렵고 마약과 같은 위해물품 확인도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관 단계에서 막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어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막는 것이 어려운 것이다. 

또한, De Minimis 규정에 따라 관세 부과가 면제되고 부가가치세 역시 면제되면서 정상적 절차를 거쳐 수입된 상품들보다 낮은 가격에 상품이 유통되는 불공정의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일상 생활용품에 대한 제조산업 기반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유럽 및 영국은 국가간 전자상거래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는데 낮은 제조원가, 관세 및 소비세 면제 등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상품이 국가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대규모로 유입되면서 역내 중소기업 및 유통채널이 붕괴되는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미국 역시 의회 내 중국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중국산 상품의 전자상거래 수입에 대한 규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800달러인 반면 중국은 7달러에 불과한 관세 부과 최저 한도의 불균형 문제 해소,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 검토,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상품, 위조품 및 가품, 위해물품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 추가 등 다양한 형태의 규제가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현행 체계에서의 국가간 전자상거래가 기존의 국가간 무역 대비 불공정한 부분들이 있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자국 내 산업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도록 국가간 전자상거래 체계를 정상화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무역을 통해 성장해 온 우리의 입장에서 단순히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상품 통관을 규제하거나 해외 쇼핑앱의 국내 시장 진출을 막는 규제 방식은 장기적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 되긴 어렵다. 더욱이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생산하는 제조업 기반, 대규모 물류 인프라 투자 및 고도화된 IT 서비스 운영 역량을 갖춘 해외 쇼핑앱들의 경쟁력은 국내 시장에서도 경쟁을 통해 시장을 성장시키고 물가 안정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해외 판로 개척이 어려운 국내 중소 중견 브랜드들의 경우 국가간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고도화될 경우 해외 진출의 기회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경쟁력을 갖춘 제품이라면 전세계적인 물류 인프라 고도화와 맞물려 주요 해외 시장으로 빠르게 제품을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경쟁과 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국가간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와 인프라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 및 정상화 노력은 필요하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통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신속하면서도 정확하게 가품과 위해물품을 확인하여 국내 유입을 막아야 하고 주요 해외 쇼핑앱들과의 데이터 연계를 통해 판매 단계에서부터 해당 상품의 정확한 정보 및 가격 확인이 필요하다. 상품 포장 단계에서부터 정보를 파악하여 가격 왜곡, 위조 및 위해물품 반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통관 시스템과 해외 물류 서비스와의 연계 역시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국내 통관 시스템과 연계되어 인증된 전자상거래 및 물류서비스에 대해서만 통관 간소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 가능할 것이다. 

또한, De Minimis 규정 적용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미국 시장에서의 데이터 분석 결과 국가간 전자상거래를 통해 수입되는 상품의 상당 부분을 소수의 초대규모 셀러가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초대규모 셀러들은 상품 가격을 통제하고 왜곡하면서 시장의 불균형과 불공정을 만들어내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무역과 소비자 권익을 위해 기존의 관세 면제 최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되 셀러의 거래 규모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의 셀러에 대해서는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시장 왜곡을 막으려는 아이디어가 제안되고 있다. 

대규모로 상품을 판매하는 해외 쇼핑 서비스의 경우에는 국내 물류 인프라 투자 및 물류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국내 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해당 상품의 경우 기존의 일반적 방식의 무역 거래 방식을 통해 상품을 수입하고 부가세 및 관세를 부과하여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과 공정한 서비스 경쟁이 일어나도록 제도 및 인프라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소비자들은 공정한 기반에서 국내 전자상거래 서비스와 해외 쇼핑앱 사이에서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의 성장은 물류 서비스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국내 물류 산업의 성장에 큰 기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부와 산업계가 합심하여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할 경우 국내 물류 기업들의 해외 진출과도 연계되어 전체 산업 생태계가 더욱 성장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전세계 어디든 국내 중소 중견 브랜드들의 상품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배송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경우 해외 판로 개척 및 수출 확대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여 장기적 안목에서 제도를 정비하고, 국가간 전자상거래 시장 전반의 불균형 및 불공정을 해소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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