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8년 규정 마련한 미국, 내년 4월 연장근로 제한하는 일본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로환경 개선과 안정적인 임금 보장을 위한 노력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다. 화물차 운전 비즈니스 자체가 과로할수록 이익을 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0년 화물운수 종사자의 최소운임을 공표하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했다.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2022년 12월 31일로 폐지되었으며 이후 안전운임제 폐지를 요구하는 화주협회와 법제화를 요구하는 화물연대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지난 2월 정부는 기존의 안전운임제를 개편한 표준운임제를 도입을 발표했으나 화주협회와 화물연대의 입장차를 좁히지는 못하고 있다. 옆 나라 일본도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로 환경 개선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화물차 운전자의 연장근로 시간을 연간 960시간으로 제한한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로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해당 정책으로 일본의 ‘2024 물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미국은 1938년부터 화물차 운전기사를 위한 규정이 만들어졌으며 유럽에서는 EU규칙을 제정해 EU회원국에서 따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 보다 먼저 마련된 해외의 화물차 운전자 관련 정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내년 연장근로 제한 규정을 새롭게 도입하는 일본의 상황은 어떤지 알아보았다. 

1938년부터 화물차 운전기사 규정이 존재한 미국
미국은 1938년 ICC(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에서 최초로 화물차 운전자들의 근로 시간을 규제하는 HOS(Hours of Service)를 규정했다. 당시 화물차 운전자들은 하루 근무시간 15시간 중 최대 12시간까지 운전할 수 있었으며 ICC는 남는 근무시간인 3시간을 식사시간 및 휴식시간으로 사용하도록 했다. 주간 최대 근무시간은 8일 기준 70시간, 7일 기준 60시간까지로 제한되었다. 미국의 화물차 운전기사 관련 규정은 ICC를 기반으로 발전해 현재는 FMCSA(Federal Motor Carrier Safety Administation: 미국 교통부의 연방 자동차 운송업체 안정청)에서 HOS 규정에 따라 화물차 운전자의 근무시간을 관리하고 있다. FMCSA 규정을 살펴보면 화물차 운전자는 8일 동안 70시간 이상, 7일 동안 60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으며 34시간 휴식 후 다시 운전할 수 있다.  하루 최대 14시간 근무가 가능한데 이중 11시간 운전할 수 있으며 11시간 중 8시간을 이어서 운전할 수 없다. 나머지 근무시간 3시간은 휴식 및 차량 점검 등의 시간이다.  미국 화물차 운전시간은 규정에 따라 전자 운행기록계 ELD(Electronic Logging Device)를 기록해야 한다. ELD에는 차량 정보, 화물 정보, 날짜, 주행거리 등이 기록된다. 해당 정보는 경찰이 불시 검문해 확인할 수 있으며 고의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것이 밝혀질 경우 운송업체는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EU규칙 No 561/2006을 제정한 유럽
유럽도 미국과 비슷하게 화물차 운전사의 근무 시간을 법으로 강력하게 제한하고 있다. 유럽의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화물차 운전자(3.5톤 이상의 대형 화물 차량)의 건강, 안전 개선, 공정성 보장 등을 위해 No 561/2006을 제정해 2007년 4월 발효되었다. No 561/2006에 따르면 화물차 운전자는 1일 9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으며 4시간 30분 운전 후 45분 동안 휴식시간을 가져야 한다. 1일 운전 시간은 최대 10시간까지 연장 가능하나 1주일에 2회 이상 초과할 수 없다. 주간 운전시간은 56시간을 초과할 수 없으며 2주 동안 9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유럽 화물차 운전자들은 타코 그래프로 운행시간을 기록하고 있으며 운전 시간을 등록하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받거나 처벌 받을 수 있다. 

연장근로 시간 제한하는 일본
일본은 내년 4월부터 화물차 운전자 등 근로자의 연장근로 시간을 연간 960시간으로 제한한다. 현재 일본 화물차 운전자의 초과근무에 대한 제한은 없다. 일본트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회사의 약 30%가 운전자의 연간 초과근무 시간이 960시간 이상이라고 답했는데 이는 화물차 운전사가 매달 80시간 이상의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초과근무 제한 규정이 적용되면 현장근로 허용시간은 1일 평균 4시간으로 줄어든다(월 20일 근무 기준). 일본은 초과근무 제한으로 화물차 운전자들의 처우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물류정체로 인해 일본에 ‘2024 물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가 추산한 결과 초과근무 제한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없을 경우 2024년 일본 전국 화물의 14%가, 2030년에는 30%가 운송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상황에 일본 물류 기업들은 운송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을 택했다. 일본 편의점 3사는 주력 상품인 주먹밥, 도시락 등 배달 횟수를 줄여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매일 배달하고 있는 신선식품의 배달을 일일 4회에서 3회로 줄였다. 또한 야간에 배송되는 식품의 경우 신선식품과 상온식품의 배송 트럭을 하나로 통합해 상품 분류와 관련된 운전자 및 직원들의 근무 시간을 단축했다. 내년 하반기에는 라면, 과자 등 가공식품의 당일 배송 상품을 익일 배송할 예정이다. 로손은 일부 지역에 한해 도시락과 반찬 상품의 배달 횟수를 하루 세 번에서 두 번으로 줄였으며 유통기한이 긴 냉동 도시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패밀리마트는 작년 가을부터 AI를 활용해 배송경로를 최적화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국가에서 우리나라의 안전운임제와 비슷한 정책을 내놓고 있으나 대부분 운전자의 근무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안전운임제와 같이 최저임금을 정하는 국가도 있으나 국가 전체가 아닌 일부 주에 한하고 있다. 국가마다 처해진 상황이나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최저임금 설정과 근무시간 제한 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보다 앞서 관련 법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는 국가들의 정책을 참고해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화물차 안전자들의 근로 환경과 안정적인 임금에 대한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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