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신속 법안 통과를 위한 민주당과 국민의 힘에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이 발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운법) 일부 개정안이 그대로 상정될 것으로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현장에서는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개정법의 모순으로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개정이 먼저가 아니라 현실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어떠한 혼란이 있을 지 점검했다.  

 

△지입제 개정 사항
△지입제 개정 사항

1. 물량 있어도 지입 차주가 운송서비스 못해 
현재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자의 95% 이상은 지입차량을 위수탁해 관리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만약 이들이 개정법에 따라 자신들의 명의로 운송물량을 계약해 소속된 화물차주에게 제공하려고 해도 소속된 화물차주들은 이 물량에 대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과연 김정재 의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현재 운수회사에 위수탁되어 있는 화물차주들의 주거지와 운송서비스 지역은 특정지역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운수회사가 특정지역 물량을 확보하고 운송을 의뢰해도 대부분 자사에 위수탁된 소속 화물차주는 운송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 또한 자신들이 별도로 운송 계약한 물량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소속 운수회사의 운송 조건에 맞출 수 없다면 운송을 거부할 수 밖에 없다. 또한 운송사업권이 있더라도 운송 요구를 거부하는 화물차주와 계약을 강제 해지할 수 있는 요건이 없는 것도 우려되는 점 중 하나다.

2. 화물차주 차량 소유권 보장, 이미 보장돼 있어 
현재 화운법상 운수회사와 화물차주 간 위수탁 계약 시 ‘차량등록원부 특별이기’란에 화물차주가 현물 출자한 차량임을 의무 병기함으로서 법적으로 이미 화물차주 차량의 소유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토부의 예고대로 법이 개정되어 차량 소유권을 화물차주 명의로 바꾸려면 화운법은 일부가 아닌 전체를 개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제3조 허가 조건에 따라 자신 명의로 20대의 차량을 보유해야 하는데 차량등록원부 소유자 란에 현 소속 차량을 화물차주 명의로 등재하면 화운법상 운수회사는 허가조건인 운수회사 명의의 차량을 미확보한 셈이므로 허가취소 처분에 해당한다. 또 화물차주 역시 화운법 상 20대의 화물차를 보유하지 않으면 운수사업 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동법 제67조1항에 의해 불법 사업자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화물운송사업을 위한 사업자등록을 신청할 때 국가로부터 취득한 허가증을 제시하는 것은 필수 조건이다. 허가를 취득해야 사업자 등록 신청을 할 수 있게 법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 상황은 화물차주들이 운수회사와 허가에 대한 위수탁 계약을 체결, 자신의 차량을 위수탁한 운수회사 명의로 소유권을 옮겨 영업용 번호판으로 등록한 뒤 그 차량의 등록원부와 위수탁 계약자임을 증명, 개인 운송사업자로 등록하고 있다. 이때 허가를 가진 운수회사 명의의 차량이 아니라, 화물차주 자신 명의의 차량으로 합법적 사업자등록이 가능한지도 살펴야 한다. 

자동차 관리법상 영업용 번호는 등록된 차량의 표식일 뿐, 차량등록 원부 상 차량의 소유자가 행정상의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자동차관리법상 법이 일부 개정되지 않는 이상 사업허가권은 운수회사임에도 차량 소유자인 화물차주가 이전, 말소 등의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현 화운법은 화물차주의 피해방지를 위해 각 행정상 권리 침해도 막고 있다. 화물차주가 임의로 차량을 이전할 경우 발생하는 운송사 피해 등에 대해 기본 권한을 침해받게 되는데,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적 보호 방안이 있는지도 문제다.

