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정책 변화에 따른 준비 필요

사방신 중 백호(白虎)는 우리가 알고 있는 하얀색 호랑이와는 다른 상상 속 동물이다. 서쪽을 수호하며 가을을 관장하며 백색을 상징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다고 전해지는 백호는 사신들 중에서 가장 용맹하고 강력하며 강인한 신체와 근육, 체력, 지구력, 정신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저금리 속 소비풍년에 백호처럼 빠르게 성장해왔던 육상운송 시장이 대변화를 겪고 있다. 2022년을 끝으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되면서 정부는 이를 대체할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개혁 등을 위한 ‘화물운송산업 정상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관련법 개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 막혀 있는 상황이다. 택배의 경우 기존 택배사들과 쿠팡이 유통시장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해외 직구가 새로운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배달산업은 코로나 시기 정점을 지나 서서히주문량이 줄어들고 있지만 업체들은 높은 배달비를 낮추고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배달을 선보이고 있다.

육상운송시장은 전체적인 성장세는 주춤하지만 여전히 백호의 기세처럼 성장성이 있는 시장이다. 2024년 백호의 기세를 이어갈 육상운송시장의 키워드를 전망했다.

택배물동량 이끄는 ‘직구’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국내 택배 물동량은 연평균 약 10% 증가했다. 특히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에는 전년대비 20%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2023년은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택배 물동량의 성장세는 소폭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직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택배 물동량의 상승을 이끌고 있다. 이에 따라 2024년 택배시장에서 ‘직구’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직구시장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이끌고 있는 기업은 알리익스프레스다. 2023년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 알리익스프레스는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물류 전과정을 개선, 일부 제품에 대해 5일 배송을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이는 CJ대한통운의 알리익스프레스 택배 물동량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1분기 346만 상자였던 택배 물동량은 3분기 904만 상자로 2개 분기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고공 성장한 알리익스프레스는 앞으로 한국 내 물류센터 구축 등 추가로 물류 서비스를 강화는 물론 가품논란을 차단해 한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처럼 높은 직구시장 성장세에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도 추가적인 물량 유치를 위해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 또한 자체 직구 프로그램인 ‘로켓직구’의 상품 소싱을 강화하고 배송 경쟁력도 로켓배송만큼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편 국민가게를 표방한 다이소도 다시 한 번 온라인 시장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이소는 한진택배와 손잡고 오후 2시까지 주문한 제품에 대해 전국 익일배송한다. 이처럼 2024년은 고물가 속 소비자들에게 가격대비 높은 만족도를 줄 수 있는 상품들이 택배 물동량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친환경 화물차‘ 전환
2024년 육상운송시장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키워드로 ‘친환경 화물차’가 부상하고 있다. 올해부터 국내 육상운송시장의 핵심인 1톤 트럭이 친환경차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대기관리권역법에 따라 소형 택배화물차, 어린이 통학차의 경유차 신규 등록이 불가능하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2023년 11월 말을 끝으로 기존 경유 포터와 봉고를 단종하고 각각 LPG 터보 엔진을 탑재한 포터와 봉고를 공개했다. 앞으로 신규 1톤 트럭을 구입하려는 고객은 전기 트럭이나 LPG 트럭만 구입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 부족과 느린 충전 속도, 짧은 주행거리를 가진 전기 트럭보다 LPG 트럭으로의 전환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LPG 화물차 보조금 지원 사업이 지난해로 끝나 고객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현재 LPG 1톤 트럭은 기존 LPG 트럭의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엔진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터보 엔진으로 교체 장착하면서 출고가가 기존 경유차 대비 500만 원 가량 높아진 상황이다. 1톤 전기 트럭도 상황은 비슷하다. 정부는 매년 전기차 보조금을 200~300만 원씩 줄여왔다. 하지만 여전히 1톤 전기트럭에 대한 보조금이 다른 차종에 비해 높은 편이어서 추가적인 삭감이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톤 전기 트럭 보조금마저 삭감되면 신규택배 시장에 진입하는 택배기사는 물론 1톤 화물차 구입 비중이 높은 소상공인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표류하는 ‘표준운임제’
새해에는 안전운임제 재도입과 표준운임제 도입을 두고 다시 한 번 격론이 펼쳐질 전망이다. 2023년을 끝으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된 이후 정부와 여당은 표준운임제 도입을 야당은 안전운임제 연장을 주장해왔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개혁 관련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화물운송시장의 새로운 운임제는 2024년 총선 결과에 따라 다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국회 상황과 관계없이 화물차주의 권익 개선과 화물운송산업의 개혁을 위한 과제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표준운임제 입법을 추진하되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에 대해 시장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표준운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입법공백을 최소화할 예정이다. 또한 지입제 폐단으로부터 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관련 하위법령도 정비할 계획이다. 최소운송의무를 위반하거나 운송실적을 미신고한 운송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택배 상·하차, ‘외국인 근로자 관리’ 중요해져
정부가 산업현장 인력난 해결을 위해 2004년 고용허가제 이후 역대 최대 규모인 외국인 근로자 16만 5천 명의 입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는 2021년 5만 2천명에 비하면 3년 만에 3배 넘게 늘어난 숫자다. 정부가 지난해 택배현장의 상·하차 업무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 확대를 허용하면서 올해부터는 택배현장에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택배 상·하차의 경우 내국인 피보험자수가 5명 이하일 경우 12명 ▲6명 이상 10명 이하, 18명 ▲11명 이상 15명 이하, 30명 ▲16명 이상 20명 이하, 42명 ▲21명 이상 100명 이하 60명, 101명 이상의 경우 75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택배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인력수급 문제에 당장은 숨통을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택배 상·하차에 외국인근로자가 늘어나면서 이들의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택배업계에서는 물류센터 내 산업재해 발생 시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각종 형사 처벌 과 과태료 처분 가능성이 있어 외국인 근로자가 택배 상·하차 업무는 물론 안전사항을 숙지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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