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운송 현실과 떨어진 화물차고지 제도로 차주및 시민들 고통

<6화-11회>

밤만 되면 도로주변에 대형 화물차들의 불법 주정차 장면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좀처럼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지역에선 불법 화물차량 주차 암묵지대 덕분에 인사사고를 비롯해 각종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있다. 왜 대형화물차들은 정상적인 주차장이 아니라 도심주변에 불법주차를 계속하고 있는 걸까?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이하, 화운법)에서 운수사업허가 조건 중 필수 요건인 화물차들의 현 차고지 제도에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부산지역 동서고가도로 하부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량들.
부산지역 동서고가도로 하부에 불법 주차된 화물차량들.

 

현실과 동떨어진 차고지 확보 규제, 정부는 ‘나 몰라’ 방치

화물자동차운수사업 허가조건 중 하나는 허가받을 차량 1대 당(차량의 가로 X 세로의 면적에 따른 차고지 확보와 허가 후 그 면적의 차고지를 유지)적정 규모의 차고지를 갖추는 것이다. 자동차관리법 상 이 항목은 화물 뿐 아니라 여객운송차량에도 해당되며, 자가용과 사업용 차량 역시 차량 주차면적에 맞는 차고지를 갖춰야 한다.

이에 따라 화물자동차를 이용한 운송 사업에서 차고지 확보는 자동차관리법에 당연한 조건이다. 심지어 자가용 화물차도 차량을 등록하려면 기본적으로 차고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뭐가 큰 문제냐’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화물자동차운송 사업은 차량을 매입해 운전자를 고용하고, 운영해야 하는 화운법의 목적과 취지에 따라 이미 차량을 구입한 지입차주가 운수사업자 명의로 차량등록을 하고, 지입차주 자신의 주소지에서 원 운수사업자의 허가를 이용해 운영을 하면서 별도의 운수사업자 차고지를 다시 확보하는 것은 형식적 조건이며, 실효성 없는 규제다.  

이처럼 화물차 불법주차의 반복 상황은 현실적으로 화운법에서 차고지를 지입차량 개인사업자의 소재지에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상 최초 운수사업의 주 사무실은 대부분 도심지에서  자리한다. 문제는 허가 소재지인 도심에서 사업자의 보유 차량 댓 수만큼 차고지 면적을 확보하려 해도 부지 자체가 없다. 이뿐만 아니다. 설사 차고지로 이용할 부지가 존재한다고 해도 그 비용을 충당하며 사업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설사 주차 가능면적의 차고지가 있고 자금이 있어도 수많은 화물차량들이 도심 차고지를 출입할 경우 소음과 먼지 등으로 인한 민원을 감당할 수 없다. 여기다 도심 교통체증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까? 

더 모순적인 것은 정부가 실제 화물차들이 차고지로 귀로 행위를 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화물 운수사업을 허가받은 사업자는 여타 법에 의한 사업자(버스, 택시)나 자가용화물 자동차 매입자들과 다르게 인접 시도에 공동 차고지 개념인 화물터미널 및 주차장등 또는 지정 장소에 두개 이상의 운수사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유연한 정책으로 차고지의 확보를 허용하고 있다. 현재의 차고지 제도는 화물 운송사업 차량들이 영업용으로서 국한된 지역이나 지정된 구간을 운행하지 않고 전국으로 이동하는 형태의 사업이라는 점에서 허가된 소재지와 상관없이 인접 시, 도에 차고지 설치를 허가조건을 인정해 규제를 완화했다는 점이다. 어쩌면 여타 사업과의 형평성이나 기타 여건상 화물 운수사업자는 규제를 완화 해준 셈이다.