더 큰 문제는 행정관청의 인력 문제다. 화물차 행정을 담당하는 전국 각 지차체는 현재 영업용 화물차량에 대해 허가관리(교통과)를 운송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관 부서에서 부과되는 자동차세(세정과), 환경개선 분담금(환경과), 검사 지연 과태료(차량등록과) 등도 차량의 명의자인 운송사를 상대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허가 부서의 담당자들은 짧은 순환보직으로 대부분 전문성이 없을 뿐 아니라 업무 과중에 따른 인력 부족 등으로 제대로된 차량 관리를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법 개정으로 수 만 여 대의 차량을 개별관리 해야 하는 상황일 경우를 대비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만약 차량 소유권 문제에 대해 운수사업법의 일부 개정이나 하위 법령으로 잘못 개정될 경우 화운법 전체 조항과 법리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차량 소유권을 운수사업자에서 화물차주로 변경하려면 화운법의 전체 개정이 필요하다. 또한 관련 법인 자동차 관리법도 일부 개정 되어야 한다. 
수 십년간 위수탁 계약 현물출자 등 현실을 기반으로 법 개정이 되어 왔고, 현재도 ‘지입’이라는 용어는 국토교통부 스스로가 불법으로 인지, 사용하지 않는다고 화운법령집에 표기하고 있다. 화운법상 운송사업 허가 기준인 자동차 소유권 문제에 대해 하위 법령 등이 개정되면 혼란은 불가피해 질 것으로 보인다.

3. 화물차주에 과도한 금전적 부담, 운수사 아닌 브로커 때문
화물차주들이 과연 운수회사로부터 부당한 금전 요구를 받기 때문에 지입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의 사실여부를 먼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2007년 정동영 전 의원이 발의한 화운법 일부 개정 시 다뤘던 내용은 '위수탁 계약 시 권리금 명목의 금전 요구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을 뒀다. 허가권을 가진 운수회사는 당시 번호판 1개에 3,5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고 매입한 것을 다시 화물차주들을 모집하면서 별도의 권리금을 받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화물차주와 위수탁계약을 체결하면 운수회사는 부동산 상가 임대차보호법에서 처럼 ‘운수회사는 화물차주에게 5년간 계약의 해지를 요구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어 당사자 간 합의로 권리금 내용이 삭제됐다.

그럼 현실은 어떨까? 운수회사들은 운영비용 명목으로 위수탁 계약 시 200~500만 원 가량을 받는다. 이는 운수회사가 일방적으로 금액을 정해 화물차주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며, 화물차주 모집 시 정부 측 고용지원 제도가 전무한 상황에서 운송사들이 차주를 모집할 수 없어 벌어지는 일이다.

따라서 구직을 원하는 화물차주들은 일자리 소개 브로커들의 광고를 통해 상담하고, 이들의 알선으로 차량을 매입해 영업용으로 등록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가 있다. 결국 브로커들은 지입 화물차 구직자에게 부당하게 소개비를 받아 운송사에게는 실제 5년 이라는 장기 위수탁 계약 대가로 고작 300만 원 가량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부분 첫 시장 진입 운전자들은 구직 시 차량을 살 돈 없이 온라인 광고를 통해 브로커를 찾는다. 이들은 무자본 상태의 구직자들에게 신용만으로 캐피탈을 통해 차량을 구입하게 하는데, 이때 영업용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차량 시세보다 과도한 금액을 캐피탈을 통해 대출 받도록 한다. 따라서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화물차주들은 운송사업 시작부터 과도한 채무를 안게 되고, 화주에게 합리적 운임을 받아도 매월 과도한 할부 채무를 갚아야 해 생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런 현실 고려 없이 무조건 운수회사들이 부당한 금전을 요구, 화물차주에게 피해를 준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다. 지입제 폐단에 위한 규제법을 개정할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현 지입제 폐단의 구조적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현장조사에 나서고 합리적 개선방안을 검토, 개선 후 합리적인 법 개정이 먼저일 것이다.

4. 운수회사 직영체제 위한 현실적 토대 먼저 만들어야
운송사업자가 직영 체제를 운영하려면 운전자를 채용하고 4대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법에서 정한 근로시간 조차 제대로 지킬 수 없다. 대부분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거나 야간 운행이 반복되어야 한다. 직영 체제라면 운송사업자가 상당한 인건비를 지불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직영체제 운영 시 운전자의 임금도 안전운임제 일몰 후 휴일 근로법에 따라 지불하는 것도 현실에서는 지키기 어렵다. 또한 직영체제에서는 노조 설립을 막을 수 없는데 이러한 현실적 문제가 해소되지 못하면 분쟁 발생을 방지하기 어렵고 이는 화주는 물론 운송시장의 차질로 이어질 수도 있으며 운송사업자와 차주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운송사업자에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직영체제를 강요하기 보다 직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 먼저 개정한 뒤 유도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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