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에 대한 인식, 비판적으로 변화한 분위기 감지

이른바 ‘성공가도’를 달리는 것처럼 보였던 주요 물류 스타트업들이 위기에 빠졌다는 뉴스가 인터넷을 장식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여름 즈음이다. 하지만 물류 스타트업들은 이미 지난해 3월 이후부터 투자시장에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들이 직접 말하는 현재 물류 스타트업 투자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외형적 성장’보다 ‘실질적 성장’ 더 중요해져
물류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가장 피부로 체감한 투자시장의 변화는 투자 관계사들이 근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달라진 것이다. 코로나로 인해 물류가 한창 주목받았을 시기에는 매출액 중심의 외형적 성장을 요구했다면 이제는 실질적 성장을 더 중요시해 얼마나 빨리 얼마만큼의 영업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쿠팡이라고 하는 대표적인 성공모델을 토대로 코로나 시기에는 너도나도 매출규모에 더 큰 신경을 썼다”며 “실제 투자사들도 당장 이익은 내지 못해도 외형적인 매출규모가 충분하다면 투자를 주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 현상이 점차 고개를 들자 투자사들의 시각이 달라졌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은 단순 매출액의 증대보다는 현재 가지고 있는 사업 모델을 통해 영업이익을 도출하고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단기간에 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꼼꼼하게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규모의 경제를 통해 외형적인 성장에 집중했던 스타트업 입장에서 이제 영업이익 중심의 내실을 다지는 실질적 성장이 더 중요해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 비판적으로 바뀌어
투자시장 현장에서는 스타트업이기에 힘든 것이 아니라 ‘물류’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더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만큼 투자시장 전반에서 물류시장에 대한 시각이 이전보다 회의적, 비판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투자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한 스타트업 대표는 “메쉬코리아와 같이 대표적인 물류 스타트업 성공사례로 알려진 업체들이 연이어 위기를 맞이하면서 투자사들이 물류산업의 가능성과 잠재성에 의문을 가지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물류 스타트업의 특성상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들은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필요할 수밖에 없고 이는 단기간 영업이익 창출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이러한 물류 스타트업의 사업모델 특성으로 인해 투자 관계사들이 투자 진행을 꺼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투자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비즈니스 모델과 달리 소프트웨어 중심의 업체들은 투자 유치에 보다 수월하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SaaS 형식의 소프트웨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경우 오프라인 인프라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초기 투자 자본이 비교적 많이 투입되지 않는다”며 “현재 투자시장에서는 이들 업체가 보다 빠르게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 이쪽에 투자를 진행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 유치의 문, 점점 더 좁아진다
몇 차례 정부 스타트업 지원 업체에 선정되며 솔루션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한 물류 스타트업은 지금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스타트업을 이끄는 대표는 투자시장의 신규 투자를 위한 진입의 문이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비즈니스 모델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인정받는다고 하더라도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과거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바가 있는지에 따라 투자유치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유력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던 곳이면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는 “물론 해당업체들의 사업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유력 VC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몇몇 경우에는 사업모델보다는 투자유치 경력이 평가의 우선순위로 여겨지기도 해 신입 투자를 위한 진입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나치게 쉬웠던 투자환경, 정상화되고 있어
다른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다른 의견을 냈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았던 상황에서 투자유치가 지나치게 쉽게 이뤄진 부분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좀 더 구체적이고 세세한 수치나 장기적인 측면에서 성장 가능성을 증명할 수 있는 BM(Business Model)을 제시해야 투자유치 과정에 들어갈 수 있는 지금이 정상적인 상황이라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 대표는 “2020년, 그야말로 물류 스타트업 붐이 일었을 때는 투자유치를 위한 IR도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며 “당시에는 IR만 진행하면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업계에 돌 정도로 투자시장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투자 활성화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쉽게 투자를 받았던 몇몇 스타트업들은 사업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기보다는 빠른 사업확장 등에 집중했고 투자금 수급이 원활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곧바로 위기에 봉착했다”며 “쉬운 투자유치가 결국 몇몇 물류 스타트업들에게는 독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장기적인 사업 추진에 있어서 안정성을 가지고 갈 수 있는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투자가 진행되는 현재의 추세가 어찌 보면 정상적인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자시장 경색 언제 풀릴까? 관계자들 전망 엇갈려
그렇다면 현재의 물류 스타트업 투자시장의 침체는 언제쯤 풀릴까? 취재를 통해 만난 물류 스타트업 대표들의 전망은 엇갈렸다. 먼저 올해 하반기에는 투자시장이 다시 활발해지지 않을까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 이러한 의견을 낸 한 물류 스타트업 대표는 “지난해 2분기부터 얼어붙기 시작했던 투자시장이 올해에는 조금 나아지기 시작한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이러한 추세라면 올해 하반기, 늦으면 올해 말 정도에는 코로나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투자시장이 활력을 찾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현재의 투자시장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관계자는 “현재 VC들이 주로 관심을 가지고 투자하고 있는 분야는 디지털 기반의 헬스케어 분야로 알고 있다”며 “물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이미 이전과 같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시장이 활력을 찾는다 하더라도 물류산업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류 스타트업’의 가능성과 잠재성, 계속 봐주었으면
물류 스타트업 대표들은 현재의 위기가 물류 스타트업 모두의 가능성을 격하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비록 ‘스타트업 세계의 위기’의 주제로 뉴스의 지면을 장식하는 예시들이 물류 스타트업이긴 하지만 이것이 곧 “물류 스타트업은 안된다”로 이어지면 안된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대표의 방만한 경영이나 무리한 사업확장 등 스타트업이 위기로 빠질 수 있는 요인은 셀 수 없이 많다”며 “현재 위기에 빠진 것으로 알려진 물류 스타트업들도 ‘물류’이기에 그런 것이 아니라 스타트업이 마주할 수 있는 위기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스타트업 대표는 물류 스타트업의 역할에 대해서 강조했다. 그는 “물류산업은 그 중요도와 잠재성에 비해 타 주요산업에 비해 보수적인 측면이 강하고 시장을 점유하는 주요 플레이어들의 영향력도 그만큼 강하다”면서 “이러한 산업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나 솔루션이 진입해야하는데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물류 스타트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물류 스타트업들이 시장에 제시한 새로운 모델들로 산업의 경쟁력이 더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물류산업 자체가 더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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