이 같은 배경을 살펴보자. 화물 운수사업에서 차고지는 사업자에게 소속된 차량들이 운송행위를 마치면 귀로해 차고지에 입고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진 법이다. 따라서 화물차들이 운행을 끝내고 차고지에 입고하지 않고 도로에 주차해 단속되면 ‘밤샘주차’ 명목으로 수 십 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이미 화물 운송사업은 지입제가 정착한 지 오래다. 운수사업자들의 차량들은 지입차주가 차량을 매입해 사업자 명의로 등록한 후 자신의 명의로 개인사업자로 개설, 운수사업자 지시 없이 운행하는 독자 개인 사업이다. 이를 지입차주라고 하는데 이들은 전국 각지 자신들의 주소지에서 매일 운행하고 운행이 종료되면 그때마다 운수사업자가 허가조건으로 설치한 차고지가 수 십 혹은 수 백 km 떨어진 관계로 과연 허가지 차고로 다시 귀로해 주차하는 경우가 있을까 의문이다? 더구나 이에 대해 이미 정부도 현재 차고지 확보 제도에 실효가 없음을 알고 있다. 

이렇게 화물운수사업이 지입으로 허용된 지 수 십년이 지난 현재 사실상 화물운수사업에서의 차고지는 허가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요식에 불과 하지만 여전히 허가조건은 차고지를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화물운송사업자들은 허가조건인 차고지를 확보해야 하고 이로 인한 대부분의 운수사업자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전국 외진 토지를 임대해, 차고지 설치 확인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허가요건을 갖추고 있다. 오래 전부터 화물운송 사업자들은 화운법에 명시된 차고지에 많은 문제 제기와 개선을 요구 해 왔다. 이들은 차고지 확보에 따르는 비용이 부담되어 면제 해달라는 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차고지 확보를 해도 실제 지입차주들에게 차고지로서의 혜택이 전혀 없는 만큼 차라리 허가 소재지 관할 관청에서 분담금 형태로 과세, 그 재원으로 각 지역에서 화물차를 위한 실제 공용차고지를 조성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개선에도 나서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규제 아닌 규제로만 존재하고 있다. 

산업현장 상황, 빠르게 바뀌는데 정부 코앞 문제만 보는 행정만 지속

그럼 화운법은 왜 불합리하고 실효성이 없는 제도들을 좀 더 현실에 맞게 발전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정하지 못하는 걸까? 

대한민국은 동북아 물류 중심국으로 발돋움한 지 오래다. 물류산업 발전은 물류시장에서 육상운송을 담당하고 있는 화물운송사업자들을 지입 관리회사와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기업형 회사로 분리한다. 또 화물주선사업과 물류창고 등은 빠르게 디지털화해 전통적인 물류산업을 유통 물류산업으로 전환해 있음에도 법과 제도는 전혀 물류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 발전을 위한 초석이 물류시스템의 안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대한민국 물류 현실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들을 간과하고 있다. 특히 근본 원인을 찾아 개선하기 보다는 이미 발생한 문제점에 대한 해결방안만을 찾아 법과 제도를 개선하려다 보니 물류 현실과 법이 꼬이는 것으로 보인다.

한때 대한민국은 육상운송과 해상 그리고 항공운수사업으로 구분하던 시기가 있었다. 이렇게 3분야가 1990년대 후반부터 물류산업이라는 개념으로 통폐합됐다. 국가경제와 국민 생활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던 육상운송은 물류산업의 한 분야로서 점점 세분화 되고 있다. 즉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은 운송업과 알선(주선)업으로 시작됐으나 운수사업은 직영사업에서 이미 지입제로 전환됐다. 또 다시 일반화물, 용달화물, 그리고 개별화물 운송사업으로 세분화됐다.

이후 현재는 택배사업, 그리고 생활물류라는 개념의 운송업으로까지 변화를 거듭했고 또한 알선사업 역시 규모가 더 큰 주선사업으로, 또 현재는 첨단화된 화물중계 플랫폼까지 생겨났다. 심지어 퀵서비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도 이미 산업화 되어가고 있다. 정부는 과연 이런 현실 물류체계의 급변에 따라 법과 제도를 올바르게 재정비하고, 관리를 하고 있는지 다시 묻고 싶다. 급변하는 육상운송 물류시장에 대해 화물운송사업 법에 기초부터 물류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개정되고 개편되어 만들어지는 제도는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대구 지역 도심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되어 있는 대형화물차량들.
대구 지역 도심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되어 있는 대형화물차량들.

 

어느 누구도 주차하지 않는 화물차고지, 비용과 행정력만 소비

화물운송사업의 ‘절대 허가조건’인 차고지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화운법에 따른 운수사업 허가는 필수 3대 요건으로 사무실과 차량, 차고지가 기본이다. 그 외 요건은 3대 요건에 따른 세부사항으로 사업규모 및 관리 인력, 그리고 보유하는 차량에 대한 조건 등으로 부수적 요건 등이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 허가 필수 요건의 하나가 차고지의 확보인데 시대 변화에 따라 사업자가 허가를 위한 차고지의 확보와 유지가 왜 필수인지 이젠 정부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해야 할때 다. 

오래 전 정부는 허가를 취득하고 사업자들을 효율적으로 통제 및 관리하기 위해 허가 시 필요한 요소들을 만들었다. 그 대표적 예로 1980년대 까지만 해도 면허를 취득하고 등록한 화물자동차들은 등록조건에 ‘국가의 전시상황이 발생하면 면허로 등록한 화물차량은 징발 대상이 된다’로 차량 앞 범퍼에 징발관련 번호 표식을 했고, 사업자들은 그 조건에 따라 운수사업을 한 때도 있다.

하지만 국가가 국방력을 민간에 의존하지 않을 만큼 경제가 발전하면서 그 제도는 자연스레 사문화됐다. 어디 그뿐인가 화운법은 면허제에서 허가제로, 또 등록제로 바뀌고 다시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뀌었듯 현실에 맞추어 변화됐다. 하지만 차고지 확보제도 만큼은 수많은 개선 요구에도 불구, 현재까지 정부나 운수사업자, 지입차주들에게 이미 실효성이 없어졌음에도 그 어떤 조치와 개선도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한편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정부는 화운법에 ‘운송개시 명령제도’란 법 일부를 개정, 화물차량을 이용한 파업을 막아보려 했다. 하지만 결과는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의 경우 지입차주들의 독자 운행함에 따라 정부의 운송개시명령은 무시됐다. 차고지 제도의 경우 정부가 사업자를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라면 이들은 정부 지침에 따라 불필요한 차고지 확보비용을 들여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사실 차고지의 경우 운수사업자가 보유한 차량을 단 한 대도 입고하지 않는 종이쪼가리 증명서에 불과하다. 결국 차고지에 입고될 실제 차량을 운행하는 지입차주는 주거지 근처에 유료 또는 불법주차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는데, 이 제도가 왜 허가의 필수 조건 중의 하나로 규제로 남아 있을까?

[현실의 화물자동차운수사업에서 차고지 실태]

먼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조건은 보유 차량 면적에 해당하는 차고지를 확보했다는 차고지 증명원을 제출해야 한다. 차고지 증명원이 발급된 토지는 타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의 차고지는 대부분 지방의 한적한 산과 들판, 즉 임야가 대부분이며, 차고지 증명원이 발급 되려면 토지를 주차장 형태로 갖춰야 한다. 화물운송 사업자들은 대부분 차고지 확보를 위해 토지임차를 위해 평균 100평 기준으로 연간 150만원 ~ 200 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으며, 100평이면 대형차량 10~12대 정도의 면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일반화물 운송업에 등록되어 있는 차량을 60만대로 추정할 때 이 수많은 차량들이 허가를 위해 불필요한 면적의 토지를 매입 또는 임차를 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그 넓은 면적의 토지가 차고지로 사용도 되지도 않으면서 타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하는 쓸모없는 공간으로 전락, 방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침체된 경기를 부양시키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각 분야의 사업에 대해 규제 완화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육상운송 담당하는 운수사업자들은 실제 법과 제도 미비 등으로 소외되어 있으며, 물류현실을 반영하지 못해 개정안 된 법에 불필요한 규제로 많은 어려움을 격고 있다. 운수사업에서 지입제를 허용하고 있는 현실에 맞춰 이제라도 법과 제도를 개정해 화물자동차운수사업자들도 국가의 지원과 보호 하에서 안정된 사업 여건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다음 회에선 차고지 제도에 따라 불가피하게 발생한 불법 사례와 관할 관청의 관리 실태에 대한 문제점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원고기고자: 물류산업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원고기고자: 물류산업연구원 김현수 본부장

원고 정리: 손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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